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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3. 2020

쎄븐 투 일레븐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다시 시작

똥배 좀 들이미셔



헉. 모야? 응? 그렇게 흉해? 벨트가 이상한지 아래로 배가 뽈록 튀어나왔어. 알았어. 그렇게 말은 했지만 흑. 이게 무슨 창피. J부부와 함께 라운딩 중 내가 드라이브 샷을 하자마자 남편이 살짝 다가오길래 나이스 샷이라도 해주려나. 너무 잘 쳤어. 실력 빵빵 늘었는데? 그런 칭찬의 말을 기대했건만 아흑. 이게 웬 창피란 말이냐. 살짝 말했기에 망정이지 J부부에게까지 들렸다면 어쩔 뻔했어. 그렇게 똥배가 나왔다고?


그게 영 걸렸다. 그렇게 저렇게 봄날에 취해 기쁨의 라운딩이기에 망정이지 나의 기분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될 뻔했다. 그래서 난 오늘 아침 살그머니 체중계에 올라가 본다. 한창 간헐적 단식을 하던 때 월요일 아침마다 정중하게 치르던 의식. 소변도 대변도 뺄 거 다 빼고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로션도 바르지 않은 채 최대한 몸무게 될 것들을 내려놓고 조심조심 몸무게를 재던 그때 그 의식을 오늘 아침 오랜만에 치른다. 체중계에 정중히 올라간 순간 헉! 64.4 킬로. 아흑. 아니 64.4? 그럴 리가. 내려갔다 올라갔다 힘을 주었다 뺐다 앉았다 일어섰다 이리저리 해봐도 아, 변함없이 64.4를 표시하고 있으니 엉엉 이를 어쩐단 말이냐.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떡하지? 64 킬로를 넘어가면 위험신호인데. 60 킬로까지 떨구었던 나의 몸무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방탄 커피에 16시간 공복에 얼마나 난리 부르스였던가. 그게 도루 아미타불이다. 우쒸.


아, 어떻게 하나. 다시 간헐적 단식을 해? 나의 키 163 몸무게 64.4  아 어떡하지? 아무리 심해도 64 킬로를 넘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중계를 멀리하고 밤 12시에도 새벽 1시에도 오늘은 분위기가 좋아서! 어쩌고 저쩌고 수많은 이유를 들이대며 남편과 함께 먹고 낄낄댔으니. 애들 없어 한참 못 먹은 치맥! 한밤중 끓여먹는 라면의 맛! 아하 나도 미쳤다 미쳤어. 분위기가 다 뭐라고!


나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몸무게 상관없이 맘껏 먹어도 된다가 어느새 맘 속에 자리 잡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이어트를 다시 해? 아, 그러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그거 좀 끔찍하다. 하루 한 끼니나 제대로 먹을까. 10시를 기다려 겨우 아침으로 먹는 걸 시작하면 곧 6시가 되며 모든 먹는 게 종료되고. 그 긴긴 공복의 시간을 또 견뎌야 한단 말인가. 아 싫다 싫어.


그럼 어떡하지?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게 무어있을까? 밤에 안 먹어야 한다. 그러나 단 둘인데 함께 먹는 즐거움을 어떻게 없앨까. 나의 남편은 군살 하나 없다. 먹는 것 절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한 밤중에 먹어도 적당한 선에서 끝! 하고는 절대 안 먹는다. 난 다르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통닭이고 과자고. 아, 어떡하지? 64킬로를 넘겼다면 이건 큰 일이다. 누군가 그랬다. 어느 한계를 넘어가면 몸무게가 무지막지 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언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동네방네 자랑했는데 아, 어떡하지? 왜 이렇게 살이 찌도록 몰랐을까? 바지가 좀 낀다 싶기는 했다. 그래도 어쩜 이럴 수가. 64.4 킬로라니. 다시 16시간 굶기를 어떻게 하나. 아 어떻게 할까. 독하게 마음먹어 봐? 다시 해봐?


아마도 설사를 쫙쫙할 때였으리라. 어느 날 먹는 대로 설사를 했다. 그때 문득 들던 두려움. 이대로 꼬챙이처럼 말라버리는 거 아닐까? 살 찌우기는 더 힘들다던데. 그래서 맘 놓고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오동통 똥배가 나오는 건 순식간이다. 예쁜 바지들이 꽉꽉 끼고 있다. 아니 어떤 바지는 단추가 채워지지 않기도 한다.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아, 그러나 아직 환한 대낮 같은 6시부터 어떻게 아무것도 안 먹을 수 있을까. 엉엉.


못할 건 또 뭐 있어. 하면 되지! 그래. 내가 누구더냐. 한다면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은 대로 아무 때나 먹다 이지경이 되었다. 그래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자. 너무 늦었다는 건 없어. 도전이닷. 얼마나 상쾌했던가 공복의 그 순간. 정신이 맑아지던 그 산뜻함만을 생각하자. 6시는 아무래도 너무 이르다. 7시까지로 하자. 그리고 16시간 공복 후 다음날 11시에 아침을 먹는 거다. 발음도 좋다. 쎄븐 투 일레븐. 7시부터 11시까지 공복. 하하 다시 시작하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쎄븐 투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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