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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20. 2023

정말 삶의 질을 높아지냐고요?

욕구를 필요로 둔갑시키는 그 말

‘000 추천템, 당신의 삶의 질을 높여줄 거예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귀가 솔깃, 손가락이 간질간질한 말입니다. 이런 글과 영상은 조회수도 엄청납니다. 협찬인지 광고인지 상관없습니다. 눈을 감고 결제하고 싶은 마음과 손가락을 꽉 묶어야 합니다. 내 삶의 질을 올려준다는데 사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잠시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 물건이 있으면 내 삶의 질이 오를지 아닌 지는 50대 50입니다. 여태 그 물건 없이도 이렇게 잘 살아왔고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라 어떤 불편도 금방 적응합니다. 가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이 좋아 보인다고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소비를 조장하는 것을 아닌지 괜히 타인의 욕심을 깨운 걱정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이렇게 SNS를 할 때 항상 주의합니다. 나 자신에게는 항상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되뇌이고 타인에게 욕심을 불어넣지 않기 위해 또 조심합니다. SNS는 또 다른 광고이자 쇼핑몰입니다. 물론 잘 사서 잘 사용하면 좋은 일이고 축하할 일입니다. 그런 물건들이 백이면 백 퍼센트의 잘 산 물건일 확률이면 좋겠지만 제 경우 새로운 아이템보다는 늘 내 손에 익은 물건이 더 좋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다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내 손에 길들여진 물건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번은 집에 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언서의 살림살이를 구경하다가 추천하는 칼을 고민 끝에 샀습니다. 당시 그 칼만 있으면 정말 내 삶이 달라질 것만 같았고 매일 잘 사용할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 그 칼이 삶의 질을 높여줬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편리하긴 했지만 역시나 주방에 있던 내 손에 익은 칼이 훨씬 편했고 껍질을 깎아내는 기능만 있어서 껍질을 깎고 과육을 자르려면 다른 칼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 칼을 볼 때마다 샀으니까 잘 사용해야 하는데라는 불편한 마음으로 보기만 할 뿐 결국 꺼내드는 건 기존의 칼이었습니다. 돈을 주고 불편한 마음을 산 것입니다. 결론은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어떤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참, 그 칼 바웠냐구요? 아니요. 아직도 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칼은 나에게 불편한 마음이자 다른 신박한 아이템에게 넘어가기 않기 위한 다짐이자 소중한 무기입니다. 어떤 신박한 물건이 나올 때 그 칼을 보며 욕구인지 필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 욕구였더라구요?

저는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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