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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16. 2020

팔 부러진 엄마

코로나로 위태위태한데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는 병원으로 엄마랑 나는 간다. 집 앞 공원에서 넘어져 홀로 일어나 홀로 응급실로 가 홀로 치료받고 홀로 집에 온 씩씩한 엄마. 김장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열차 타고 달려와보니 팔에 기브스를 한 채 한 손으로 온갖 것을 하고 계신다. 왼팔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이렇게 중요하네~ 하시면서.


아주 쉬워 보이는데 왼손이 꼭 필요한 것들이 많다며 줄줄이 사탕이다 하하. 화장품 뚜껑을 열기도 화장품을 손에 따르기도 치약 뚜껑을 열기도 압력밥솥 뚜껑을 열기도... 그래서 압력밥솥에 밥 해놓은 걸 드시지 못하고 계셨다.


장애인은 얼마나 불편할까. 왼손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어.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도 균형이 안 맞아 문득 기우뚱하시니 내 가슴이 철렁한다. 엄마 내 팔 꼭 붙드세요. 단단히 엄마의 남은 한쪽 팔을 꽉 끼고 병원으로 간다. 곳곳에 얼음이 얼어있다. 하얀 눈도 있다. 엄마 길이 저런데 어쩌자고 걸으셨어요. 그래도 운동을 해야 하잖아. 병원 가는 길에 엄마가 늘 산책하는 공원이 있다. 어디서 넘어지셨어요? 저렇게 길이 미끄러워 보이는 데 어떻게 저길 걸을 생각을 하셨어요. 살짝 얼음이 언 걸 봤지. 그대로 건널 수 있을 줄 알았지. 아니 그럼 얼음판인걸 알고 건너셨다는 거예요? 그렇지. 얼음이니까 조심조심 건넜는데 어쩜 그렇게 꽝 넘어지냐. 하이고 얼음인걸 알고도 건너셨다니. 당신 육체 나이는 까맣게 잊고 마음의 나이로 다니시는가 보다. 청춘에 그깢 얼음쯤이야. 그게 문제다. 몸은 나이 들어가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


아 병원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다. 정형외과는 더 많은 것 같다. 겨우 가서 접수하니 수납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오란다. 줄 한참 서서 수납하고 다시 지하 1층으로 가서 엑스레이. 기다림 기다림의 연속. 다시 정형외과로 와서 서류 제출하고 기다림 또 기다림. 드디어 엄마 호명. 아주 젊은 의사 선생님. 찬찬히 이것저것 다 살펴본 후 말씀하시는데 의사의 딜레마란다. 수술이냐 아니냐. 일단 나이가 너무 많으셔서 수술은 안 하는 게 맞는데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정정하셔서 깜짝 놀랐다며 수술도 염두에 둘 수 있겠다하신다. 


응급처치가 잘 되어 뼈가 다행히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5주는 있어야 붙는데 그때까지 이 뼈가 이렇게 위치를 지키고 있느냐가 문제다. 느닷없이 뼈가 처음 벗어나던 위치로 갈 수 있고 그러면 아주 힘든 수술이 된다. 지금은 별로 어렵지 않은 수술이며 수술하기 아주 좋다.


그럼 수술하면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수술한다는 거죠. 아프고. 상처 남고 그런 거. 그 이외는 수술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잠깐 가족과 의논하고 오겠다 하고 결론을 보류한다. 해외에 있는 오빠와 남동생 가족 단톡 방에 올리고 의사인 시동생에게 문의한다. 의논 결과 어르신들 지병이 있어서 대개 수술 못한다. 수술할 수 있으면 그건 당장 해야 한다로 결론. 당장 수술 날짜 잡고 입원 예약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어린이라면 어떻게 해도 붙겠지만 88세 노인은 뼈가 붙기 힘들다. 수술할 수 있으면 하라! 그렇게 엄마는 당장 수술하게 되었다. 그러나 말이 당장이지 워낙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 전 검사할 게 너무너무 많단다. 바로 얼마 전 며칠 입원해서 정밀검사를 했는데요? 그 기록이 여기 다 있을 텐데요. 어지럽다고 잠깐 쓰러지셔서 입원해 이것저것 검사받던 게 생각 나 검사라는 말에 나는 그 말을 한다. 그러나 야속하게 들려오는 말. 한 달 이내 한 검사만 유효합니다. 아니 몇 개월 전에 했는데도요? 네. 한 달 이내요.


하하 그래서 수술 날까지 거의 매일 병원에 와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오늘 검사받을 수 있는 것 받는데도 하이고 기진맥진이다. 삼층으로 이층으로 지하로 다시 삼층으로 일층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이걸 90 바라보는 노인 혼자 할 수 있을까. 나 마저 없었으면 어쩔뻔했는가. 그래도 모든 오늘의 검사를 마치고 다시 정형외과로 가서 문진 할 때 체크하라는 그 모든 성인병에 해당사항 하나도 없어요! 크게 외치니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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