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라 해서 뭐 대단한 게 아니다. 아니 나의 역할이 대단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일종의 회장 보조랄까. 특채로 고용된 보조역할. 푸하하하 쟁쟁한 고수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고 필요한 것 사사사삭 제공하는. 마음속엔 그가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챙긴다. 보조. 보좌관 그래. 나는 그의 특별 보좌관이다. 음하하하
배우 할 사람 스태프 할 사람. 그렇게 나누어져서 각본을 복사해오고 연극하는 분을 강사로 초청하고 착착착 일이 진행된다. 난 얌전히 보고 돕는다. 스태프란 그렇게 배우들이 빛나도록 돕는 역할. 살짝 그의 노트를 챙겨주고 책을 챙겨주고 펜을 챙겨주고.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좇으며 눈빛 하나로 척척 그의 요구 사항을 알아낸다. 오호 어느새 그의 손발이 되어있는 나. 아는 듯 모르는 듯 조용히 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회장 보조로 특별 채용된 것은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우리 학교 동아리 선배로 나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총무에 의해 작전은 이미 짜졌던 것인데 화장실을 나오며 내가 먼저 그를 보게 되어 상근형이 일부러 나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무언가를 찾는 그에게 펜과 종이를 내민다. 오홋. 깜짝 놀라는 그의 눈길. 그래 이거 야. 난 이렇게 챙겨주는 거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 그의 얼굴에서 아니 그의 눈에서 그 멋진 눈웃음이 살짝 나를 향한다. 오호호홋 연극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배우들 연습이 시작되고. 강사가 오고 스태프라는 우리는 그들의 연습시간에 과일이며 빵이며 사간다. 그렇게 열심히 진행되는 연극.
오늘도 변함없이 회장인 그와 총무와 특별 보조인 나는 간식거리를 사 들고 그들의 연습장을 찾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헉! 그녀가! 은애가 거기 있다.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