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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21. 2020

마카롱 살 때 '용기'내보기.

용기 내 프로젝트

 "치즈 맛, 우유 맛, 바닐라 맛, 캐러멜 솔트 맛 여기에.. 포장해주시겠어요?"



  오늘도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본다.



  신랑의 긴 훈련으로 아이와 친정 집에 놀러 왔다. 우리 집과는 달리 반경 1킬로 안에 카페, 치킨집, 분식집, 핫도그 집, 빵집,  마카롱 집까지 있다.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다. 유행은 지났지만 유행 때 못 먹었던지라 마카롱 집만 보면 괜히 한 두 개를 사 가지고 온다. 작고 뚱뚱한 마카롱 하나로 당 충전이 완료된다. 달콤하고, 쫀득한 마카롱 한 입에 고된 육아의 피로가 잠시나마 스르륵 내 입안의 마카롱처럼 녹는다.

 

  친정집에 도착 한 날부터 마카롱 집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친정집 베란다에서 훤히 보이는 마카롱 집.

'언제 가지? 무슨 맛 먹지? 몇 개나 사 올까?' 아이와 베란다에서 놀 때마다 내 눈은 마카롱 집을 염탐했다.


 아이를 재우고 드디어 마카롱 집을 가는 시간이 왔다. 에코백을 들고나가려던 차에 문득 생각난 '용기'


 '마카롱도 비닐 대신 용기에 포장해서 가져오면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지?'


 미리 비닐포장만 되어 있지 않았다면 반찬통에 싸오려고 유리용기를 챙겼다. 에코백 안에 유리 반찬통을 가지고  마카롱 집으로 출발했다.


'마카롱 집 사장님이 안된다고 하시진 않겠지?'

'손님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겠지?'

'이미 포장이 되어있으면 어쩌지?'


  다행히 마카롱들은 포장되어있지 않고 진열장에 아름답게 쌓여있었다. 주섬주섬 가져온 유리 용기를 꺼냈다. 그리고

 분식집에서 떡볶이 포장을 성공한 것처럼 마카롱 집에서 '용기'를 내었다. 테이블마다 손님이 있어서 더 떨렸다.


"사장님~ 혹시 여기에 포장될까요?"

"네? 여기에 그냥 바로요?"

"네.."

"네~~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치즈 맛, 우유 맛, 바닐라 맛, 캐러멜 솔트 맛이요~~"


 오늘도 마카롱 집에서 '용기'내기는 성공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마카롱 하나를 덤으로 주셨다. 마카롱 집에서 덤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내 용기는 마카롱으로 꽉 찼고, 비닐 쓰레기들은 줄었다.


 집으로 돌아와 낮잠이 깬 아이와 사이좋게 유리용기에 싸 온 마카롱을 나눠먹었다.


 "짜잔 엄마가 맛있는거 사왔어~~"

"우와~~진짜 마카롱이잖아? 승현이는 핑크색!!"


 닫혀있는 뚜껑을 열자 기대에 차 있던 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유리용기 안의 가지런히 모여있는 마카롱들이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용기' 내길 잘했다.

아이 오후간식으로 용기내서 사 온 마카롱


 앞으로도 나의'용기 내 프로젝트'는 쭉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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