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남의 눈! 아 제발 벗어나자!

소설 8

by 꽃뜰

춥다. 날이 춥다.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하릴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 아무리 보아도 난 오늘 복장이 아니다. 얼마나 추워 보이는가. 짧은 팔이라니. 그것도 소매가 아주 널찍한. 색깔은 또 왜 이리 흐리멍덩이냐. 새로 산 옷인데 벌써 짧은 팔이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잠깐 들었지만 따뜻할 것 같은 날씨에 용기 내어 새 옷을 입고 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이 컴컴해지며 그렇게 추울 수가 없다. 나는 괜찮다. 이깟 추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뭐라 하겠는가. 쟤는 저렇게도 계절 감각이 없는가? 모야. 옷이 저게 모야. 이 추위에 짧은 팔이라니. 오달 달달 떨고 있네 패션감각이라니 참. 아, 그렇게들 나를 보며 뭐라 할 것만 같고 느껴지는 추위보다 그게 더 견디기 힘들다. 날씨는 왜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가 올 듯 추워진 단말이냐.


봄 날씨는 이게 문제다. 내가 봐도 나의 옷은 지금 날씨에 맞지 않다. 나플 나플 소매 부분이 넓은 게 매력포인트인 옷인데 그 때문에 더욱 추워 보일 뿐이다. 그냥 이 화장실에 칵 처박혀 있을까? 어떻게 나가지? 추운 건 모 그런대로 참을 수 있어. 그러나 저 뭇사람들의 시선을 어찌한단 말이냐. 비난이 쏟아질 듯해. 이런 날 저 애 옷 하고는. 이 추위에 웬 멋이람. 하이고 추워 어쩔까. 동태 되겠네. 그렇게 다들 나의 옷을 보며 이야기할 것만 같다. 아, 난 도대체 왜 왜 왜!!! 그렇게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남의 눈! 아 제발 벗어나자!


에잇! 그래 난 엉망이다. 옷 까짓것 좀 잘못 입고 나왔다. 그래서 뭐!!! 빵! 화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씩씩하게 나간다. 라면 좋겠지만 흑 홀로 너무 이른 봄옷을 입고 온 게 예쁘고 여부를 떠나 창피하다. 나 지금 너무 추운가? 견딜만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며 쏙닥쏙닥 할 것만 같아 견디기 힘들다. 아니, 저리 심한 봄 옷을 벌써?


그래도 다시 한번 에잇! 그래 난 엉망이다. 그래서 뭐!!! 빵! 화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씩씩하게 나간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중학교 때 좌우명 '운명아! 비켜라! 내가 나간다!'를 부르짖으며 말이다. 음하하하 나는 곰이다! 돼지 같은 아저씨가 산 꼭대기 올라가 부르짖는 드라마가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아저씨가 그래 나 못났다. 그래서 뭐? 세상에 호령하듯 두 팔 두 발 다 쫙쫙 벌리며 호탕하게 웃어 제낀다. 음하하하하하 나는 곰이다!!!! 바로 그거다. 남의 시선 따위 빵! 저 우중충한 하늘로 차버리자구. 에잇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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