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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9. 2019

장애아 엄마

그저 바라보지 않기만 할 뿐

이른 아침부터 붐비는 도서관. 단 하나뿐인 식당도 붐빈다. 붐비는 곳에서 밥 먹을 자리를 못 잡아 밥 판 들고 식당 안을 헤집기 여러 번. 이제는 요령을 터득했다. 일찌감치 물통을 하나 들고 내려 가 적당한 자리에 그 물통을 탁 얹어 자리를 일단 맡아 놓고 밥 줄을 서서 기다리다 배식이 시작되면 떠오는 거다.

그렇게 밥을 떠서 내가 맡아 놓은 자리로 룰루랄라 여유만만 오니 내 바로 옆자리는 가방만 있고 그 옆에 어떤 여자? 어떤 아이? 왜냐하면 문득 마주친 얼굴은 아이인데 그런데 전체를 보니 얼굴 아래로 너무나 뚱뚱하여 
웬만한 어른 보다도 더 큰 체구다. 약간 비정상적인 비만이랄까? 돈가스를 앞에 가져다 놓고 먹을 생각은 없이
얼굴을 바닥에 콕 박고 어떻게든 그 거대한 몸을 안 보여주려는 듯 몸을 꾸겨 넣고 있는 모습이랄까.

어떻게 나와 눈이 마주쳤을까? 살짝 웃는 나에게 무덤덤 무표정이다.  조금 후 엄마인가 보다. 나처럼 약식 한정식을 받아온 엄마는 그걸 내려놓기 무섭게 "왜 안 먹고 있어?" 하더니 그 애 앞에 있는 커다란 돈가스를 정말 너무도 정성껏 아주 작게 깍둑썰기 해준다. 좀 앉아서라도 하지. 저렇게 시간을 오래 걸려 잘라 줄 거라면. '대충 잘라주고 아. 좀 빨리 드시지요.' 가져다 놓은 밥과 국은 다 식어가는데 끝도 없이 선 채로 아이만 신경 쓰는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잉잉잉잉 이이 잉잉" 그 엄마보다 더 큰 아이가 알 수 없는 소리로 크게 운다. 주변 사람들이 힐끗힐끗 돌아본다. 궁금하다. 왜 울까? 그러나 그 애를 보아선 안될 것 같다. 사람들 시선을 제일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까. 아니 어디선가 그렇게 들은 것 같다. 절대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일반인이라도 저렇게 크게 운다면 누구나 바라볼 텐데 나는 일부러 애써서 바라보지 않는 것. 그것이 더 편견 아닐까? 그래도 어쨌든 내 머릿속엔 바라봐선 안된다! 그것만이 입력되어있으므로 그냥 귀만 쫑긋하고 절대로 그 애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아, 그러나 내가 어떻게 도울 방법은 없는 걸까? 어떻게 도와야 하는 걸까? 

엉엉 사람들이여 그 애가 무슨 소리를 내도 절대 돌아보지 마시요. 아, 작은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곁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는 무얼 하는 걸까. 그저 내 밥판에 코박고 밥만 먹을 뿐. 엉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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