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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04. 2023

미니멀 주방살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자

그릇이 적으면 좋은 점=그릇이 매일 쓰는만큼만 있으면 좋은점
1. 식사시간에 '어떤 그릇을 쓸까?' 그릇을 고르는 고민이 없어진다. 누군가에겐 행복한 고민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고민이다.
2. 주방 서랍, 상부장이 깨끗해진다.
3. 그릇관리가 쉬워진다.
4. 그릇 욕심이 줄어든다.
5. 경제적인 면으로 소비가 줄어든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세 가족의 식기 전부입니다. 가끔 친정, 시댁 식구들 방문에 대비하여 여분의 밥그릇과 국그릇은 각각 2개씩 찬장에 올려둡니다.

머그컵은 4개. 차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십니다. 특별히 커피 잔은 필요가 없습니다.

와인 또는 주스, 커피 잔으로 사용하는 다용도 잔 4개. 술을 자주 즐기지 않지만 주로 가족 모임 때 사용합니다.(와인을 좋아하시는 어머님께서 선물해주셨습니다.)

작은 둥근 접시 5개. 음식을 먹을 때 각자 접시에 덜어먹을 때 앞접시로 사용하고 반찬을 담는 용으로 씁니다.

중간사이즈 둥근 접시 2개. 볶음밥이나 파스타 카레, 짜장, 생선, 메인 반찬을 담아먹습니다.

큰 사이즈의 접시 2개. 주로 대가족이 모였을 때 메인 요리를 담을 때 사용합니다. 찜이나 백숙, 수육 등의 고기 종류

면기 4개. 면요리나 떡국, 국밥, 비빔밥, 한그릇밥 등을 담을 때 사용합니다.

나무접시 3개. 빵을 먹을 때, 과일을 먹을 때,  아이의 간식을 줄 때 사용합니다. 우드의 따뜻한 느낌과 함께 깨지지 않고 가벼워서 편리합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소스볼 4개. 소스볼 사이즈가 넉넉하기 때문에 주로 반찬 그릇으로도 사용하고, 소스나 요구르트, 후식과일을 담아 먹습니다.


작은 냄비 2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냄비로 물을 끓이거나 3인분 국을 끓일 때 사용합니다.

큰 냄비 1개. 해물탕 같은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탕, 국을 끓일 때 사용하며 가끔 스텐 식기들을 삶을 때 사용합니다.

프라이팬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 각 1개씩. 빵을 굽거나 볶음밥이나 파스타, 계란요리, 전, 반찬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큰 곰솥 1개. 주로 가족 모임 때 사용합니다.


모든 그릇과 냄비는 그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딱 맞지요. 컵은 물을 마시면 물 잔, 커피를 마시면 커피잔, 맥주를 넣으면 맥주잔이 됩니다. 그릇도 냄비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트기가 없으면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면 되고 토스터기가 없으면 프라이팬에 빵을 구우면 됩니다.편리한 기구들이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고 굳이 불편한 살림을 하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저에겐 토스터기와 포트기를 관리하는 일이 더 불편합니다. 


'혹시 그릇이 부족하면 어쩌지'란 걱정도 필요도 없습니다. 신혼 초 집들이를 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에서 필요한 그릇을 급하게 사온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릇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고 상부장에 사용하지 않는 그릇만 쌓였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릇이 아니지요. 약간의 불편함은 당시뿐이고 일 년에 한두 번뿐입니다. 그리고 없으면 없는 대로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반경 50m 안에 친절한 이웃사촌이 살고 있으니까요.


그릇은 주로 시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그릇과 물려주신 그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창 그릇에 욕심이 있었을 때 어딜 가든 그릇만 보였지요. 그릇은 종류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화려하게 장식해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같은 느낌의 그릇은 없다고 생각했고 특히 귀여운 그릇에 환장을 했었습니다. 한식기, 양식기, 분식기, 우드식기까지 음식의 맛은 그릇이 정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저는 어쩌면 그릇에 뚜렷한 취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요리를 잘 못해서(?) 그릇을 좋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릇빨이라도 이용하려는 주부였지요. 이제 취향이 뚜렷해졌습니다. 그릇은 가볍고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이 좋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그릇은 전부 내 취향입니다. 더 이상 갖고 싶은 그릇도 필요한 그릇도 없고 딱 적당합니다. 환기를 하려고 상부장을 열 때마다 가지런히 놓인 그릇들을 보고 있노라면 매일 설렙니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무엇을 담더라도 순수해 보이는 올 화이트 그릇은(약간의 무늬는 괜찮다.) 매일 써도 질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이 자주 가야 하고 관리하기 쉬워야 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그릇 중 (어머니가 물려주신) 접시 종류는 가볍고 쉽게 깨지지 않기로 유명하다. 디자인 또한 심플해서 볼수록 사용할수록 질리지 않고 마음에 든다.


