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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20. 2023

고작

고작 집안일 따위...

오늘도 한 마리의 하이에나가 되어 집안을 어슬렁거립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집안의 물건 하나하나는 그 존재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지요. 그저 그 공간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 그 물건이 주는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물건은 저의 관심대상이 됩니다. 관리의 중요성도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어슬렁거리다 보면 보입니다. 몇 달째 사용하지 않은 그 물건이, 이제 갖고 놀지 않는 아이의 장난감이, 읽지 않는 책들이, 세탁기 위의 먼지들이, 콘센트와 전깃줄 사이의 먼지가, 어제 튀었는지 모를 주방 벽 한편에 빨간 국물이 튄 자국이, 텔레비전 모니터에 묻은 아이의 손자국이, 남편이 먹고 올려 둔 물컵과 아침 설거지거리로 수저와 2개의 그릇이…

요즘 집안일을 하기 전에 ‘고작’이라는 마법의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고작’이라는 말은 아무리 좋고 크게 평가하려 해도 별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겨와 비슷한 말이지요. 집안일을 쉽고 편하게 하려면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집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죠. 이걸 지금 해, 말아? 외출약속이라도 잡힌 날에는 참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 고작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말합니다.

 “고작 이 정도?”

이 정도는 지금 당장 해치워버리자는 마음가짐입니다. 소리 내어 말을 하면 우리의 뇌가 의식적으로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합니다. 일종의 마법 같은 주문인 거죠. 할 일을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내가 더 귀찮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 고작 이 정도의 설거지거리는 지금 해버립니다. 기름기 있는 요리를 하고 프라이팬을 따뜻할 때 닦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달라붙어서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죠. 미래의 귀찮아할 나를 위해 지금 바로 합니다.

“집안일 별거 아니다. 고작 이 정도는 내가 지금 해치워버린다!”

무슨 일이든 당장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하기 전에 마음가짐 정리가 우선이겠지요?


+고작 이 정도쯤이야. 고작 저 정도쯤이야.

고작 싱크대 배수구따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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