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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29. 2020

독후감 어머니

막심 고리끼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파서 나는 전자도서관에서 세계명작이라고 검색한다. 그러면 촤르륵 뜨는 많은 책들 중에서 확 끌리는 걸 고른다. 그야말로 시험 걱정 없이 내키는 대로 읽는 것이다. 그렇게 걸려든 책이 이번엔 막심 고리끼 어머니다.


 하하 그런데 난 여기서 대단한 착각을 하였으니 고리끼를 고골리로 알았다는 것이다. 외투, 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겨울. 그렇게 인상적으로 읽은 러시아 소설들을 생각하며 거침없이 고리끼어머니를 잡았는데 어째 이상하다. 닥터 지바고가 집에 왔을 때 가득 차 있던 노동자들 그 장면이 떠오르는 무언가 사회주의적 모습이랄까 음 아무래도 이상해. 뒤적뒤적. 그럼 그렇지. 내가 읽고자 했던 고골리는 나보다 148살 위인 1809년생으로 러시아 사실주의 작가다. 고리끼는 나보다 90살 위인 1868년생으로 19세기 러시아 고전 문학과 20세기 소비에트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한 작가이다. 나도 참 고골리와 고리끼를 헷갈리다니. 그러나 이름이 얼마나 비슷하냐. 헷갈릴 만도 하다. 어쨌든 빌렸으니까 읽어야지. 그런데 난 이런 소설엔 별로 흥미 없는데 에구.


1907년 출판된 이 소설은 억압과 무지에 찌들어있던 러시아 제국 사회의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 계급 여인이 사회주의자인 아들을 통해 각성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05년 러시아 혁명 당시의 공장 노동자들의 활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의 정당성을 알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당위를 설파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집필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은 실존 인물인 안나 잘로 모바와 그의 아들 피오트르 잘로 모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였다. 고리키는 자신의 집에 들렀던 안나 잘로 모바가 들려준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엮었다. 1902년 고리키가 살던 소르모프스키에서 노동절 시위가 있었다. 이 시위에 가담한 피오르트가 차르의 경찰에게 체포되자 그의 어머니 안나는 아들을 따라 혁명 활동에 가담하였다. 군사 독재 시절 한국에서 고리키의 소설은 금서였다. 학생 운동가들은 영어판을 몰래 들여와 해적판을 만들어 유통시키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출판된 것은 1985년이었다. 주로 노동운동과 관련한 책을 출판하던 지금은 없어진 석탑 출판사에서 발행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일종의 필독서였다. 아들을 잃고 운동에 헌신한다는 줄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을 떠올리게 했다. <출처: 나무 위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할머니댁에서 자란 고리끼는 정규 교육을 못 받고 어릴 때부터 제화공의 심부름꾼, 화륜선의 접시닦이 등 밑바닥 생활을 한다. 직접 체험한 밑바닥 인생을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묘사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1907 발표된 이 작품은 혁명 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노동 계급에 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러시아 최초 소설이다. 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가고 능동적이고 당당하며 사회적 불의에 용감히 맞서 싸우는 인간이 바로 노동자라고 묘사한다.  

 

나따샤의 아버지는 부자예요. 철물점을 하는데 집도 몇 채 갖고 있다나 봐요. 그녀는 이런 길로 들어섰다는 이유로 아버지한테서 쫓겨난 거예요. 나따샤는 안락한 가정에서 갖고 싶은 것 모두 다 갖고 놀면서 아주 귀엽게 자랐어요. 그러나 지금은 약 7킬로 거리를 걸어 다녀요 혼자.


 직장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책을 열심히 읽는 빠벨.  어느 날 밤 조심스럽게 친구들을 불러 모아 토론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곁에서 차를 끓여주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는 기분이 좋다. 본래 빠벨은 아버지처럼 술주정뱅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아들은 집에 들어오면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눈빛도 변해가고 모든 게 변해간다. 술주정뱅이 남편에게 맞고만 살며 아무런 삶의 희망도 목적도 없던 어머니는 아들과 모여드는 아들의 친구들과 함께 하며 서서히 변해간다. 문맹이었는데 아들 친구의 도움으로 글도 읽게 된다. 마흔 넘어 글을 읽게 됨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홀로 밤새 공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아들이 공장에서 전단지를 돌리다 체포되니 직접 공장에 들어가 전단지를 돌린다. 아들 친구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아들이 하다 만 일들을 용감하게 떠맡는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탁 트인 벌판 한복판에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자그마한 처녀의 시꺼먼 모습이 아른거렸다. 바람이 그녀의 발아래 옷자락을 펄럭이며 휘몰아쳤고 작은 눈 뭉치를 얼굴에 흩뿌렸다. 조그만 발이 눈 속에 푹푹 빠져 걷기도 버거워 보였다.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나따샤가 고생하는 게 어머니는 영 안쓰럽다. 젊은이들과의 대화가 좋다. 남편에게 매를 맞고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만 살았던 어머니는 무언가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젊은이들 속에서.


세월은 구슬을 꿰듯 하루하루 흘러갔다. 몇 주일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매주 토요일 동지들이 빠벨을 찾아왔다. 부모도 버리고 모든 걸 다 버렸다니. 어머니는 한숨이 나온다. 빠벨 집에 매주 모여서 열띤 토론이다. 사샤는 큰 목소리로 격렬하게 말했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입니다. 모든 노동자들은 우리의 동지들이고 모든 배부른 자들 모든 권력자들은 우리의 적입니다. 그들은 저녁 먹기 무섭게 양손에 책을 들고서 차를 마셨다.


밤마다 집에 와서 오로지 책만 읽는 빠벨. 아버지를 빼닮아 술주정뱅이로 엉망이던 그가 서서히 멋진 리더로 변 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젊은이들이 항상 모여 책 읽고 토론하고 그리고 남편에게 주눅 들어 살던 어머니 역시 그들과 함께 변해간다. 아들을 대신해 혁명을 이끌기까지. 가치관에 따라 사람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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