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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6. 2019

미국여행 아미쉬 마을

아주 옛날로 돌아간 느낌



뉴저지 친구 집에서 나와 대기 중이던 여행사 버스를 타고 워싱턴 D.C. 를 향해 달린다. 장거리 여행이다. 옛날 여고시절 단짝이었던 순기랑 오랜만에 정말 오래오래 단짝 한다. 여고동창이라는 것은 그렇게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어도 잠깐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든 게 옛날 그때로 돌아간다. 나의 여고시절 단짝 순기는 오래전부터 미국에 살고 있어 만난 지가 꽤 된다. 그러나 만나고 얼마 못가 그냥 여고시절 그때로 돌아가버려 우린 신나게 웃고 떠든다. 그런 게 바로바로 동창이라는 거다.




마구마구 고속도로를 달리다 화장실, 점심 등을 위하여 휴게소에 내린다. 아, 그런데 정말 땡볕이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쨍쨍 쨍쨍 땡볕. 정말 기억에 남을 미국 하늘이다 그 와중에도 푸하하하 깔깔 우헤헤헤 우리는 웃기 바빴으니 아아~ 우~리는 여고 동창생~


하늘이 저토록 파랄 수 있을까? 점심은 비용 절감 겸 시간 절약을 위해 가이드가 사 온 김밥과 남영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싸준 맛있는 과일로 한다. 땡볕이 내리쬐는 휴게소 돌 테이블에서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는 지독히도 파란 하늘 아래 우린 맛있게도 냠냠 점심을 먹는다. 땡볕이라 모두 선글라스를 쓴다. 아 맛있다.



달달달달 다시 버스를 타고 오래오래 달린다. 버스 창을 내다보니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은 여전하다. 우리 모두 고작 열몇 명인데 무척 커다란 버스. 기회는 요때닷. 쨍! 그렇지. 그거야! 오 예!!! 히히 순기랑 나랑 다다다다 맨 뒤로 돌진. 신발을 얌전히 벗어 놓고 벌러덩. 호홋 누워서 간다 아~ 양쪽으로 길게 뻗은 맨 뒷자리 의자들 딱 중간에 머리를 맞대고 누워서 쿨쿨~ 순기랑 나는 이미 그때 그 시절 짓궂던 여고생이다. 하하 푸하하하 신난다.


앗. 마을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갑자기 등장하는 젖소들이라니? 그렇다. 우린 지금 현대문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아미쉬 마을에 가고 있다. 전기도 안 쓰고 핸드폰도 안 쓰고 인터넷도 안 하고 아주 옛날 방식으로 자급자족하는 아미쉬 사람들. 아미쉬 할아버지가 벌건 대낮에 술을 한 잔 하시는 듯? 노노노 아미쉬 마을에 있다고 모두 아미쉬가 아니다. 아미쉬는 검정 모자 검정 바지 흰 셔츠 또는 파란 셔츠 그리고 대낮엔 절대 술을 안 마시니까 이 할아버지는 아미쉬가 아닐 것이다.



요건 또 무얼까? 집안에 돌아가신 분을 모시는 곳일까? 아니, 이 곳 장례는 땅에 묻는 형식이며 순서대로 마을에 묻힌다고 하던데 집에 따로 있을 리는? 아하~ 9/11  테러 사건을 기념하는 장식! 헬멧 쓴 소방관의 모습이구나. 미국기가 펄럭이는 양지바른 집. 아미쉬 아닌 할아버지가 낮술하고 있는 집. 하하.


우리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집들. 그런 생활이 가능할까? 여자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화장도 않고 소박하게 농사일을 하며 자연 그대로 산다는데. 아미쉬들의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퀼트 제품과 목공예 가구들이다. 못을 사용 않고 나무를 서로 짜 맞추어 만드는 이들 가구는 대단히 견고하고 품위가 있어 최고가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18세기의 삶과 신앙을 지켜내는 사람들이다.



