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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29. 2020

외국 여행 다녀오셨지요?

단골의 위력

외국 여행 다녀오셨지요?


헉. 그걸 어떻게 알지?  아직 2주 안되었다고 지나고 오란다. 요즘 코로나 19로 정부에서 엄격하게 하란다고. 하. 이런. 이럴 수도 있네. 이 묘한 기분. 음. 나의 단골 병원에 갔으면 이러지 않았을까?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섭섭하지? 아. 이 이상한 기분. 그렇다. 나는 태국을 다녀왔다. 관광지 사람 많은 곳이 아니라 청정지역 산속에만 있다 왔다. 공항에서 면세점 기웃거리지도 않고 재빨리 빠져나갔기에 나에게 행여 어떤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방콕 공항을 거쳐왔기에 혹시 모르니까 알아서 자진 자가격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밖에 나가지 말자. 2주간은 절대 밖에 나가지 말자. 하면서. 모든 물품을 인터넷으로 시켜 먹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 새벽 배송도 모든 게 거의 품절이라 주문도 힘들게 되었지만. 어쨌든.


입 주위가 꾹 눌렀을 때 느낌이 이상하다. 왜 이러지? 입술과 코 사이에 왼쪽을 눌렀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오른쪽을 눌렀을 때는 무언가 아픈 것도 같고 이상하다. 자꾸 꾹꾹 눌러본다. 좀 아픈 것도 같다.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어디 염증이 있나? 혹시 모르니 병 키우지 말고 빨리 병원에 다녀와. 그럴까? 


우리가 이십여 년째 다니는 치과는 차를 타고 좀 멀리 가야 한다. 그런데 바로 집 앞에 치과가 있다. 십 년 전쯤 이 쪽으로 새로 이사 오고 동네치과를 개발할까 하여 한번인가 들어가서 접수하고 진료를 기다리다가 아무래도 가던 곳을 가야지 하고 나왔던 기억이다. 그런데도 나의 진료기록은 있는 가 보다. 주민번호 앞자리와 이름을 말하니 대뜸 "외국에 다녀오셨지요?" 한다. 치과는 썰렁하다. 간호사들만 5명 정도가 프런트에 몰려있다. 마스크를 쓴 채로 몰려있는 그들에게 외국 다녀온 지 2주가 안되었다고 일종의 진료 거부를 당한 것이다. 


13일 새벽에 왔고 오늘 27일이니 거의 다 된 거라 해도 아직 2주가 안되었으니 심하게 아픈 것 아니면 완전히 2주 지나 3월 되어 와 달란다.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두려운가 보다. 그래도 거의 2주가 다 되었고 아무 증상도 없는데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음. 어떻게 컴퓨터에 그런 게 다 뜰까? 신기하다. "네 그러지요." 하면서도 마음은 영 찜찜하다. 그래도 이렇게 철저히 하는 제도가 멋지기는 하다. 하루 모자라도 모자란 건 모자란 거니까.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혹시나 예방차원에서 간 거였는데 심하게 아프면 어떡할 뻔했나. 이런 때는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 아무래도 잇몸이 붓는 것 같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나? 


난 이걸 단골의 위력이라 말하고 싶다. 그냥 있으려다가 그래도 무언가 불안하여 나의 단골 치과에 전화를 건다. 따르릉 전화를 받은 간호사. 내가 누구인 줄도 알고 게다가 외국 다녀오셨군요. 한다. 하이고. 아니 전화번호도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다 뜬단 말인가. 어마나 어떻게 아세요. 모 이렇게 진행되었지만 어쨌든 난 나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왼쪽요 오른쪽요? 앗. 이미 나의 이빨 상태 사진이 뜬 걸까? 오른쪽 송곳니 위 잇몸이 좀 위로 올라가 있어서 그럴 수 있어요. 괜찮을까요? 사진을 보내드릴까요? 네 그러세요.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릴게요. 나는 입술을 양 손으로 당겨 발갛게 부어 오른 나의 잇몸이 훤히 드러나게 하고 남편에게 찍어달라 한다. 그렇게 간호사에게 보낸다. 여보 전화가 없네. 내가 해볼까? 의사 선생님께서 보고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조금 기다려. 맞다. 좀 기다리니 전화가 온다. 


아, 친절한 설명. 헥사메딘을 약국에서 사서 아침저녁으로 가글링하고 치실과 치간칫솔로 양치를 좀 더 철저히 하고 한 일주일 지켜보자고. 그러나 절대 그 약은 일주일 이상 써서는 안 된다고. 단골의 위력을 강하게 느끼고 가던 곳을 가야겠구나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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