깨져도 부담 없는 것이 좋아합니다.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식기는 아까워서 그 쓰임이 적어집니다. 그릇은 밥을 먹을 때 사용하라고 있는 법. 아끼면 똥이 됩니다. 자주자주 쓰는 것이 남는 것이지요. 아끼느라 쓰지 않던 그릇을 남편이 홀랑 깬 적도 있습니다. 아직도 생각하면 속 쓰리지만 그 기회로 그릇은 아끼지 말고 잘 써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얼마 전, 무거운 파스타볼을 비웠습니다. 파스타도 담아먹고, 볶음밥  먹을 때도 사용했지요. 파스타를 자주해먹 어서 우리집에서 꼭 필요한 접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무거웠지만 그 자리에 그 접시가 있으니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사용한 중간 사이즈의 접시에 담아먹은 파스타는 파스타볼 못지않게 예쁘고(?) 사용감도 꽤 많이 편했습니다. 그 뒤로 그 접시는 파스타접시대신 파스타접시가 되었지요. 그 뒤로 필요 없어진 진짜 파스타볼을 비웠습니다. 그 뒤로 중형 접시는 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볶음밥을 담아 먹을 때, 각종 볶음요리, 파스타, 구운 빵을 먹을 때, 적은 양의 과일을 먹을 때, 생선 먹을 때 등 사용합니다. 같은 이유로 기다란 생선 접시도 비웠습니다. 중형접시가 있으니까요. 식기 수가 줄수록 관리의 수고도 덜고, 주방의 공간도 깔끔해집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많은 그릇은 필요없다는 것과 예쁜 그릇이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접시의 용도는 내가 만듭니다.


식기 건조대가 꼭 필요할까

관사 주방에 딸린 작은 건조대 바구니가 있었습니다. 크기도 작았고 관리도 힘들게 생긴 터라 보관만 해놓고(관사에서 나갈 때 꼭 반납해야 합니다.) 새로운 식기 건조대를 알아보던 중이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건조대대신 키친 크로스를 깔아 둔 주방을 보았습니다.

 '아, 꼭 건조대가 없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도 ‘나는 또 애써 무엇을 사려했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건조대는 요리할 때 방해가 됩니다. 그런데 키친 크로스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놓으면 되니 주방도 말끔해지고 요리할 때 공간차지도 하지 않지요. 그리고 관리 또한 매우 편합니다. 그릇을 말릴 때 깔아 두고 더러워졌다 싶으면 세탁기에 빨면 됩니다. 단 바구니 형이 아니라 그릇을 쌓아놓을 수는 없지만, 대가족의 방문이 아닌 이상 3인가족의 설거지 그릇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기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바구니형 건조대가 있을 때는 설거지 후 식기들을 말린다는 목적으로 (다 마른 걸 알면서도) 방치하기 일 쑤였는데  요즘은 소창수건을 깔아놓고 금방 물기가 마르면 닦아서 제자리에 넣어 놓습니다. 주방이 깔끔해지고 돈도 굳었습니다.


무언가 필요하면 사려고 애쓰기 전에 불편하게도 한 번 살아보고 그다음 대체품을 찾아봅니다. 그러다 보면 필요해서 사려던 물건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거든요. 설거지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식기건조대가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무언가를 하나라도 살 때는 이 전보다 더 꼼꼼하게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내가 잘 안 쓰면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생각에 소비는 부담스럽고  애쓰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장바구니안에 그 물건 결제하기전에 집안에 대체할 물건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고민은 배송은 늦추기도하지만 통장을 아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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