마을 입구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가게가 형성되어 있어 여기서 생산되는 귀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아미쉬는 그리스도 개신교의 한 종파이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1700년대 초부터 오늘날까지 옛 생활방식 그대로 살아오고 있다. 여기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지역에 아미쉬들이 제일 많이 살고 있다. 북적북적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입구 상가에 몰려든다. 카페에도 가게에도. 우리도 그 유명한 퀼트 제품을 보러 가게 안에 들어가지만 무언가 맘에 드는 물건을 골라내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특히 유기농 제품이 한가득인 이 곳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모두 모두 그림의 떡이다. 너무 맛있는 유기농 쨈이며 과자 등을 아주 잠깐 맛만 본다. 동작이 재빠른 친구는 무언가를 이미 챙기기도 한다. 그 잠깐의 시간에 골라서 카운터에 가서 계산해서 포장해 받기까지. 동작이 느린 나는 어림도 없다. 에구.


빨리 오세요~ 빨리 가이드가 헐레벌떡 난리가 났다. 겨우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표를 구했단다. 날씨가 심상치 않아 우리를 끝으로 마차여행 티켓 판매가 마감되었단다. 빨리빨리 표 이리 줘~ 호홋. 동그란 노란 스티커를 가슴에 붙여야만 마차를 탈 수 있다. 후다다닥 서둘러 나누어 주고 가슴에 팡팡!! 세게 붙인다.



우리를 태우고 갈 마차다. 말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제대로 대접받는 듯싶다. 관광지의 피곤에 전 불쌍한 모습이 아니다.  마차를 타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드디어 우리는 그들이 사는 곳을 구경하러 간다. 딸가닥 딸가닥 이 마차를 타고 18세기 농가 생활 아미쉬 마을을 둘러보는 거다.  이 마차를 타보려는 관광객이 무척 많았지만 이곳 아미쉬 마을에서 끝이라면 끝이다.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우리까지만! 이라니. 흐유~



마차를 통째로 빌려 우리 친구들만 타고 아미쉬 마을 여행이다. 빠진 친구 없는가? 마차 출발 전 복닥복닥 설레는 우리는 찰칵찰칵. 마차의 정원보다 조금 많아 궁둥이를 좁혀 낑겨앉으며 깔깔 푸하하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우리는 여고 동창생.


앗, 말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아미쉬 여인. 현지인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기에 너무 반갑다. 머리에는 보닛을 쓰고 화장은 아무것도 안 하고 검은 양말과 검은 신발을 신는 아미쉬 여인. 열심히 일하는데 땡볕 아래 궂은일을 하면서도 밝은 미소가 얼굴 가득이다.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옛날 모습으로 씩씩하게 일하고 있는 여인.


그리고 마차 백미러에 살짝 보이는 얼굴. 우리들에게 아미쉬 마을을 영어로 설명해주고 이럇 낄낄 말도 모는 이 앳된 소녀는 세상에 이미 애가 있는 주부란다. 도대체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따가닥 따가닥 잘생긴 말 둘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드디어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오호~ 넓고 푸른 들판에 집이 드문드문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본래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마을인데 헤리슨 포드 주연의 위트니스라는 영화가 1985년에 개봉되며 이들의 독특한 생활이 알려지게 된다. 경찰관인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 마을에 숨어 살면서 아미쉬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 넓은 지역에 자동차는 한 대도 없고 가끔 지나가는 마차랑 마주칠 뿐이다. 문명 거부로 자동차 대신 말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주변이 많이 훼손되고 왜곡되지만 이들의 수익을 늘려줄 테니 은둔이 나은지 개방이 나은지 모르겠다. ㅎㅎ


왼쪽 사진이 바로 마을 전체에 딱 하나뿐인 학교다. 여기서 8년 동안 공부하는 것으로 아미쉬 사람들의 모든 교육은 끝이다. 선생님은 딱 한 분이고 학생들의 점심은 엄마가 밥을 싸와 학교에서 함께 먹는다니 정말 옛날 방식이다. 대신 성인이 되면 여기서 살 것인지 밖에서 살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이 곳에 남는단다.



