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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13. 2020

대전발 영시 오십 분


대전발 영시 오십 분


하핫 문득 이 노래가 왜 생각이 날까. 대전 역에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그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대전발 영시 오십 분 이제는 가락국수도 더 이상 팔지 않고 덜컹 거리는 무궁화 열차도 짙은 자줏빛 의자의 새마을 열차도 아닌데 말이다. 쌩쌩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 대전발 영시오십분이라니? 하하 그래도 열차 멘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것도 같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대전역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잠깐 서는 그 순간에 가락국수 사 먹고 후다닥 뛰어 올라타던 그때 그 시절 열차도 아니건만 대전역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대전발 영시 오십 분~ 하하 어쨌든 나는 지금 기차 여행 중이다. 그것도 특실! 에서. 푸하하하


아직 두 다리 온몸 멀쩡한 내가 특실을 끊을 리는 없다. 서울을 뻔질나게 드나들던 내가 코로나로 딱 끊은 지 거의 반년. 얼굴 잊어버리겠다는 엄마를 향해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때 난 기차 예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이태원 클럽 방문자로 인한 확진자 수가 늘어 백 명을 넘기고 온통 코로나 뉴스라 아무래도 열차가 불안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러다 정말 엄마 얼글 잊을까 싶어 예약한 KTX를 타고 지금 달리는 중이다. 하도 자주 다니다가 하도 안 다니니까 무료로 특실로 전환되는 특별 할인권이 제공된 것이다. 마감일이 많이 남지도 않았다. 두 말할 것 없이 사용한다. 날짜 지나면 그대로 사라지니까. 좀 더 힘든 일이 있을 때 사용해야지 하다가 날아가 버리면 낭패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지금 KTX 특실에 있다. 음하하하


서울 토박이 내가 남편 직장 따라 지방 생활을 하면서 새마을 호를 타고 아기를 대롱대롱 앞에 매달고 서울역에 도착할 때면 엄마 아빠가 역까지 마중 나오셨다. 열차에서 내리는 그곳까지 오셔서 우리 딸~ 하면서 반기시던 두 분. 세월은 흘러 흘러 내가 그때 울 엄마 아빠 나이보다도 더 든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딸~ 우리 딸~ 하시던 아빠는 돌아가신 지 어느새 7년이 되어간다. 참 빠른 세월이다. 코로나 19로 연세 많으신 엄마에게 행여 내가 기차에서 무언가 묻혀 옮기게 될까 봐 자제하고 있었다. 확진자가 한자릿수로 떨어지기에 엄마~ 이제 제가 갈 께요~ 난리 부르스를 추며 엄마를 잔뜩 기대하게 만들고 확진자가 다시 늘었다고 취소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 쌩쌩~ 달려라 달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기차도 탈 수 없다. 오랜 시간 가는데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는가 보다. 기차 안에서 계속하고 있으려니 갑갑하다. 그래도 지침을 따라야지. 화장실은 열차 화장실이 안전할까 참았다 대합실 화장실 가는 게 안전할까? 머리를 굴려본다. 아무래도 열차는 소독을 단단히 할 터이고 그리고 특실은 사람도 적으니 기차 안 화장실이 훨씬 안전하겠다. 내리기 직전에 가기로 하자. 특실 오호 정말 쾌적하고 편안하다. 노트북을 펼치고 온갖 것을 다 해도 자리가 널널하다. 하하 웬 떡이냐. 좋다. 공짜로 얻은 특혜라 더 좋은가보다. 하하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이제 엄마를 만난다. 엄마~ 크게 외치며 꽉 껴안을 거다. 음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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