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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3. 2020

엄나무 음나무


드디어 우리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와우 어쩜 그렇게 멋지게 해 놓으셨는지요.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가 맛있는 밥 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들이 건강하게 아주 잘 자라고 있네요. 모 우리가 손댈 거 전혀 없는 완벽한 처리. 감사합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우리도 무언가 일을 하려고 완전 무장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잘해놓으셔서 할 게 없었답니다. 그저 나무들 쓰다듬어주고 잘 자람에 감탄만 했습니다. 그래도 나의 서방님 무언가 열심입니다. 저는 룰루랄라 이 멋진 밭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신납니다. 잘 자란 우리의 나무. 이제 이 나무들 사이로 새카만 부직포를 깔아 잡초의 번성만 막으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나무와 조금 더 함께 하다 농협으로 갑니다. 부직포를 사기 위함입니다. 빨리 농협 가즈아~  나의 외침에도 서방님은 아랑곳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앗,  봉긋 솟은 새순. 사과나무 아니면 복숭아 아니면 감나무 아니면 대추나무일 겁니다. 난 무엇이 무슨 나무인지 아무리 보고 외우려 해도 잘 안 됩니다. 그러나 딱 하나, 몸에 좋다 해서 심은 엄나무는 외우지 않아도 아주 잘 압니다. 불끈불끈 무시무시한 가시가 솟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시투성이 엄나무에 요렇게 예쁜 꽃이라니요. 앗, 그런데 엄나무가 맞을 까요? 혹시 음나무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이 곳에서는 '으'를 꽤 많은 분들이 '어'로 발음하기 때문입니다. 성가대의 노래에서는 '그리스도'가 '거리스도'로 들리고, 아랫집 엄마가 항상 자기 아이를 '건호'라고 불러 오랜 기간 '건호'인 줄만 알았는데 앗, 어느 날 우연히 그 애 공책에 적힌 '근호'를 보고 놀랐기 때문입니다. 뒤적뒤적 아하 엄나무 음나무 모두 가능하네요.  


음나무는 엄나무, 또는 한자로 해동목(海桐木), 자추목(刺秋木)이라고도 한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성 큰 키 나무로 줄기에 가시가 많고 한 곳에 운집하지 않고 드문드문 하나씩 자란다. 몸집이 매우 크게 자라서 둘레가 4m를 넘는 것도 있다. 닭백숙에 많이 넣는 재료이기도 하다. 민간신앙에서는 음나무가 가시 때문에 귀신을 쫓는다 하여 대문가나 외양간 등에 엄나무 가지를 꽃아 두기도 한다. 음나무의 새순을 개두릅이라고 한다. 참두릅보다 진한 향과 살짝 청량감이 도는 쌉싸름한 맛이 있어서 이쪽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과식하면 설사를 할 수도 있다. <나무 위키>


농협에 왔습니다. 두 겹짜리 부직포 200미터 커다란 롤을 샀습니다. 너무 커서 차 트렁크에 안 들어갑니다. 뒷자리에 점잖게 모셨습니다. 허리에 매달려있다 앉을 때면 자동 빵으로 의자가 되는 둥근 것도 샀습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낫도 샀습니다. 땅을 푹푹 파헤칠 삽도 새로 샀습니다. 커다란 장화도 샀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날 잡아 함께 나무 주위로 감히 아무 잡초도 자랄 생각조차 못하도록 검은 부직포로 흙을 덮읍시다. 그 날을 기약하며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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