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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18. 2020

먹다 남은 음식을 가져가는 것에 대하여

음식물쓰레기 제로 웨이스트


"할머니! 창피하게 왜 남은 음식을 싸가요~~"


"이거 내버려 두고 가면 다 쓰레기여~~ 집에서 된장국 끓일 때 넣으면 얼매나 좋은디~"


  전에는 몰랐다.

 남은 음식물들이 아깝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그저 누가 볼까 봐 조심스러웠고 할머니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외식하는 날, 할머니의 가방 속에는 항상 집에서 가져온 비닐봉지가 있었다. 식구들이 밥을 다 먹으면 남은 상추나 고추들을 챙기셨다. 남기면 얼마나 아깝냐고 하시면서 가끔은 남은 밥도 싸와서 집에서 누룽지를 눌러주시기도 했다.


 나는 혹시 사장님이 뭐라고 할 까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유난 떤다고 할까 봐 몰래 망을 봐주기도 했고, 가져가지 말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우리가 남긴 음식들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통에 들어갈 텐데 그때 할머니의 행동은 음식물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지혜였던 것이다. 이제야 할머니를 말리고 핀잔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음식물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누구나 막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고는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실천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언제나 장은 넉넉하게 봤고, 음식 또한 넉넉하게 했다.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잖아.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게 얼마나 귀찮은데.."


  집에서 밥을 먹고 남은 음식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니까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단지 우리 집에 쌓인 음식물 쓰레기를 비워야 한다는 귀찮음이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모자란 것보다는 넉넉하게 먹는 것이 낫지'라는 생각에 나는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결국 남은 음식들은 항상 쓰레기가 되었다.


 또, 음식물 쓰레기는 먹고 남아서 버려지는 것뿐만 아니라 유통과 조리, 보관하는 과정에서 유통기한을 넘겨 나오기도 한다. 냉장고에 넣어놓고 깜박하거나 양을 많이 사서 보관하는 중에 썩어서 버리는 것도 꽤 많이 나온다. 


 하루 한 번이라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을 거르면,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한다. 특히 여름엔 초파리들까지 꼬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싼 가격이라고 많이 사서 쟁여 놓다가 버린 적이 꽤 있다. 달랑 세 식구가 먹는데 좋은 식재료로 그때그때 양 껏 사 먹으라는 할머니 말씀보다 싼 가격에 내 은 지갑을 열었, 풍족하게 냉장고를 채웠다.


 결국 못 먹고 쓰레기통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우연히 본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음식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조사 자료를 보면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는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친정 엄마는 자주 가는 음식점에 항상 빈 통을 가지고 가신다. 남은 음식은 항상 셀프로 포장을 해오신다.


"아이고 제가 해드릴게요~ 말씀하시지~~ 그럼 포장해드릴 텐데"


 친정엄마가 좋아하는 붕어찜을 먹으러 가면 항상 붕어가 남았다. 아빠 빼고는 붕어찜 안에 시래기를 먹으러 가기 때문에 항상 붕어가 한 마리씩 남았다.


"붕어 한 마리가 얼마 짜린데~ 사장님한테 포장 가능하냐고 여쭤보고 와~"


 생각보다 음식점에서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주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이다. 포장 용기가 따로 없어도 포장해주시기도 한다. 어차피 가져가지 않으면 버리는 거라시면서.. 그날도 남은 붕어찜을 흔쾌히 사장님께서 포장을 해주셨다. 이제는 엄마가 집에서 포장 용기를 가져가신다. 알아서 시래기를 먹고는 남은 붕어 한 마리는 싸간다. 다음 날 아빠는 그 붕어를 데워서 맛있게 드신다. 붕어찜을 먹으러 갈 땐 자동으로 챙기는 포장용기. 그때는 그 용기 하나 챙기는 일이 참 귀찮았다.


 그 엄마의 그 딸, 그 할머니의 그 손녀라고 이제는 내가 용기를 챙겨 다닌다. 이제는 더 이상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의 귀찮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없애고, 다음 날 소중한 한 끼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는 텅텅 비었다.

냉장고가 꽉 차 있다고 먹을 게 많은 것이 아니고 냉장고가 비었다고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냉장고 파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냉장고가 비워지는 그때그때마다 장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다. 장을 볼 때는, 가격보다는 신선도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일주일 식단을 계획해 필요한 재료를 사 온다. 음식을 할 때는 세 가족이 먹는 양을 감안해 조리하고, 반찬은 대용량이 아닌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맛있게 요리해 먹는다. 찌개나 국도 꼭 먹을 만큼만 조리한다. 냉장고가 빌수록 음식물쓰레기도 덜 나온다. 냉장고 깊숙이에 뭐가 있나 날 잡고 살펴보는 일도 없다.


 전쟁 시만 아니라면, 앞으로도 우리 집 냉장고는 지금처럼 음식물들을 잠깐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다.


 엄마나 어머님께서 우리 집 냉장고를 보면 걱정하시겠지만, 우리는 냉장고가 꽉꽉 차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사는 중이다.





목요일 쯤에 우리 집 냉장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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