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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Nov 07. 2020

캡슐 커피를 포기했다.

캡슐 커피의 배신

 "우리도 캡슐커피머신 사자~"


  남편 설득에 성공하고 드디어 집에 캡슐  커피 머신을 들였다. 내 마음속에 쏙 드는 하얗고 크기도 아담한 가성비 좋은 커피머신이다,


"거봐, 이제 카페 갈 필요 없지? "

"그러게? 이미 와 있었네?"


 한동안 커피머신에 푹 빠져 종류별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육아를 시작하는 나는 달달한 바닐라 라테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커피머신 하나로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라테와 달고나 커피

  집에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 카페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없어졌다. 덕분에 커피 값도 많이 줄었다. 매일 아침 맛있는 커피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에서 커피 마시자~"


 하루에 홈카페를 몇 번씩 열었는 지 모른다.


 잠시 커피에 눈이 멀어 매일 몇 개씩 나오던, 한 달이면 수십 개씩 쌓이는 조그마한 커피 캡슐 플라스틱 쓰레기를 잊고 있었다.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도 모르면서 커피를 즐길 줄만 알았다.


  어느 날, 지인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캡슐커피를 분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캡슐 비닐을 뜯은 , 커피가루를 빼내고 캡슐 통을 깨끗하게 씻어서 내용물 따로 통 따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아. 뿔. 싸.

  커피를 마신 뒤 무심코 일반쓰레기에 버리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매번 제로 웨이스트와 올바른 분리수거를 외치던 내가 캡슐커피는 막 버리고 있었다.


 커피 캡슐 분리수거 방법을 제대로 찾아보았고, 매번 하기에는 귀찮아 열개씩 모이면 분리수거를 했다. 안 하다가 하려니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분리수거가 귀찮아서 점점 캡슐 커피를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본 기사가 나와 캡슐커피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미국의  '커피 캡슐 논쟁'에 대한 기사였다.

커피 캡슐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에는 세 집 중 하나가 캡슐커피 기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4년 미국에서 점유율 1위 회사의 쓰고 버린 커피 캡슐을 이으면 지구 10.5바퀴를 돌고도 남는다고 한다. 한 회사의 폐기물량이 이 정도이니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양은 가늠하기 힘들다. 캡슐 용기의 주요 성분은 7번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7개로 나뉘는데, 7번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커피 캡슐은 플라스틱 외에 종이, 알루미늄 포일 등이 결합돼 있다. 간편해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사용 후 커피 캡슐을 일일이 분해하여 재활용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논란의 정점은 커피 캡슐을 만든 개발자가 자신의 업적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캡슐커피 기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했다. 또한 회사를 사직하고 최근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태양열 패널을 만드는 회사이다. 자신의 개발품이 환경에 끼친 부담에 속죄하는 마음에서 차렸다고 한다.

출처. 세계일보[전상일의 건강解] 미 캡슐커피 유해 논란 남의 일 아니다


 요약하자면, 커피 캡슐은 분리 배출을 잘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으며, 캡슐 또한 뜨거운 고온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이(환경호르몬의 하나인 BPA는 불임, 암 발생, 당뇨병, 성조숙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이다.) 나와 인체에 축적된다. 또한 커피 캡슐에 들어가는 커피는 대부분 가장 저렴한 커피이고, 저질 커피의 맛과 불쾌한 향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강하게 볶거나 태운다고 한다. 태운 쓴맛 커피에 신맛과 단맛의 커피를 섞으면 먹을 만한 커피가 되며, 첨가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저질인 재료를 감추려는 다양한 상술을 소비자는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충격적인 기사였고 그동안 맛있게 먹은 캡슐커피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캡슐의 환경 쓰레기와 환경호르몬의 문제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다.

[출처] 환경호르몬 먹거리 경고 홍삼보다 캡슐커피를 염려한다.(커피를 마시는 국민이 더 많다)|작성자 커피 코나



  나의 결론은, 그렇게 좋아하던 캡슐 커피를 단번에 포기했다.

아니  사실을 알고 더 이상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나는 환경을 해치는 캡슐 쓰레기를 만들기 싫었고, 내 몸 속과 가족들 몸속에 환경호르몬을 남기기 싫었다.


우리.. 캡슐 커피머신 없애자..


 다시 남편을 설득했다. 약 8개월 만에 캡슐 커피머신은 우리 집을 떠났다. 그대신 우리는 지구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소비방식을 택했다.


  바로 스테인리스 커피 필터로 커피를 내려마신다.

단돈 만원대의 스테인리스 커피필터

 

  질 좋은 커피콩을 사서 먹을 만큼 갈아서 스테인리스 필터에 내려먹는다. 캡슐 커피머신보다 약간 귀찮지만 쓰레기가 덜 나오고 몸에도 좋고(?) 믿을 수 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스테인리스 커피필터가 캡슐 머신보다 좋은 점.

 공간도 덜 차지하고, 전깃세도 절약하고, 쓰레기도 안 나오고, 좋은 원두를 사서 먹으니 믿을 수있다.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세 가지.

커피 찌꺼기는 우유팩에 잘 깔아놓고 하루 이틀 바짝 말려 사용한다.


1. 말린 커피 찌꺼기를 모아 냉장고 속이나 신발장에 넣어두면 탈취효과가 있다.


2. 생선 기름 묻은 프라이팬 설거지를 할 때, 커피 찌꺼기로 문지르면 냄새도 없어지고, 눌어붙은 음식물 찌꺼기도 떼는 데 효과적이다.


3. 말린 커피 찌꺼기를 흙과 섞어 화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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