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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4. 2020

선물투자 웃기는 나의 감이라는 것

오늘까지 대책 없이 내려가는 지수를 보면서  나의 감이라는 것 정말 얼마나 웃기는 것이냐를 뼈저리게 느낀다. 바닥을 잡아 촤르르륵 올라가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맛보겠다며 난 얼마나 많은 곳에서 매수하려 했던가. 그대로 매수했다면 난 지옥도 지옥도 끔찍한 지옥을 경험해야만 했으리라. 내가 바닥이야 이쯤이면 바닥이야 라고 한 곳은 천만에 만만에 지하 이층 삼층 사층 아니 지하 깊고 깊은 땅굴을 코앞에 두고 있었으니 그 나의 감이라는 거야말로 정말 웃기는 것이다.  


 오늘 드디어 크게 양봉을 기록한다. 나의 손은 근질근질 하다못해 자꾸 매수 매수 매수를 팍팍 누르려 한다. 어떻게든 매수하고 싶어 미치겠다. 그래서 난 기록을 한다. 흥! 그래. 그것 봐. 바닥이잖아. 난 저 바닥을 잡을 수 있었는데. 저렇게 급락한 것은 브이자를 기록하며 신나게 올라갈 텐데. 바로바로 그 브이자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데. 매수! 따라가야지 뭐하냐고. 요동치는 나의 마음을 일단 기록한다. 흥! 흥! 흥! 기록을 하면 난 진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난 기록을 한다. 손가락으로 매수! 를 파팍 누르는 대신 다다다닥 노트북을 두들긴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난 바닥을 잡을 수 없다. 절대 바닥은 내가 알 수 없다. 지금은 5일선이 20일선 아래 있으니 아무리 바닥 같아도 바닥을 잡을 것만 같아도 난 매수를 해서는 안된다. 흥! 아무리 꼬셔봐라. 난 까딱없다. 절대 매수 안 한다. 아직 아니다. 5일선이 20일선을 꽝! 뚫고 올라가야만 매수다. 암. 그렇고 말고. 그것만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무기다.


아, 그런데 지금 야간에도 선물지수는 나를 보라는 듯 비웃으며 쫙쫙 올라가고 있다. 그래도 안 따라와? 거의 이십 포인트가 올라가고 있는데? 아까 거기서 샀으면 넌 정말 바닥을 잡는 건데. 메롱 그래도 안 따라와? 아, 그러나 난 안다. 한 번은 정말 제대로 바닥을 잡아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규칙 없이 감으로만 바닥이야 바닥일 거야 하면서 함부로 나의 멍청한 촉 따라 매수하다가는 순식간에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생존해야 한다. 얼마가 되었건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 그러므로 아무리 바닥이라고 나를 놀리며 신나게 올라가도 난 매수하지 않는다. 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거라곤 오로지 5일선이 20일선 위로 올라갈 때 매수한다는 것뿐이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 잘하고 있는 거야. 난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5일선이 20일 선 뚫고 빵 위로 올라가기를 기다릴 뿐.  5일선이 20일선을 뚫고 내려갈 때 매도한 것을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어제 선물 만기일로 정리될 때 그 수익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이익실현 먹튀 어쩌고 잘난 척하며 빠져나왔던 것이다. 그땐 꼭 그것만 기록하고 너무 많이 빠져서 올라갈 듯이 보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나를 난 알아야 한다. 몇 번 그런 감에 의한 매매가 수익을 줄지 모르나 무원칙은 어느 한 날 나를 팍 쓰러지게 만들 것이다. 살아있어야 한다. 기진맥진 쓰러지면 안 된다. 천천히 하면 된다. 세월이 무궁무진인데 느긋하게 그냥 5일선이 빵! 20일선을 뚫고 위로 갈 때를 기다려 겸손하게 매매 하자. 글을 쓰면 마음이 다스려지니 다행이다. 난 목에 칼이 들어와도 5일선이 20일선 아래 있는데 정말 바닥 같다고 매수하는 일 따위는 절대 아니하리라. 파이팅!!!




잘난 척 이익 실현한다고 정리한 저날 이후로 빵빵 멋지게 올라갔다. 그리하여 난 아마도 천재인가 봐. 어쩜 이렇게 바닥을 잘 잡아낼 수가. 기뻐함도 잠깐. 그 이후 이루어진 하락은 말도 못 한다. 추세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가. 그 잠깐의 반등은 깊은 하락을 위한 움츠림이었을 뿐이었다. 5일선이 아래 있을 때는 무조건 매도 게임만 한다라는 생각만 잘 박혀있었던 들 저 반등에서 매도를 실행하지 않았을까. 그게 프로 매매였을 것이다. 그렇게는 못할 위인이니 그저 5일선 20일선 충돌 때를 기다려 매매하고 절대 거꾸로는 매매 않으리라. 그래서 정말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난 매수하지 않고 기다린다. 아직은 5일선이 20일선 아래 있으니까. 매수하고픈 손가락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 그런데 야간장에서도 선물은 신나게 오른다. 그래도 난 매매하지 않는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난 기다린다. 5일선이 20일선 위로 빵! 뚫고 올라가는 날 매수하리라. 그땐 이미 다 올라서 내려갈 수도 있는데. 이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엉엉 그래도 난 할 수 없다. 길게 가려면 수익이 적어도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난 5일선이 20일선을 뚫고 위로 가야만 매수한다. 지금은 5일선이 아래 있으므로 한다면 매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건 내키지 않으니 참고 때를 기다린다. 그래. 그것만 하자. 흥! 체! 피! 도도하게 무시하자꾸나. 아무리 시뻘겋게 올라가며 매수하라고 나를 유혹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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