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김영하는 참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소설가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지’ 같은 고리타분함에 얽매이지 않는다. 기회가닿으면 다양한 곳에서 조금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의 욕구에 공감한다. 그가 소설과 에세이와 강연을 통해 일관되게 말해온 메세지에도 공감한다. <알쓸신잡>도 챙겨보았고, 짧은 강연들도 자주 보았다.
강연자로서의 김영하도 좋은 메신저다. 그의 강연은 짧지만 많이 준비한 느낌이 있고, 메세지도 명확하다. 그러나 어쨌든 김영하는 말하기보다는 ‘쓰는’ 사람이다. 세상에 메세지를 던지고 싶은 욕망을 못이겨 여기저기서 말해오던 차에, 문득 자신이 가장 잘하는 ‘쓰기’로 그 메세지들을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나 독자로서 동어반복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유튜브나 TED를 찾아보는 대신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는 뭘까.
그것은 또다른 욕망이라고 해야할까 책임감이라고 해야할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고 싶을 때 바로 하는게 가장 효과적일까? 아니면 조금 기다리고 다듬더라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하는게 역시 옳은가? 한번 전달한 메세지는 수용자의 해석에 맡기는것이 좋은걸까? 아니면 조금 타이밍이 지났더라도, '그때 내 말은 무슨 뜻이냐면..'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조금 더 정확히 전달하는게 좋은걸까.
그의 생각과 메세지에 공감하느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수단으로 어떤 생각을 전달한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