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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으로매달백! 고구마

주식투자매매일지

by 꽃뜰

고구마가 완전 실패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대로 된 고구마가 좀 나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보물찾기 하듯 짙은 보랏빛 고구마가 땅속에서 보이면 살살 살살 그 주위를 호미로 파내며 고구마를 캐낸다. 고구마는 본래 모래밭처럼 메마른 땅이어야 잘 된다는데 우리 땅은 지렁이도 많이 나오고 매우 질다. 내년엔 이 질척한 땅엔 들깨를 심고 위쪽 좀 메마른 땅에 고구마를 심기로 했다.


대봉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몽땅 따왔다. 고구마 못난 건 빠대기를 만들고 잘난 건 일주일 숙성 시키라 해서 그대로 했다. 손가락처럼 가는 고구마를 푹 쪄서 햇빛에 말리는 게 빠대기란다. 힘들지만 후배 S가 가르쳐준 대로 오자마자 못난 것들을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고 벅벅 씻었다. 열 번을 헹궈도 스무 번을 헹궈도 시커먼 흙이 나오고 또 나왔다. 한 서른 번은 씻은 것 같다. 깨끗해진 못난 고구마들을 커다란 찜통에 넣고 푹푹 쪘다. 그리고 앞 베란다 햇빛 짱짱 드는 곳에 신문지를 깔고 예쁘게 진열해놓았다. 이렇게 마르면 아주 맛있는 겨울 간식이 된단다. 하하 빠대기란 걸 후배 덕에 처음 알았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너무 힘들어 운동도 빠졌다. 너무 힘들어 국민가수도 못 봤다. 호미로만 캐면 매우 힘들었을 텐데 나의 남편이 부삽으로 흙을 파헤쳐주어 그나마 수월하게 했다. S남편은 그 땅의 검은 비닐을 몽땅 제거했다. 고구마 캐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우리는 셋이 깔깔대며 하지만 그는 홀로 하는 작업이었으니까. 하하


우리 넷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일하는 짬짬이 커다란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생막걸리 내가 직접 싸간 김밥 후배가 예쁘게 말아온 달걀말이 김치 바나나 사과 커피 고구마 등을 신나게 먹었다. 가을 나들이하듯 밭에 온다. 가을 하늘은 참 아름답다. 함께 하는 우리도 참 좋다. 고구마도 대봉도 참 좋다~ 는 아니고 조금 수확했다. 한 박스씩 나눠주겠노라 큰소리 빵빵 쳤는데 하하 고구마밭 전체를 통틀어 한 박스도 채 못될 것 같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내년을 기약한다. 파이팅!!!


사진 1. 추정자산. 1741만 원. 2000만 원 원금에 259만 원 손실 중이다.

사진 2. 현대차. 4만 원 수익 중이다.

전일 저점을 깨는 긴 음봉이 나왔다. 에그머니다 정말. 그래도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으므로 내가 따로 할 일은 없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가면 매도할 뿐야요~' 그래도 기죽지 않고 요것만 부르짖으며 지켜낸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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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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