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캠퍼스는 참 운치 있다. 그리고 그가 왔다. 우리 학교에. 물론 혼자 나만 보러 온 것은 아니다. 항상 함께 하는 그 모임의 임원들과 함께이다. 2차 모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 열명은 아주 친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 학교 행사에도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은 우리 학교에서 봉산 탈춤이 한 판 벌어진다. 그는 훈련이 있었는가. 내가 좋아하는 하얀 셔츠와 칼날같이 주름 선 바지의 ROTC 복장이다.
그도 나를 보면 설레고 그럴까? 하하 행여 그럴 리가. 나는 평민 그는 회장님 아닌가. 지극히 평범한 내가 그의 눈에나 띄겠는가. 그러면 어떠랴. 혼자 하는 이 마음도 꽤 괜찮지 아니한가. 누가 그러던가. 짝사랑은 맘껏 할 수 있어서 채일 걱정이 없어서 좋다고. 푸하하하. 내가 밤마다 생각하는 걸 알기나 할까? 알긴 어떻게 알아. 알면 도리어 복잡해져. 그냥 홀로 즐기자고.
그런데 어쩌면 나의 마음은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해서 박수가 절대 한쪽만으로는 소리가 날 수 없듯이 그도 약간은 그런 느낌이 있기에 나 역시 그토록 그를 보면 설레고 좋아 미치겠는 것 아닐까. 꼭 말을 해야만 알까? 내가 이렇게 그를 좋아하는 마음은 전혀 내색을 않는다 해도 어디선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것도 못 느끼는 무감각이라면 에잇. 하하 난 혼자 별거별거 다 한다. 푸하하하 맘속으로야 무얼 못하겠나. 어쨌든 서두르자. 나도 선배님들과 함께 그들을 안내해야 하니까.
쏴아 쏴아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강당 안에 가마니를 깔고 향을 피우고 우리들의 제사가 시작된다. 봉산탈춤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둥둥 두들겨지는 장단에 맞춰 으샤 으샤 서로 어깨를 부딪는다. 하. 이거 너무 재밌다. 그렇지! 중이지 뭐야. 싫어 영감. 더 크게 불러야지. 너무 짧아. 관세음보살. 좋다 좋아 좋을 시고. 하하 푸하하하 있는 대로 소리치고 장단에 맞춰 고개를 휙휙 왼쪽 오른쪽 각도 있게 돌려가며 탈춤을 춘다. 무릎을 굽힌 채로 번쩍번쩍 다리를 들어 올리며 탈춤을 춘다. 봉산탈을 쓴 출연자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어깨를 들썩들썩 강당 안 모두가 어우러져 우리의 춤을 춘다. 좋을시고 으샤 으샤~ 아 하하하하 쏟아지는 웃음. 푸하하하 그가 함께 하니 나는 더욱더 신이 난다. 얼쑤 으샤 으샤~
각시탈을 쓴 은애. 예쁘다. 탈춤 동아리 들어간다 하는 가 싶더니 어느새 주인공을 꿰찼다. 그녀의 능력이라니. 으쌰 으쌰 우우우우 각시탈의 그녀 몸짓 따라 모든 사람이 함께 덩실 더덩실 온몸을 흔들어대며 즐겁다. 아. 나의 그도 저 각시탈을 주시할까? 각시탈을 쓴 그녀는 날씬한 몸매만큼이나 한복이 어울려 시선을 끌며 강당 안 그 많은 사람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은애는 지금 너무나 매력적이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