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몰래주식투자 사고쳤다

by 꽃뜰

그렇다. 난 사고 친 게 분명하다. 난 남편만 곁에 없으면 이렇게 사고를 친다. 오늘 남편은 새벽같이 공 치러 나갔다. 착한 아내인 나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남편 밥을 다 차려주고 의리상 그 새벽 6시에 함께 밥을 먹었다. 나 같은 의리 있는 와이프 있을까? 해가면서.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다시 이부자리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나의 많은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9시가 넘으며 장이 열린다. 지켜보던 나는 일찍 나와버린 게 못내 아쉬웠던 포스코와 신한지주에 눈을 주는데 앗, 위로 올라갈 듯 양봉이 나올 듯 조금씩 오르고 있는 모습. 그럼 그렇지 전 고점까지는 갈 거야. 손이 근질근질. 그래! 질러! 5일선이 위에 있는데 무어가 두렵다고! 그렇게 파팍 있는 대로 몽땅 사넣었다. 이런 만용은 그때 LG전자가 파팍 뛰며 상한가로 갈 때 그런 때 했어야 했다. 지금은 조심조심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입으로 부르짖더니 남편이 없으니 맘껏 주식시장을 보다가 사고를 친 것이다.


사고. 사고가 맞다. 또 짧게 나와야지 하고 적당한 가격에 매도까지 걸어놓고 그렇게 좀 있다 들어와 보니 위로 팡팡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를 맴돌다 내려가려는 폼이다. 이건 아니구나. 오늘 아니구나. 아주 적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무조건 나올까? 아니 5일선이 위인데 무어 걱정이람. 정리한다 해도 종가에 하자. 하고는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종가 무렵 달려와 보니 헉! 헉헉! 선물은 10포인트 이상 빠졌고 양봉을 그릴 듯하던 나의 종목들은 그야말로 곤두박질 중이다. 어떻게 할까? 이제 내려가기 시작하면 정말 위험한 거니까 무조건 정리할까? 아니 원칙도 없이 내려가니 공포에 팔고 올라가니 신나서 사고 이렇게 갈팡질팡해선 안되지 않을까? 나름 그 어떤 원칙을 따라야지. 그래. 5일선이 위에 있으니까 들어간 거고 이 5일선이 아래로 곤두박질칠 때 나오면 돼. 손실 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난 원칙을 따르기만 하면 되니까. 손실이건 수익이건 그건 중요치 않아. 내가 원칙을 따르느냐가 중요하지. 그래서 정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락할 것 만 같아 두렵다. 도대체 왜 가지고 왔을까? 심심풀이 땅콩으로 들어간 매매가 조금이나마 수익을 주니 겁 없이 또! 들어간 것이다. 망했다. 어쩌나. 어쩌긴 무얼 어째.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가는가를 노려보다 아래로 가면 매도하면 되지. 손실이 클 텐데? 신중하게 들어가지 못한 그리고 아니다 싶을 때 재빠르게 정리하지 못한 나의 우유부단함 때문인데 무얼 탓하랴. 매수하고 나면 폭락할 것만 같고 매도하고 나면 폭등할 것만 같고. 그렇다면 왜 매매를 하는고? 내참. 지금까지 참아왔던 것 조금만 더 참지. 나도 참참참.



사진 1. 선물 주식. 겁 없이 있는 돈 몽땅 탈탈 털어 포스코와 신한지주를 가득가득 사놓은 현장.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1600여만 원 잘 지켜오다가 골로 가게 생겼다. 아흑. 와이 충동구매를 했을꼬. 아무리 손실이 커도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만 가봐. 내 즉시 탈락시키리라.


사진 2. 현물 주식. 한전을 탈락시키고 남은 곳에 나의 사랑 LG전자를 사넣었다. 이 정도 조정에 다시 양봉이 나온다면 살만하지. 하면서 이른 아침 살짝 올라가는 듯한 모습일 때 달라붙었다. 그리고 파파팍 곤두박질치기 시작. 손실이 크다. 눈 딱 감고 5일선이 20일선 밑으로 가면 탈락시켜야만 한다. 그래! 난 아직 무죄! 나의 원칙에 어긋난 매매를 한 건 아니니까.


사진 3. 현물 주식 잔고. 어제만 해도 720 얼마였던 것 같은데 690대로 내려앉았다. 하이고 오오오. 조금 더 지켜보지 왜 이 어려운 시기에 겁 없이 들어가 이렇게 맘을 졸일까. 하필 남편은 일찍 나가 나로 하여금 이 큰 사고를 치게 만들꼬. 에고 고고고 (와이 요것이 남편 탓이냐. 남편 몰래 하는 주식투자이기에 남편이 곁에 있으면 이렇게 대놓고 맘껏 매매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 일찍 나가 나로 하여금 맘껏 주식시장을 헤집게 하였으니 그때의 실수는 몽땅 남편 탓 아닐까. 엣헴)


LG전자. 이렇게 큰 음봉 나오면 안 된다. 하. 어떡하나. 그래도 전일 양봉이 훨씬 크다. 거기 미련을 두자.


오늘의 긴 음봉이 없고 양봉으로 변하려 하고 있었다면 꽤 괜찮은 매매 순간이다. 그래서 들어갔다. 그리고 곧 곤두박질치는데 그때 도망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나름 원칙을 지킨다고 5일선이 20일선 뚫고 내려가야 매도가 가능하지 하는 맘으로 그대로 들고 왔다. 파이팅.


주봉 월봉 모두 너무 가파르게 오르지 않았는가? 일봉이 20일선에 닿고 주가도 닳고 올라가느냐 끝내 내려오느냐가 관건이다. 내려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 그 어떤 일이 닥쳐도 나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할 뿐야요~

20210115_150513.jpg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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