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신혼 때에도 아니 불과 작년까지도 기념일마다 선물을 잘. 챙기는 우리 부부였다. 기념일에는 커플 신발이나 커플 옷, 커플 액세서리를 맞췄다. 그리고크리스마스에도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받거나 남편이 주로 나에게 선물을 줬다. 딱히 필요는 없었지만 선물을 주고싶었고 받고싶었다. 나는 선물은 마음이고 정성이라고 생각했고 필요없다고해도 꼭 무언가를 챙기며 지나갔다. 그런데 우리 부부의 올해 크리스마스는 선물이 없다. 섭섭하거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그래 왔듯이남편은 크리스마스전에 뭐가 갖고 싶냐고 몇 번을 물어보았고,(물론 나도 물어봤다)그때마다 나는 "딱히... 생각나면 말할게."라고 넘어갔고 크리스마스 전날인 이브날에도 남편은 "진짜 없어?"라고 물어본 후 그렇게 우리의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남편도 같은 대답이었다.) 앞으로 기념일마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 소비 생활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
옷을 좋아했고 액세서리를 좋아했고 예쁜 쓰레기들을 모으는 게 취미였다. 갖고 싶은 것은 사야 했고, 충동구매는 나의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소비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잠시뿐이었고, 스트레스의 근원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물건은 사면 살수록 더 사고 싶어 지고, 나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물건들은 세상에 끊임없이 나온다. 결국 소비욕구는 소비를 하면 할수록 더 늘어나는 것이었다.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모자를 사면 어울리는 옷을 사고 싶고, 옷을 사면 그에 맞는 신발과 가방도 필요하다. 사실 옷 같은 경우는 입을 옷이 없는 것보다 옷장에 옷이 너무 꽉 차서 고민하느라 입을 옷이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옷을 비우고 나니 전보다 옷을 더 효율적이게 관리하고 입는다. 당분간 옷을 안 사기로 했다. 지금 나의 옷장의 옷은 충분하다. 그렇기때문에 지금 가지고 싶은 게 딱히 없다. 사고싶은 게 없을 때는 아무 옷을 샀던 나를 반성했다. 사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다. 좋아 보이는 물건은 많지만 그렇다고 사고 싶지는 않고, 갖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뒤돌아서면 저게 다 짐이라는 생각에 소비욕구가 점점 사라진다.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가장 와 닿는 말이다.
공수래공수거를 생각하면 더욱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는 사라진다.
다음 달에 돌아오는 내 생일.
한 달 전부터 남편이 묻기 시작했다.
"뭐 갖고 싶어? 생각해봐~"
과연 내 생일 전날까지 내가 갖고 싶은 게 생길지 아직 의문이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 선물을 중요시하던 나는 없어졌다. 1부터 10까지 갖고 싶은 것을 적어놓던 리스트도 없어졌다. 이제 무엇을 사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도 공수래공수거를 생각하며 소비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소비를 절약한다.
출처. 하나뿐인 지구ㅡ나는 작은집에 산다.
내가 그거를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불편한건데,
지금 불편한 것보다 만족감이 더 크다보니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물건을 많이 비웠다. 물건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불편한건데, 그 보다 단정하고 안정적인 집을 보는 그 집에서 사는 만족감이 더 크기때문에 내 미니멀라이프는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