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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23. 2020

부산 결혼식

코로나 19로 가느냐 마느냐


그럴 사이가 아니야. 가야 해. 


나의 계속되는 만류에 결국 그는 화를 벌컥 낸다. 매우 친한 사이기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 정말 속상하다. 다녀올게 하는데 난 흥! 돌아도 안 본다. 그는 가지 말아야 한다. 지금 친하고 안 친하고 가 문제 아니다. 혼주도 불안할 것이다. 부산 11명 무더기 추가 확진이란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혼주가 대구분이라 대구에서 친척들도 많이 오는데. 아, 제발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는 걱정하는 내게 호들갑이라며 마스크 잘 쓰면 된다며 나간다. 아, 고집불통! 사실 같은 회사였으니까 남편뿐만 아니라 나도 친하다. 그러나 과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혼주에게 도움일까? 


"여보 만에 하나 어떻게 되면 그 혼주에게 도리어 해를 끼치는 거라고. 그러지 말고 상황이 이러니 다 이해할 거야. 그냥 부조금만 부치자."


"안돼. 그래서 사람들 많이 안 올 수 있으니 더욱 가야지."


"아니야 여보 가는 게 돕는 게 아니라니까. 저렇게 지금 부산 대구 난리인데 집에 있어야지. 그게 혼주를 돕는 거라니까 혼주도 얼마나 불안하겠어."


"안돼. 친한 친구라 가야 한다."


그리고 결국 떠나버렸다. 그런데 난 많이 불안하다. 그리고 이런 때는 국가 지시에 따라 집에서 조용히 있어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 정말 혼주 입장에서는 어느 게 더 좋을까. 이런 데서도 우리 부부는 극과 극으로 생각이 다르다. 공항에서도 비닐장갑까지 끼우는 나를 너무 호들갑이라며 다그치더니 중국도 아닌데 15일 자가 격리한다며 마트도 안 가는 나를 영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남편이다. 거기에 또 내가 결혼식 안 가는 게 돕는 거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가지 말라 자꾸 말하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벌컥 화를 낸 것이다. 아, 어느 게 맞는 걸까. 그냥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친한 부부들 전화를 돌려보니 어느 가정은 가야 한다 하고 어느 가정은 가지 말아야 한다 하고 우리 부부만큼이나 의견이 분분하다. 가는 게 돕는 건지 안 가는 게 돕는 건지. 각 가정마다 알아서 행동하기로 한다. 아, 혼주 당사자는 얼마나 머리가 복잡할까. 아, 나도 모르겠다. 그는 갔다. 마스크만 챙겨서 나갔다. 난 끝까지 화를 풀지 않았다. 이런 때는 아내 말을 듣고 좀 못 이기는 척 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조용히 있어주는 게 친구에게도 도움 아닐까. 만에 하나 나쁜 일 생기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그러는가? 자기도 TV 뉴스 보면서 흥분하지 않았는가? 아니 저 사람은 어찌 저리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대? 그 사람인들 자기가 걸릴 줄 알고 그랬을까. 모르니까 그런 것이다. 알아서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아, 속상하다.  


간다면 나도 같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난 의견이 확실하다. 안전하게 조용하게 혼주를 지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가지 않는다. 비상 상황이므로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래서 그 혼자 갔다. 그것도 나의 싸늘한 냉대를 받으며 말이다. 가면 부부 같이 가고 안 가도 부부 같이 안 가야 할 텐데 친한 사이라 안 갈 수는 없다며 뿌리치고 나가는 남편. 아, 모르겠다. 난 나의 의견이 확실하다. 안 가고 아무 일 안 일어나게 하는 게 혼주를 돕는 일이다. 


아, 시원하게 물어볼 수 있다면. 정말 혼주는 손님이 많이 오기를 원할까? 이렇게 알아서 자중해주기를 원할까? 일생일대 큰 일을 직접 얼굴 보며 축하해 주어야겠지만 그러나 TV에서는 부산에 대구에 저렇게 확진자가 늘어난다며 지역감염이라며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난리인데 그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말을 무시하고 가버린 남편에게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난다. 


글을 쓰다 보니, 그럴수록 더 가주어야 한다는 말. 많은 사람이 안 올 수 있으니 더욱 가 주어야 한다는 말.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다른 거 모두 제하고 그걸 먼저 생각하는 거다. 사람들 많이 안 오면 친구가 얼마나 서운할까. 그걸 먼저 생각하는 건 귀한 마음 씀씀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일까? 아니다. 만에 하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땐 혼주에게 더 큰 타격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위험한 지역 아니야. 결혼식만 다녀오는데 웬 호들갑이냐며 뜻을 굽히지 않는 남편. 내가 정말 호들갑일까. 아. 모르겠다. 난 내 방식으로 혼주를 축하한다. 그래서 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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