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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12. 2020

쓰레기 봉지 들고 캠핑을 갔다.

충주 복성저수지

플로깅을 알고 나서부터 꼭 실천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캠핑을 자주 가기 때문에  그때마다 쓰레기 줍기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비닐봉지나 쓰레기봉투를 꼭 챙겨간다.


 남편이 쉬는 주말  오후, 아이와 캠핑을 떠났다. 



 캠핑 장소는 신랑의 추천으로 '복성 저수지'라는 작은 저수지였다. 하늘은 맑고 저수지는 잔잔했다.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는 너무 행복해했고, 우리 역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우와~  이런 곳 어떻게 알았어?"


"예전에 낚시하러 몇 번 왔었지~ 승현이 데려오고 싶었는데 드디어 데리고 왔네~"


 아이 역시 너무 좋아했다. 모래사장이 있다는 말에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을 챙겨 오더니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모래와 한 몸이 되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너무 좋았다. 자연과 노는 아이까지 있으니 한 폭의 그림같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리는 깜짝 놀랐다. 한 폭의 그림을 깨는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이곳은 캠핑장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다. 그냥 시골길 가에 있는 작은 저수지였다. 가끔가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곳에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신발, 간식 쓰레기, 비닐봉지, 양말, 일회용 컵, 고무장갑.. 조합하기 힘든 쓰레기들이 모여 있었다. 비닐은 너무 삭아서 주울 때마다 뜯어져서 줍기조차 힘들었다.


 우리는 챙겨 온 쓰레기 봉지에 각종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주워도 주워도 쓰레기는 계속 나왔다. 부피가 꽤 큰 것들도 많아서 못 주운 쓰레기들도 있었다.


'이렇게 멋진 자연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고 싶을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의 이기심에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모래와 한 몸이 되어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아끼고 보호해야 할 자연에게 쓰레기를 남기고 가다니..

 

사실 나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환경 보호', '자연보호'는 내가 아닌 그 누군가가 지키면 되는 줄 알았고, 무심했었다.


 자연을 좋아하고, 민들레 홀씨를 보며 즐거워하며, 모래와 돌멩이를 장난감 삼아 노는 아이를 보고 깨달았다. 자연은 내가 지키는 것이라는 걸..


"다음에 올 때는 더 큰 봉투 챙겨야 할까 봐.."


 경치가 끝내주는 '복성저수지'에서 우리의 캠핑하며 플로깅 하기는 결국 쓰레기를 남기고 돌아왔다는 찝찝함에 아쉬운 캠핑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더 큰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오자고 약속했다.


 

복성저수지 풍경
이상한 조합의 쓰레기들
주워도 주워도 끝이없는 쓰레기
모래와 한 몸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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