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14. 2020

가방 속에도 미니멀이 필요해

미니멀한 가방 속 만들기

집은 미니멀한데 가방 속은 왜 이래??



  아이와 남편과 외출하던 날이었다.

 

"분명 아까 곰돌이 젤리를 챙겼는데.. 기다려봐 엄마가 빨리 찾아줄게~"


 아이의 요즘 최애 간식은 곰돌이 젤리이다. 언제 어디서 젤리를 사달라고 할지 몰라서 항상 챙겨 다닌다. 군인가족의 특권인 피엑스에서 아이의 곰돌이 젤리를 사면 편의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피엑스에서 산 곰돌이 젤리를 외출할 때마다 한 두 개씩 챙겨 다닌다.


 "엄마, 곰돌이 젤리 사주세요."

 "그럴 줄 알고 엄마가 챙겨 왔지~ 잠깐만~"


 역시나 놀다가 간식이 먹고싶은 아이는 젤리를 사달라고했다. 나는 호기롭게 '짜잔~' 하고 젤리를 꺼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방 안을 아무리 찾아도 젤리가 없다.


"곰돌이 젤리 말고, 다른 거 먹으면 안 될까?"


 결국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덩달아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외출 후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뒤엎었다.

가방 속에는 그동안 모아 온(?) 손소독제들, 당이 떨어질 때 먹는 내 사탕들과 간식들, 앞머리 롤, 모기기피제, 가위, 이어폰, 대일밴드, 거울, 일회용 젓가락, 때밀이(?), 쓰레기들까지..

 그 속에서 아까는 절대 보이지 않던 곰돌이 젤리도 찾았다.


 사실 가방을 정리 안 한 지 꽤 되었다. 아이가 기저귀 뗀 지가 꽤 되었는데 가방 속에 기저귀 파우치와 날짜가 지나서 물기가 말라버린 휴대용 물티슈까지.. 얼마나 안 했는지 가방 속 물건들을 정리하는 내내 부끄러웠다.


남편이 내 가방 속 물건들을 보더니 신기해했다.


"가위는 왜 가지고 다녀?"

"오~ 커피도 있네?"

"이어폰은 도대체 언제 쓰는 거야?"

"깨진 거울은 안 버릴 거야?"

"모기기피제 있었으면 아까 좀 뿌려주지.."

"때밀이는 뭐야?"


 다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 이유가 끝났는데 정리를 안 했을 뿐.


"가위는 승현이 젤리스트로우를 잘라줄 때 필요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이제 곰돌이 젤리로 갈아탄 아이는 젤리스트로우는 먹지 않는다. 가방에서 가위를 다.


"이어폰은 가끔 카페 가서 글 쓸 때 노래 들으면서 쓰고 싶을 때 사용하는 거야."


 코로나 때문에 카페 가서 글 쓰는 시간이 없어졌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싶을 땐, 집에서 블루투스를 다. 가방에서 이어폰도 뺐다.


"거울이 금 간 건.. 나도 몰랐네."

 

 금이 간 거울은 위험하니 가방에서 다.


"모기 기피제는 승현이 여름 필수품이었는데, 사실 지금까지 가방에 넣어둔걸 깜박했네."


 여름이 끝났지만, 가을 모기가 유행이니 가방 속에 남겨 둔다. 대신 사용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때밀이는 목욕탕 가서 산 건데 코로나 전이니깐... 이게 왜 여태 가방 속에 있었지?"

  

 때밀이는 우리 집 욕실로 가져다 놓았다.


 "승현이 선글라스는 언제 갑자기 필요할 지 몰라서 넣어논건데 잘안쓰니깐 이제 빼놔야겠다."


 대답하면서 나도 놀랐다. 몇 개월 동안 집 청소는 수십 번 하면서 정작 내 가방은 정리를 한 번도 안 한 것이다.


맥시멀한 내 가방 속


 모두 꺼내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이 많은 물건들을 들고 다녔기에 가방 속에서 젤리를 못 찾았던 것이다. 정리가 되지 않아 뒤엉켜버린 물건들..


 먼저, 가방 안의 물건들을 모두 꺼낸다. 그리고 분류를 시작한다.

쓰레기는 쓰레기들대로, 간식은 간식대로, 쓰임과 용도대로 분류한다.  그리고 쓰레기와 다 쓴 용도의 물건은 버리고 정리한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정리하고 나니 드디어 가방의 밑바닥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만 남긴다.


 이제 내 가방 속에는 파우치, 카드 지갑과 아이 간식, 수저와 포크, 아이 모기기피제, 손수건 2장이 들어 있다.

분류한 내 가방 속 물건들


  그리고 가방 속은 집에 와서 그날그날 정리해놓고 비워놓거나 다음 날 필요한 준비물들만 넣어 놓는다.



필자의 TMI
가방 속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내가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는 큰 파우치가 들어있다.

바로 아이가 기저귀 가방으로 쓰던 방수가 되는 파우치다. 아이가 기저귀를 끊고 이 파우치는 내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을 넣는 파우치가 되었다.


 파우치 안에는,

'수저&포크 &수저 케이스'가 있다. 집에서 간식을 챙겼을 경우 꼭 필요하며, 외식을 할 경우에도 아이 수저가 없는 음식점에서 유용하다. 아이 위생도 챙길 수 있다.

'손수건 2장'은 물티슈와 화장지 대용으로 챙긴다. 외출할 때 물티슈는 필수품이었다.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너무 남발해서 썼던 물티슈. 다 쓴 물티슈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한두 번 물티슈를 챙기는 일을 줄여보니 약간 불편은 했지만, 물티슈 안 쓰던 시절을 떠올리며 차차 적응하고 있다.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챙기니 쓰레기도 안 나오고 화학물질 덩어리였던 물티슈 사용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물티슈가 필요한 경우에는 손수건에 물을 약간 묻혀서 사용하면 된다.

 또 여름에는 땀을 닦는 용도로 쓰고 환절기에는  아이목을 감싸주기도 한다.

'텀블러' 개인위생을 지키고 커피 값과 물 값을 아끼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다만, 3개를 챙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실리콘 빨대' 음료를 빨대로 먹기 좋아하는 나와 아직 음료를 빨대로 먹어야 하는 아이의 필수템이다. 수저 케이스나 텀블러에 꽂아서 가지고 다닌다.

'간식' 집에서 챙겨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날이면 항상 '집에 있는데.. 가지고 나올걸..' 하는 순간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집에 있는 똑같은 간식을 사서 나온다. 쓰레기도 생기고 돈도 아까운 순간이다. 요즘은 아이 간식 통에 포장을 까고 내용물만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싸가지고 온 간식을 잘 먹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간식은 아이가 정하는걸로
 싸온 간식 먹는 아빠와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