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그녀는 예쁘다

소설 6

by 꽃뜰
야 끝내주더라 하늘하늘 몸매로 공을 던지는데



아, 난 듣고 말았으니 과 선배들은 분명 은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왜냐하면 난 하늘하늘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리고 소프트볼 피쳐는 우리 둘 뿐이니까. 굴뚝같은 허벅지에 매우 튼튼한 나. 시커멓게 햇볕에 그을린 얼굴 하며 울퉁불퉁 까지는 아니지만 빵빵한 근육. 하늘하늘은 그녀를 말하는 거다. 그녀는 예쁘다. 길고도 치렁치렁한 머리를 기술적으로 아니 아무렇게나 말아 올린 듯 봉긋 솟게 하여 긴 머리카락 일부가 사르르 흘러내리게 한 것이 꽤 매력적이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그 누가 나를 주시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공을 잘 던진다 해도 인기는 하늘하늘 예쁜 그녀가 다 차지하리라. 공은 내가 정말 잘 던지는데.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를 연방 터뜨리며 우리 과를 점점 결승으로 몰아가고 있는 기막힌 피쳐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 멋진 과 선배님들은 그녀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녀의 투구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는 왜 그녀를 신경 쓸까? 거울을 보니 웬 선머슴이 있다. 소프트볼 대회가 열리고 있는 요즘 특히 그렇다. 운동 잘하는 나는 우리 과 투수로 다른 과를 우습게 이겨가고 있다. 여학생이 많지 않은 학교에서 여학생 소프트볼 대회는 그야말로 우우우우 남학생들의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휘익휙 휘파람 불며 응원해주는 멋진 선배님들. 오홋. 빵! 뻗어나가는 나의 볼에 우아아 아 쏟아지는 함성. 그런데 아, 그런데 은애가 볼을 던질 때는 잘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날씬함에서 오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그녀가 볼을 던질 때면 그래서 구름 떼같이 남학생들이 몰려든다. 우우 우우~ 화장실 다녀오며 살짝 거울을 보니 나는 선머슴이 따로 없다. 머리를 왜 이리 짧게 잘랐을까? 허구한 날 운동장에서 연습한다고 얼굴은 시커멓고. 하늘하늘 은애는 남학생들을 몰고 다닌다. 그렇다고 뭐. 그 애가 그렇게 인기가 하늘로 치솟는다고 그래서 뭐! 그래. 인기 있으라 그래. 그녀는 그녀! 나는 나일 뿐이야. 마음을 추슬러보지만 아니다. 괜히 너무 열심히 했는가 보다. 얼굴이 이게 뭐야. 땡볕에 너무 탔잖아.


그래도 그 짜릿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달려라 달려 세이프. 운동장이 떠나가라 소리쳐대는 과 선배님들. 곁에서 함께 달려주며 힘을 내게 한다. 시합하는 우리 여학생들보다 더 바쁜 선배님들 하하. 비교는 말자. 왜 비교를 해. 그녀는 그녀대로 난 나대로. 아, 그러나 그거 안된다. 누구든 그녀에게만 폭 빠질 것 같다. 나 같은 건 아무도 염두에도 안 둘 게다. 그게 자꾸 나를 주눅 들게 한다. 아니! 뭔 바보 같은 소리. 주눅은 누가! 그녀는 왜 살이 안 찔까? 우리 과 여학생 도무지 네 명은 다방에서 종종 에이스 크래커를 커피에 찍어먹곤 하는데 똥배 신경 쓰느라 한 개? 두 개? 에잇 하나만 더! 조심조심 먹는다. 그러나 그녀는 다르다. 전혀 걱정 없이 끝까지 다 먹는다. 그런데 살이 안 찐다. 웬 복이람? 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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