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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10. 2020

뜻밖의 등산

언니~ 모해?


응 나 공부. 네? 공부? 까르르 웃음소리. 그렇게 느닷없이 모하냐고 묻더니 우리 집 앞 수변공원에 모여 등산하기로 했으니 당장 나오란다. 솔나무길 완전정복이란다. 오호. 그래? 알았어. 도시락? 지금 당장 나가려면 안되는데. 식탁 위에 보니 어제 먹다 남은 밥이 있다. 밥만 들고 나오란다. 그래~ 냉장고에서 사과 큰 거 두 개랑 내가 캔 쑥으로 만든 떡이랑 뜨거운 물이랑 믹스 커피랑 다다다다 챙겨 무조건 출발한다. 후다다닥 달려라 달려~


신선산으로 해서 솔마루길로 들어선다. 소나무가 빽빽한 길. 작은 아들이 고등학생 때 학부형으로 만나 아직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엄마들. 나에겐 작은 아들이지만 대부분 첫 아이 또는 외동아들이라 내가 대빵이다. 십여 년 세월에 친 자매처럼 되었다. 뭬라. 그동안 들 산에 다녔다구? 그런데 난 왜? 언니는 코로나 아직이라고 집에 있겠다고 했잖아요. 


그랬다. 몇 주 전에 아직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았을 때 전화가 왔다. 너무 집에만 있어 갑갑한데 산에 가자고. 안돼. 아직 안돼. 조심해야지. 아직은 아니야. 야외라도 만나서 먹고 하면 위험할 수 있어했더니 나만 똑 떼어놓고 자기들끼리 다닌 것이다. 우쒸. 아니 그럴 수 있어? 깔깔 거리며 그래서 이렇게 불렀잖아요. 오늘 일부러 우리 동네로 왔단다. 고약한 것들. 하하 


밥만 달랑 한 그릇 가지고 갔는데 가죽나물 장아찌에 다래순 무침에 부추김치에 오이에 파프리카에 쌈장에 김에 김치 볶음에 맛있는 반찬이 쫘악 펼쳐진다. 그리고 한 엄마가 직접 만든 다과와 보이차에 나의 커피까지. 그야말로 산에서 펼쳐지는 진수성찬이다. 시장이 겹쳐져 찬밥인데도 꿀맛이다. 동생들이라 힘이 넘치는지 점심 먹을 때까지 단 한 번을 쉬지 않고 걷는다. 아,  햇빛 가득한 솔나무 길. 소나무들 아래 나무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우거진 숲. 


걷고 또 걷는다. 언니 우리 이만보 걸었어요. 아직 3분지 2 지점인데. 그럼 우리 오늘 도대체 얼마를 걷는 거냐. 매주 등산을 다니고 있었단다. 골프만 하다가 등산에 맛 들인 한 엄마는 골프보다 훨씬 좋다며 등산 예찬론을 펼친다. 돈 안 들죠 스트레스 안 받죠 너무 좋아요. 에구 난 아직 골프가 좋은데. 나무 아래 밥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 도대체 쉴 줄을 모른다. 헉헉 헉헉. 우린 매주 단련되었는데 회장님 힘드세요? 아니 어떻게 한 번을 안 쉬냐. 깔깔 푸하하하 힘드시구나~


하하 집에 앉아서 글 쓰고 책 읽으려는 계획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등산을 했다. 아. 다리가 노곤 노곤하다. 발도 아프다. 온몸에 피로가 밀려온다. 하이고 오오오 너무 많이 걸었나 보다. 그러나 햇빛과 나무가 너무 좋다. 언니~ 부를 때 후다닥 달려 나가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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