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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20. 2023

To. 무언가를 ‘또’ 사고 싶은 ‘나’에게

너 청소할래, 그거 살래?

물건이 많으면 청소하기가 참 귀찮습니다. 청소를 시작하려면 물건들을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물건과 물건이 놓여있는 자리를 청소하고 다시 제자리에 원위치시켜야 합니다. 안그래도 하기 싫은 청소인데 할 일이 자꾸만 늘어나는 기분입니다. 청소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귀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를 하는 이유는(아니해야 하는 이유는) 청소 후 말끔해진 집이 좋아서이지요. 말끔히 청소된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결코 청소가 재밌다거나 좋아하는 경지는 아닙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청소인데 미루고 미루다 보면 더 큰 힘을 들여서 청소를 해야 합니다.(더 싫다.) ‘어떻게 하면 청소를 덜 할까’ 매일 고민하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물건이 적을 때 청소가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물건에 치이고 넘칠 때 하는 청소와 물건을 비우고 한결 가벼워진 집을 청소할 때의 기분은 확연히 다릅니다. 청소를 하는 시간도 청소하는 힘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미루고 미뤘다가 하는 청소가 아닌 스스로 매일 조금씩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물건을 옮기고 정리해야 하는 단계를 줄였더니 약간의 시간으로 부담 없이 청소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 그 선순환으로 물건을 더 이상 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필요’라는 기준을 두고 대체 가능한 물건이 있는지, 없어도 살만한지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기준을 정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을 놓을 자리가 있는지, 관리를 잘할 수 있는지도요. 그럼 그 물건을 들이지 않아야겠다는 답이 나옵니다. 이때 필요의 기준은 모두 다르니 본인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건 정말 필요할 것 같은데?’ 견물생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가끔은 실수하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실수를 해보면서 다음 실수를 막는 것이니까요.

정보의 홍수시대, 물건의 해일 시대에서 우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도 한번 사볼까’라는 마음대신에 ‘없어도 난 충분히 잘 살고 있네, 역시 난 멋져! 이참에 소비 사회에 휘둘리지 않고 맞서는 용기를 키워야겠다.’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건을 사고 싶을 때 한 번 더 마음을 확인합니다.

“너 정말 그 물건 사고 청소시간 더 늘릴래?”

답이 딱 나옵니다.

“아니요, 저는 그냥 안 살래요.”


정수기 안살래요, 싱크대 바구니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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