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가느냐 마느냐
그럴 사이가 아니야. 가야 해.
나의 계속되는 만류에 결국 그는 화를 벌컥 낸다. 매우 친한 사이기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 정말 속상하다. 다녀올게 하는데 난 흥! 돌아도 안 본다. 그는 가지 말아야 한다. 지금 친하고 안 친하고 가 문제 아니다. 혼주도 불안할 것이다. 부산 11명 무더기 추가 확진이란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혼주가 대구분이라 대구에서 친척들도 많이 오는데. 아, 제발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는 걱정하는 내게 호들갑이라며 마스크 잘 쓰면 된다며 나간다. 아, 고집불통! 사실 같은 회사였으니까 남편뿐만 아니라 나도 친하다. 그러나 과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혼주에게 도움일까?
"여보 만에 하나 어떻게 되면 그 혼주에게 도리어 해를 끼치는 거라고. 그러지 말고 상황이 이러니 다 이해할 거야. 그냥 부조금만 부치자."
"안돼. 그래서 사람들 많이 안 올 수 있으니 더욱 가야지."
"아니야 여보 가는 게 돕는 게 아니라니까. 저렇게 지금 부산 대구 난리인데 집에 있어야지. 그게 혼주를 돕는 거라니까 혼주도 얼마나 불안하겠어."
"안돼. 친한 친구라 가야 한다."
그리고 결국 떠나버렸다. 그런데 난 많이 불안하다. 그리고 이런 때는 국가 지시에 따라 집에서 조용히 있어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 정말 혼주 입장에서는 어느 게 더 좋을까. 이런 데서도 우리 부부는 극과 극으로 생각이 다르다. 공항에서도 비닐장갑까지 끼우는 나를 너무 호들갑이라며 다그치더니 중국도 아닌데 15일 자가 격리한다며 마트도 안 가는 나를 영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남편이다. 거기에 또 내가 결혼식 안 가는 게 돕는 거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가지 말라 자꾸 말하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벌컥 화를 낸 것이다. 아, 어느 게 맞는 걸까. 그냥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친한 부부들 전화를 돌려보니 어느 가정은 가야 한다 하고 어느 가정은 가지 말아야 한다 하고 우리 부부만큼이나 의견이 분분하다. 가는 게 돕는 건지 안 가는 게 돕는 건지. 각 가정마다 알아서 행동하기로 한다. 아, 혼주 당사자는 얼마나 머리가 복잡할까. 아, 나도 모르겠다. 그는 갔다. 마스크만 챙겨서 나갔다. 난 끝까지 화를 풀지 않았다. 이런 때는 아내 말을 듣고 좀 못 이기는 척 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조용히 있어주는 게 친구에게도 도움 아닐까. 만에 하나 나쁜 일 생기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그러는가? 자기도 TV 뉴스 보면서 흥분하지 않았는가? 아니 저 사람은 어찌 저리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대? 그 사람인들 자기가 걸릴 줄 알고 그랬을까. 모르니까 그런 것이다. 알아서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아, 속상하다.
간다면 나도 같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난 의견이 확실하다. 안전하게 조용하게 혼주를 지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가지 않는다. 비상 상황이므로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래서 그 혼자 갔다. 그것도 나의 싸늘한 냉대를 받으며 말이다. 가면 부부 같이 가고 안 가도 부부 같이 안 가야 할 텐데 친한 사이라 안 갈 수는 없다며 뿌리치고 나가는 남편. 아, 모르겠다. 난 나의 의견이 확실하다. 안 가고 아무 일 안 일어나게 하는 게 혼주를 돕는 일이다.
아, 시원하게 물어볼 수 있다면. 정말 혼주는 손님이 많이 오기를 원할까? 이렇게 알아서 자중해주기를 원할까? 일생일대 큰 일을 직접 얼굴 보며 축하해 주어야겠지만 그러나 TV에서는 부산에 대구에 저렇게 확진자가 늘어난다며 지역감염이라며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난리인데 그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말을 무시하고 가버린 남편에게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난다.
글을 쓰다 보니, 그럴수록 더 가주어야 한다는 말. 많은 사람이 안 올 수 있으니 더욱 가 주어야 한다는 말.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다른 거 모두 제하고 그걸 먼저 생각하는 거다. 사람들 많이 안 오면 친구가 얼마나 서운할까. 그걸 먼저 생각하는 건 귀한 마음 씀씀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일까? 아니다. 만에 하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땐 혼주에게 더 큰 타격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위험한 지역 아니야. 결혼식만 다녀오는데 웬 호들갑이냐며 뜻을 굽히지 않는 남편. 내가 정말 호들갑일까. 아. 모르겠다. 난 내 방식으로 혼주를 축하한다. 그래서 난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