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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20. 2023

알고리즘이 뭐길래

가끔 네가 무섭다


쇼핑하기 참 좋은 세상입니다.

휴대폰 클릭 한 번이면 다음날 새벽, 주문한 물건이 집 앞으로 옵니다. 아직도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우리는 물건이 넘치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여기저기에서 소비를 부추깁니다. 현금이 없어도 카드가 없어도 뭐든지 살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하나면 됩니다. 지갑열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세상이 존재합니다. 현실 세계와 SNS 안의 세계. SNS 안에는 누가 누가 더 잘 샀나, 누가 더 많이 샀나,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나, 신박한 아이템이 쏟아지고 그 아이템을 뽐내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SNS 세상 속을 구경하다 보면 남의 집, 남의 살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어쩜 저렇게 멋지게도 꾸며 놓았는지 정령 집인지, 모델하우스인지 카페인지 모를 만큼 상상초월입니다. 그런 집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에서 살짝 욕심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저 아이템 우리 집에도 잘 어울리겠는데?’, ‘저 물건이면 내 삶의 질이 수직상승하겠는데?’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고백하자면 그렇게 들인 물건도 꽤 있었습니다. 그놈의 알고리즘이 뭔지 한 번 슬쩍 검색해 본 물건은 자꾸만 제 주위를 맵돕니다. 이때 검색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구경하다가 누르게 되는 내 손가락과 충동구매 버튼을 조심해야 합니다. 충동에 넘어간 쇼핑은 역시 만족감을 안겨줍니다. 그 찰나의 만족과 행복은 연기처럼 금방 사라집니다. 그럼 다른 물건으로 욕구를 사냥하러 가면 됩니다. 내 필요에 의해 얻은 물건은 행복도 설렘도 충동에 비례해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더불어 통장의 돈도 앗아갑니다.

충동적인 쇼핑의 만족과 행복은 생각보다 짧고 세상을 구경하다 보면 만족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새로운 물건이 늘 넘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집에 있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요. 집안에 물건이 많을수록 그렇습니다.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보면 깨달을 것입니다. 사실 저 물건이 없어도 된다는 것과 이미 나는 감당하지 못할 물건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요. 이제 남은 것은 얻은 물건에 대한 관리와 청소입니다. 그리고 SNS 속의 광고를 조심하는 일. 그놈의 무서운 알고리즘도요.


내가 최근에 뭘 검색했는데...나도 잊어버렸는데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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