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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16. 2020

시골체육관 코치님의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프로 제로 웨이스터

제.로.웨.이.스.트.


  어느 날, 체육관 코치님에게 사진 한 장과 '제로 웨이스트'라는 여섯 글자의 메시지가 왔다.

찢어진 옷 제로웨이스트

  달 전부터 시골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다.(현재는 코로나19로 쉬는 중)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5분. 그림 같은 논밭을 지나 시골길로 쭉 들어가면 덩굴 사이로 긴가민가한 체육관 간판이 보인다. 요즘 삐까뻔쩍한 신식 헬스장과는 달리 최신식 운동기구도 샤워장도 없다. 하지만 코치님의 빵빵한 지휘 아래 그곳에서 최고의 운동을 할 수 있다. 매주 다른 코스로 진행하는 운동이 힘들어도 즐겁기만 하다. 처음엔 거울도 없는 체육관이라 놀랐다. 우스갯소리로 거울하나 들여야하는거 아니냐는 말에 거울을 보며 하는 것보다 내 몸 근육의 느낌을 기억하며 운동하라는 코치님의 조언에 '내가 진짜 운동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운동을 하는 중이다. 나는 헬스장을 선택할 때, 얼마나 다양한 기구들이 있는지, 샤워 시설은 좋은지, 러닝머신에는 티브이가 달려있는지 먼저 살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다니는 체육관에는 하나도 부합하는없다. 시골 체육관에서는 진정한 운동은 장비빨이 아닌 '나의 의지로 하는 것'이라는 것알려주었다.


"자신에게 맞는 케틀벨 하나랑 덤벨 두 개 가져 오세요~"


 케틀벨 하나, 덤벨 두 개만 있으면 운동이 시작된다. 아, 그리고 '으쌰 으쌰' 함께 고통을 나누(?) 유쾌한 회원님들만 있으면 운동효과는 어느 신식 헬스장보다 뛰어나다. 우리 체육관은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운동효과가 제대로인, 탄소발자국을 안남기는 내가 지향하는 '제로 웨이스트 체육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체육관 뒤에서 회원들과 직접 일군 텃밭 또한 자급자족 제로 웨이스트 생활이다. 


"회원님들~텃밭에서 필요한신 거 마음 껏 따가세요~"

"밤 주워가세요.  조심하시고요."

"표고버섯 좀 가져가실래요?"


 가끔 대파, 토마토, 상추, 호박 등 제철 채소들을 듬뿍 싸주신다. 덕분에 올 여름엔 채소를 사러 시장에 갈 일도 줄었다. 가끔 시장 대신 체육관에 가서 필요한 채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회원들과 탄소발자국을 안 남기는 운동을 하고, 자급자족 텃밭에서 채소도 키워먹으며 겁게 지내는 체육관.  이러한 체육관을 다니고있는 나는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제로 웨이스트 체육관에서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코치님을 만났다.

왼)체육관 텃밭의 방울토마토  오)체육관앞에서

 제로 웨이스트 체육관을 운영하시는 코치님은 나의 제로 웨이스트 생활과 미니멀 라이프를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  한 분이다.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피드백도 해주시며 귀선 회원님의 선한 영향력을 잘 받고 있다는 최고의 찬사를 해주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미 나보다 더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잘하시는 분이다.


 요즘 시대는 소비가 넘치는 세상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성능 좋고 편리한 물건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소비의 유혹을 끊기 어려운 세상이다. 더 좋고 더 최신 모델을 사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세상.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는 최신 모델의 무선 청소기를  가지고 싶어서 집에 있는 멀쩡한 유선 청소기가 고장 나길 바랐던 적도 있다.  지금은 소비생활이 많이 줄었지만, 고장 난 물건은  버리고 다시 안 사거나, 필요하다면 중고장터에서 다시 샀다. 하지만 고쳐서 다시 사용할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귀선 회원님 글 잘 읽었어요~ '중고거래는 제로 웨이스트다' 캬~ 중고거래는 자주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못했었네요. 중고거래를 하면서 쓰레기를 줄인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몇 분 뒤 코치님께 전화가 왔다. 그리고 곧 나보다 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한번  느꼈다.


"제가 얼마 전에..."


 코치님은 오래된 선풍기가 고장이 나서 버리고 다시 살까 하다가 고물이 되어버린 선풍기는 쓰레기가 될 거라는 생각에서 선풍기를 고쳐 보려고 수리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수리하시는 분께서는 선풍기가 너무 오래되었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새로 안 사고 고치러 가져오는 사람은  없는데'라며 놀라시면서 고쳐주셨다고 했다. 

 또, 코치님은 체육관에 새로운 운동기기를 들일 때도 몇십 년 뒤라도 나중에 생길 쓰레기를 생각해서 운동기기를 중고로 알아보거나 들이는 일을 고민할 때가 많다고 하셨다.

 그리고 코치님께서 보내메시지의 찢어진 옷은 암벽 등반을 하다가 미끄러지면서 추락하다가 바위에 찢긴 옷이다.  어느 날, 체육관에 갑자기 깁스를 하고 오셔서 회원들이 모두 놀랐다. 주말에 암벽등반을 하다가 죽지않을 정도의 성공적인(?) 추락을 했다며, 여기저기 찢긴 옷을 보여주셨다. 떨이진 높이에 비해 다행히도 다친 곳은 별로 없으셨다. 그리고 당연히 버릴 줄 알았던 옷들은 천을 덧대어 꿰매져 있었다. 나는 찢어지거나 헤지거나 구멍이 난 옷들을 처리할 때, 최선의 방법으로 걸레로 쓸 생각만 했지 다시 꿰매서 입을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코치님의 알뜰살뜰하게 꿰매진 옷들과, 오래된 선풍기를 고쳐 쓰시는 것을 보며, 코치님이 내게 받는 다는 그 '선한 영향력'은 코치님이 아니라 내가 받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나는 또 한 명의 진정한 제로웨이스터를 만난 것 같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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