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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5. 2020

독후감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Louisa May Alcott

전자도서관에 처음 입문하니 일단 책을 빌려 경험할지어닷. 무슨 책을 읽을까? 그렇지. 페스트. 요즘 코로나 19 때문이었을까 '카뮈의 페스트'가 문득 읽고 싶어 진다. 검색창에 입력하니 앗,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도서관에 문의하니 전자 도서관에 그 책이 없어서란다. 그래서 헐레벌떡 아무거나 집어넣은 것이 하하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은아씨들'이다. 검색창에 타타 타타 두들겨 넣으니 짠~ 드디어 뜬다. 그래. 첫 경험인데 아무 책이면 어떠랴. 대출 누르고 다운로드하고 열람. 그렇게 나의 전자도서관에서의 첫 독서가 시작된다. 글자 크기도 아주 큼지막하게 해 놓고 두꺼운 책이 아닌 가벼운 핸드폰 만으로 독서라니. 오홋. 재밌다. 그렇게 읽게 된 이 책.


'작은 아씨들' 제목은 많이 들었고 어릴 때 분명히 세계문학전집에서 꽤나 읽었을 바로 이 책. 그런데 지은이가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 왜 이렇게 생소할까.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저먼 타운에서 네 자매의 둘째 딸로 태어난다. 나랑은 130년 정도의 나이 차이다. 나보다 몇 년 전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 일까 가 난 항상 궁금하다. 아버지는 철학자요 목사였다. 이 소설에서도 둘째 딸 조가 글을 쓰고 남북 전쟁터에 간 아버지가 목사다. 즉 올컷의 자전적 소설로 1868년에 발표된다.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고 1888년 3월 쉰다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눈이 내렸다.


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자상한 엄마와 네 자매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우선 네 자매를 볼까? 첫째 딸 메그는 아름답고 차분한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둘째 딸 조는 남성적으로 활달하고 재기 넘치는 작가 지망생이다. 셋째 딸 베스는 수줍음이 많지만 헌신적이고 피아노 실력이 뛰어난데 병약하다. 넷째 딸 에이미는 금발이고 제일 예쁜데 화도 잘 낸다.  


거실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 뜨개질을 하며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나누는 자매들. 무엇을 받을까로 토닥거리다 문득 엄마의 낡은 슬리퍼를 보고 뚝! 엄마에게 드릴 선물만을 준비하기로 한다. 아빠가 친구 때문에 재산을 날리고 전쟁터로 나가 살림이 넉넉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더 어려운 하멜 부인을 도우러 나간 엄마. 추위에 떨며 굶주리는 그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날 그들의 아침 식사를 기꺼이 제공할 정도로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돌본다. 


그들의 옆집은 아름다운 정원에 온실까지 갖춘 대 저택인데 무섭게 생긴 로렌스 할아버지와 손자 로리가 살고 있다. 엄청나게 큰 집에 살고 있지만 너무 외로워 보이는 로리에게 씩씩한 조가 다가가 친구가 된다. 로리에겐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없다. 이탈리아 출신 음악가와 결혼한 아버지를 할아버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대만 하다 손녀도 죽고 아들딸도 다 죽어 무섭게 변한 로리의 할아버지. 그러나 이들 네 자매 덕에 웃음을 찾고 많은 사랑과 정을 베푼다.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소설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꽤 일상적인 그 이야기가 무언가 교훈적이고 그리고 겉돈다 할까. 혹시 이 책이 청소년 수험생을 위한 그런 요약본은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깊이 안 들어간다. 교과서적이고 '그렇지 그렇게 흘러갈 줄 알았어.' 뻔하게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이다. 베스가 가난한 이웃집 아가를 돌보다 성홍열을 옮아 시름시름 앓다 죽음 직전까지 간다. 여기서도 왜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로리 할아버지에게 그랜드 피아노를 선물 받는 베스. 그것도 아주 흐뭇한 장면이지만 마음속 깊이 건드리지 못한다. 로리의 가정교사 브룩 선생님과 메그와의 사랑도 가슴 절절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조가 정성껏 써 놓은 원고를 에이미가 심통으로 모두 불태워버릴 때 그런 장면은 조의 분노를 사 더욱 심각하게 그려져야 할 텐데 그 또한 시시하게 끝나버린다. '큰 감동이 없는 게 혹시 많이 요약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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