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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17. 2020

태국 공항 무사히 탈출

코로나 19를 조심하며 

그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공항 안 비행기를 타러 가는 버스 안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대롱대롱 천장에 매달린 둥근 손잡이를 잡는 우리를 보며 바로 앞에 앉아있던 부부가 웃는다. 하하 그렇지요? 우리도 웃는다. 웃어도 얼굴 전체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오직 눈으로만 웃음이 표현될 뿐이다.  


그렇다. 우리는 그야말로 단단히 무장했다. 지금은 은퇴한 남편의 옛 직장동료들 부부 26명이 원정경기를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길이다. 1회용 비닐장갑을 한 부부당 20개씩 나누어 갖고 문고리 한 번 잡고 벗고 화장실 한번 가고 벗고 무언가 만질 때마다 가차 없이 버리고 새로 끼자며 태국 공항 탈출에 만전을 기했다. 그뿐일까. 방콕 공항으로 떠나기 전 숙소에서 이미 모든 인사를 마친다. 공항에선 신속히 비행기 타는 데만 전념하기 위해서다. 세부부씩 나누어 조를 짜서 사사사삭 그야말로 007 첩보 작전하듯 재빨리 게이트까지 진입하기로 한다.  


그 많은 면세점 유명한 가게들을 기웃거리지 않고 휙휙 지나치며 오로지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 할 H2a 게이트를 향하여 돌진 또 돌진. 무빙워커에서도 남편에게 주의 준다. 여보 그거 손잡이 만지지 말아. 마스크도 갑갑하다고 자꾸 벗으려 하고 비닐장갑도 여차하면 벗으려 한다. 남편들은 아내들이 너무 극성이라며 불만이 많다. 봐라 봐. 어디 비닐장갑 낀 사람이 있누? 그렇게들 투덜거리지만 대한민국 아줌마 파워로 마스크 씌우고 비닐장갑 끼우고 자꾸 기웃거리는 쇼핑몰에서도 잡아끌며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 할 게이트로 신속히 온다. 음하하하 우리는 대한민국 아줌마!!!


오던 중에 화장실이 급해 들어갔으나 앗 안에서 들려오는 매우 심한 기침소리. 그러나 어느 칸에서 나오는지는 분간이 어렵다. 어떡하지? 바로바로 저런 경우를 조심하라 했지. 화장실이 급함에도 불구하고 급히 밖으로 나온다. 남성용엔 별일이 없는가 그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며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냥 나도 어디고 들어갈 걸 그랬는가? 내 앞에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닫힌 화장실 문안에서 기침소리가 심하게 들리는데 그게 어느 칸인지 어떻게 아는가? 혹시 감염된 사람일지 어찌 아는가 말이다. 그 사람이 나온 자리에 딱 내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건 큰일 아니겠는가. 일단 위험한 것은 피하고 볼 일이다. 그래 잘했어. 


내가 본래 늦으니까 남편은 아주 느긋하게 손을 깨끗이 닦고 나오는가 보다. 정말 늦게 나온다. 기침 소리가 심하게 나서 난 가지 않았어. 어쩜 이렇게 늦게 나와? 하고는 다시 H2a를 향하여 돌진. 헉. 아무리 화장실을 찾아도 급히 찾으니 뵈질 않는다. 한참을 가서야 겨우 보이는 화장실. 모야 뒤로 해서 가고. 어째 좀 직원용인지 유니폼 입은 자들이 훨씬 많고 아까의 그 화려한 화장실과는 많이 대비되며 소박하다.  또 드는 생각. 직원들은 여기 상주하니까 더 위험한 거 아닐까? 아까 거기가 더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리 심하게 기침하는 사람이 있는데 안 가길 잘했지. 그런데 여긴 아무래도 직원용 같아. 그냥 나갈까? 안돼 너무 급해. 아무 곳에도 나의 살이 닿지 않도록 조심조심. 온갖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어 더욱 조심하며 겨우 볼 일을 보고 그리고 나와서는 손을 빡빡 빡빡 열심히 닦고 또 닦는다. 