앗, 우르릉 꽝꽝 저 멀리 아득하게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엄청난 비가 지금이라도 쏟아질 듯 시커먼 구름이 몰려온다. 이랴낄낄 이랴낄낄 소녀 같은 애기 엄마가 말에 채찍을 가한다. 비 쏟아지기 전에 어서어서 달려라 달려. 바람이 험악하게 불고 갑자기 하늘은 어둑어둑해진다.

그림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아름다운 곳. 드넓은 마을의 모든 경작을 직접 하고 있다. 가족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해 양로원 그런 것도 없다. 태어나면 그 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되어 하늘나라 갈 때까지 한 집에 사는 것이다. 3세대 4세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이다. 어쨌든 이들이 오로지 8년 교육받는 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니 미국은 정말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나라인가 보다.



따가닥 따가닥 열심히 달리는 말. 암컷 수컷인데 수컷이 자꾸 들이댄다며 소녀 같은 아줌마는 그러지 말라고 자꾸 수컷을 채찍질한다. 호호 아. 정말 하늘이 심상치 않다. 이 곳을 Dutch Country

라고도 부른다는데 1720년 독일을 중심으로 스위스 등에 살고 있던 아미쉬들이 랭커스터로 이주하면서 오늘날 아미쉬 마을의 시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쟁기질하는 모습 가까이 가 보니 말이 기계를 이끌고 있다. 전기를 전혀 사용 않고 생활하는 이들 문명 거부다. 바람이 험악하게 불고 갑자기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구레나룻을 기르며 18세기의 검은 양복과 모자를 착용하는 아미쉬 남자들. 보닛을 쓰고 검은 양말과 검은 구두를 신는 아미쉬 여자들. 자연과 동화된 생활이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참 삶이라고 믿는 사람들. 깊은 신앙생활을 하지만 어느 곳에도 교회를 세우지 않고 각자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 그래서 교회와 관련된 잡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


오홋 빨래 널린 집. 어떻게 살아도 기본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빨래를 보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들도 빨래를 하는구나. 우리랑 같구나. 하하 그런 맘이랄까? 아. 하늘이 더욱 심각해진다. 검은 옷 검은 신 아미쉬 여인이 집 마당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가는 느낌이다. 전혀 번잡함이 없다. 사람도 없다. 집도 드문드문이다. 앗. 앗. 앗. 사람이다. 그것도 아이들.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가까이 당겨서 찍어 보잣. 아, 금발의 예쁜 아가. 모두들 맨발이다. 사실  아미쉬인들을 대놓고 찍는 건 큰 실례란다. 그래서 마차 안에서 몰래 살짝살짝 찍는다.



앗. 여기 어린이들의 엄마인듯한 여인. 보닛을 썼고 검은 치마에 맨발이다. 아, 어떻게 맨 발로.

안녕 안녕 어여쁜 금발 아가가 손을 흔든다. 갑자기 만난 아미쉬 가족에 놀란 우리도 안녕 안녕 열심히 손을 흔든다. 내려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볼 수는 없었을까. 저 금발 소녀를 안아볼 수는 없었을까 심상치 않은 하늘 때문에 달려라 달려 쏜살같이 달리는 마차 안에서 못내 아쉽다.



아. 이젠 하늘이 완전히 노했는가. 시커멓고 후드득 빗방울도 떨어진다. 목련인가? 분홍 커다란 꽃도 놀랐는가 후드득 떨어진다. 그래도 이 곳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가이드 말에 빗방울도 거세어지고 아이스크림 사려는 사람들의 줄도 길지만 기다리고 기다려 기어코 사고야 만다. 유기농 뻥 투기 달콤한 팝콘 큰 거 한 봉지 들고 타는 순기. 버스 안에서 나눠 먹는 아이스크림이며 뻥 투기하며 아아아아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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