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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숲 속에서~

by 꽃뜰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다. 캐치프레이즈? 그냥 떠올라 썼지만 정확한 뜻은 무얼까? 뒤적뒤적. 오호.


캐치프레이즈(영어: Catchphrase)는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끌기 위해 사용되는 문구 및 문장을 말한다. 상품 광고에서는 캐치프레이즈 (광고 문구)가 상품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인 중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직업으로서 캐치프레이즈를 창작하는 사람을 카피라이터라고 한다. <나무 위키>


그렇다. 다른 사람보다는 나와 남편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요, 지속적으로 행하고픈 마음에 만든 것이다. 처음엔 '아침은 수변공원에서~'였다. 그러나 남편이 '아침은 숲 속에서~'를 말했고 또 '아침은 새소리를 들으며~'라고도 했다가 '아침은 호숫가에서~'라고도 했다. 호숫가이지 숲 속은 아니잖아? 그러나 호수 주변엔 숲이 우거져있으니 우리가 앉는 곳은 꼭 호숫가가 아니라 숲 속일 수도 있다. 높은 곳에 앉아 호수를 그윽이 내려다보는 것이므로 숲 속이라 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최후로 당첨된 것이 '아침은 숲 속에서~'이며 우린 이걸 수시로 외치며 지켜갈 것이다. 무엇이냐.


우리의 아침은 간단하다. 왜냐하면 은퇴한 남편의 일어나는 시간이 들쑥날쑥이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 아침 시간 일이 분을 아쉬워하던 그는 은퇴 후 아침잠을 마냥 즐기고 있다. 그게 제일 행복하단다. 그가 일어나는 때가 우리의 아침 식사 시간이 되는데 그것은 9시도 되고 10시도 되고 11시도 되고 심지어 12시도 된다. 그렇게 그는 은퇴 후 맘껏 밤 시간을 즐기며 새벽 1시에도 자고 2시에도 자고 3시에도 자고 심지어 4시에도 잔다. 나는 아침형 그는 밤형. 우린 그렇게 모든 게 극과 극이다. 그가 잠들고 조금 있어 난 일어난다. 그때 우리의 아침이 시작된다. 떡과 과일 정도가 우리의 아침이다. 그렇게 아침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리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일찍 일어난 그가 아침 일찍 걸을까? 한다. 우리의 산책시간은 대개 오후 서너 시쯤인데 말이다. 그럴까? 그렇다면 아침을 밖에서?


주섬주섬 우리의 아침을 싸기 시작한다. 옛날을 그리워하며 멥쌀로만 만든 팥시루떡을 전자레인지에 덥혀 먹기 좋게 썰고 바나나 두 개 사과 한 개 물 커피까지 두루두루 챙긴다. 토마토도 넣을까? 초반에 너무 많으면 안 돼. 책을 가지고 갈까? 그러나 그가 불편해한다. 책은 집에서 편하게 음악 들으며~ 난 숲 속에서 책을 읽는 그 맛이 대단할 것 같은데 거기까진 설득이 안된다. 여하튼 살짝살짝 넘어오는 그를 이때 꽉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캐치프레이즈도 만들고 우리의 아침을 늘 밖에서 하려고 작정하고 있다. 딱 하루 했지만 말이다.


너른 호수를 내다보며 높이 있는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떡이랑 과일이랑 야금야금 먹으며 커피까지 마시는 그 기분이라니. 하하 우리의 아침이 매일 이렇게 집 앞의 호숫가 숲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이거 정말 괜찮겠다. 그래서 난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를 오늘도 외친다. 주섬주섬 싸들고 조금 후 그가 일어나면 나갈 것이다. '아침은 숲 속에서~' 하핫.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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