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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23. 2021

누나~ 자가격리 쫑파티~

어릴 때부터 나를 쫄쫄쫄쫄 그야말로 딱 달라붙어 다니며 못살게 굴던 두 살 아래 남동생. 캐나다에 사는 그 애가 왔다. 오자마자 자가격리에 들어가 드디어 오늘 끝난다. 그 며칠 전부터 그는 조른다. 누나~ 자가격리 쫑파티 안 해줘? 내가 2주간 이렇게 힘든데. 집에서 꼼짝 못 하고!  


나는 익히 워낙 누나 친구들 노는 데 따라다녀 그 애도 잘 아는 나의 단짝 친구 S의 자가격리 쫑파티 소식을 전한 바 있어 누나가 친구 쫑파티는 해주면서 감히 나의 쫑파티를 안 해준다고라? 며칠 전부터 협박을 해 온 것이다. 누나~ 꼭 올라와야 돼. 하하 그러니 어찌 내가 안 갈 수 있으랴. 


칙칙폭폭~ 이 아니라 쒜엑~ 고속열차를 타고 행신역에 내리니 자가격리 끝난 남동생과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에서 온 동생은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 쓸 차를 리스했고 힘들게 올라오는 나를 마중 나온 것이다. 오홋 우리는 그대로 하나로 마트로 향해 최고급 한우를 산다. 이걸 밖에서 먹으려면 꽤 비싸~ 그래 알았어. 그래도 너무 비싸다. 하면서도 우린 최고급 살치살을 산다. 


고기 굽는 건 얘가 잘해. 엄마가 남동생을 치켜세우고 볶는 거 지지는 거에 자신 있다는 남동생은 실력 발휘를 한다. 식탁 위에 불판을 올려놓고 그 애가 지글지글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맛을 봐. 아. 정말 너무 맛있다. 살살 녹아. 여기 빠질 수가 없지. 누나를 위해 소주를 냉장고에 마련해두었지. 옛날 나의 아버지가 우리 딸~ 하며 냉장고에 차가운 소주를 마련해두었듯 이번엔 남동생이 차갑게 소주를 마련했다.  


누나, 옛날에 말이야~ 하하 그렇게 나랑 남동생이랑 엄마랑 무궁무진 옛날이야기를 쏟아낸다. 밤이 소록소록 깊어가는 만큼 우리의 대화도 깊어진다. 아, 옛날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은 얼마나 좋은가. 알딸딸 취한 기분에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하하. 누나~ 인생이란 말이야~ 하하 돌아가신 아빠랑 나누던 삶의 이야기를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못살게 굴던 남동생이랑 엄마랑 함께 나눈다. 기막힌 밤이다.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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