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집중이다

소설 10

by 꽃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래 집중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대화에 집중. 그래. 다 들켜버렸어. 난 이렇게 패션감각이 없다오. 어쩌라고.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 갇혀있을 필요가 무어 있냐고. 어때. 좀 못나면 어때. 좀 옷이 아니면 어때. 그래서 뭐. 그래서 뭐! 바닥에 떨어지고 나니 올라갈 일만 남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 이 봄날에 내가 그리던... 뭬라! 그리던? 푸하하하 또 지나가던 똥개가 웃겠다. 푸하하하 웃겨. 참으로 매력적인 게다가 회장인 그가 나를 거들떠나 보겠냐고. 그리던? 푸하하 하하하 웃겨 정말. 짝사랑도 너무 도가 지나칩니다. 정신 차리 잣.


여기 앉으시죠.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학교 앞 다방에 들어왔고 헉 그가 자리를 권하는데 그의 옆자리다. 상근형과 그가 나란히 앉고 내가 그 앞에 앉아야 할 터인데 나랑 그가 나란히 앉고 상근 형이 그 앞에 앉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와우. 쿵쿵 쿵쿵! 나의 가슴이 난리가 난다. 쿵쿵 쿵쿵 난리 난 나의 속마음이 들킬 리는 없으니 살포시 얌전하게 그가 앉으라는 자리에 앉는다. 와우 음하하하하하


이 모임의 가장 큰 이벤트. 영어연극의 상세한 의논을 위해 그는 총무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영어로 예쓰! 한 마디 하기에도 신은 땀 죽죽 나는 신입회원인 내가 헤드쿼터의 의미심장한 계획을 듣고 있으려니 푸하하하 그냥 마구 신이 난다. 다방 안이라 추울 걱정도 없겠다 신입인 나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어쨌든 그들의 대화에 어마 정말 재밌겠네요! 추임새를 넣어가며 집중하니 셋의 대화는 아주 흥미롭다. 잘 모르는 이야기지만 매우 집중을 하니 함께 이야기 맥을 풀어갈 수 있다. 하하 재밌다. 아하. 그래요? 오마 낫. 그것까지요? 와우 정말 모든 걸 영어로요? 등등 집중하면서 나오게 되는 자연스러운 추임새. 어느새 나의 옷이며 조금 아까 바닥까지 떨어졌던 비참한 마음은 깡그리 사라져 버린다. 셋이서 집중하며 신나게 대화가 진행된다는 것. 요것이 중요하다.


아, 함께 스탭 할래요?


헉. 요 거이 또 뭔 소리? 오호호홋. 나와 함께 하는 대화가 무척 재밌었나 보다. 아니, 나의 추임새가 그들의 대화를 참으로 잘 풀어냈는가 보다. 연습시간이며 스태프진이며 공연 대본이며 그 많은 이야기들의 초안이 이루어지는데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앗. 네? 네네네? 함께 스탭요? 난 영어도 잘 못하고 안돼요. 아직 그런 거 안돼요.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걸요. 아니요. 안될 걸요. 속에서 아우성치는 노! 대신 나의 대답은 헉.


네! 해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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