가게에 들어가지 않으니 선물도 살 수가 없다. 그래도 선물을 사야 하지 않아? 남편의 기웃거림에 아니야 여보. 이번엔 모두 이해할 거야. 안돼. 쇼핑은 아니야. 극성을 부리며 사람들과 눈도 못 맞추게 하며 남편을 꼭 붙잡고 납치하듯 우리의 게이트로 데려온다. 그리고 보딩 시간까지 그 몇 시간을 오로지 핸드폰 또는 우리의 이야기로만 채운다. 수다에 장사 있는가. 어느새 밤 12시 5분 비행기의 탑승시간 11시 반이 된다. 


실내가 더 위험하다며 간호대 교수인 친구는 비행기 안에서 꼭 마스크를 쓰라고 신신당부했다. 밥 먹을 때만 살짝 벗고 밥 먹자마자 또 쓰란다. 불편하지만 단단히 마스크를 쓴다. 되도록 남들 만진 곳을 안 만지기 위해 화장실도 최대한 참는다. 보름 전 태국에 갈 때만 해도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찼었는데 돌아가는 비행기엔 어라 자리가 여유롭다. 옆자리도 앞자리도 빈자리가 꽤 눈에 띈다. 줄줄이 붙어 배열된 우리 자리를 떠나 신나게 누워서 가자고 뚝 뚝 떨어져 옆으로 옮긴다. 누우면서 드는 생각. 비행기는 다 소독했을까? 이렇게 이 자리 저 자리 옮기며 눕는 새 어딘가 바이러스가 남아있다 침투되는 건 아닐까?  비행기 좌석 앞에 마련된 스크린을 터치하며 드는 생각. 손으로 만지는 게 제일 위험하다던데. 이렇게 프로그램 찾아 두들겨대도 괜찮은 것일까. 하이고 의심으로 보기 시작하니 모든 게 위험천만이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혀를 끌끌 찬다. 너무 호들갑이라고. 


그렇게 난리 속에 우린 김해공항에 내린다. 중국에서 온 사람은 저쪽으로 태국에서 온 사람은 이쪽으로. 중국은 완전히 따로 하면서 더욱 심하게 검사하는 것 같고 태국에서 온 사람은 일일이 열 체크만 하는 것 같다. 한 명씩 체온을 재는 검역원 앞을 지나는데 와우 그렇게 긴장되고 떨릴 수가 없다. 없던 열도 생길 것만 같다. 열이 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달 달달. 남편이 왜 이리 오래 걸리지? 혹시? 하하 별별 걱정이 다 든다. 그러나 우리 26명 모두 무사통과다. 


거의 모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기에 동원된 리무진에 무사히 안착하곤 집으로 직행이다. 15일간 방콕 하기로 한다. 공항에서 그렇게 조심했지만 그래도 혹시 알 수 없으니까. 우리 건강 여부 상관없이 태국 다녀왔다 하면 두려워들 할 터이니 알아서 안 나가는 게 예의 같다. 모두들 쌩쌩하지만 15일간 집에 있기로 한다. 마트도 가지 않기로. 그렇다면 15일간 집을 떠나 있어 냉장고고 무엇이고 깔끔히 비워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유행하는 쿠팡 로켓 배송을 들여다보며 주문해본다. 달걀 사과 우유 등을 먼저 신청한다. 세상에 다음날 새벽에 얌전하게 현관문 앞에 놓인 커다란 박스. 오홋 그래? 여보 우리 단백질 보충해야지? 고기를 시켜볼까? 세상에 다시 새벽에 문 앞에 놓이는 소고기와 상추쌈. 싱싱하고 맛있고. 캬~ 어쩜 이리 편할 수가. 


다시 신혼 기분이다. 그야말로 24시간 꼼짝없이 둘이서 집을 지키고 있다. 보름이 지나기까지 우리는 이렇게 자진 자가격리를 할 것이다. 집 앞 나의 아지트 카페에 가야 글이 잘 써지는데 그럴 수도 없다. 15일은 집에만 있는 거다. 그와 함께 집을 지킨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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