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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16. 2020

엄마 우리 맥주 한 잔~

아, 병원은 정말 바쁘다. 사람이 언제나 많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검사하고 또 검사하고. 그 어려운 병원일을 모두 끝내고 집에 와 엄마랑 나는 뻗었다. 김치와 부침가루가 있다. 부침가루에 차가운 물을 붓고 저어서 그 안에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넣는다. 그냥 한 조각만. 속이 더부룩해서 안 드시겠다 하니 딱 한 조각만.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그것마저 뜨거워지기를 기다려 치직 소리가 나도록 단 한 조각 분량 준비한 것을 쏟아붓는다. 센 불로 해서 조금 익는 듯할 때 TV에서 보는 전문 요리사가 된 듯 프라이팬을 확 들어 올리며 부침개를 훽 뒤집어 부침개가 하늘로 솟았다 뒤집어지며 내려앉는 그런 묘기도 부리며 노릿노릿 김치전을 만든다. 엄마 우리 맥주 한 잔~


김치전과 냉장고 속 테라를 꺼내놓자 어라? 술 못 드시는 엄마가 홀짝홀짝 잘도 드신다. 앗, 엄마 술 느셨네. 바삭하게 구워진 김치전을 속이 더부룩해 안 드신다더니 순식간에 나누어 드린 반 조각을 다 드신다. 엄마, 한 장 더 부칠까? 그래. 그러자. 신나게 먹자. 맛있다. 그래서 한 장을 더 부치고 테라 500미리를 다 마시도록 엄마랑 식탁 위에서 먹고 마시며 옛날이야기로 흥을 이룬다. 내친김에 엄마 우리 누룽지. 만들어 놓은 누룽지를 냄비에 넣고 뽀골뽀골 끓여 김치 깍두기만 해서 상쾌하게 마무리를 한다. 커피 한잔 할까요? 밤에 마시면 잠 안 올 텐데. 에잇 그래도 기분도 꿀꿀한데 우리 마시자. 그래서 우린 커피도 마신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엄마의 옛날 옛적 이야기들. 


함경도 사람들은 아예 고향에 못 간다 생각하니까 악착같이 살아 잘들 사는 것 같아. 우린 아니야. 곧 돌아갈 줄 알았거든. 정말 기름진 평야였기에 대부분 잘 살았고 경쟁이란 걸 몰랐지. 삼팔선 이남이었다가 휴전선으로 이북이 된 상황이라 아주 잠깐 있다 돌아갈 줄 알았지. 그게 영영 이별이 된 거야. 엄마의 고향 이야기는 너무 안타깝다. 잠깐이면 돌아갈 줄 알았던 고향이 그대로 이북이 되고 아무것도 없이 새로 시작해야만 했던 엄마 세대 황해도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까지 이어지며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난 나의 시간을 갖고 싶지만 엄마의 이야기는 무궁무진이다. 그래도 친구가 많아 혼자 살아도 외로움을 모르던 엄마가 요즘 코로나로 친구도 못 만나니 많이 외롭다 하신다. 우울증을 걱정하기도 하신다. 그런 참에 팔까지 부러졌으니 그 우울증이란 것이 하시라도 침범할까 두렵다. 그래. 지금 내 시간을 가질 때가 아니다. 난 엄마 말을 들어야겠다. 그렇게 하얀 대리석 식탁에 김치전과 맥주를 놓고 하염없이 옛날로 돌아간다. 엄마. 외로워하지 마세요. 파이팅!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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