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May 20. 2019

여고 동문 바자회

깔아주는 멍석 위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2019년 5월 28일 화요일 대망의 정신 총동문회 바자회를 앞두고 정기운영위원회 겸 바자회 준비회가 5월 16일 10시 반 동문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포스터에 쓰인 오전 10시는 테이프 컷팅 시간이다. 바자회를 준비하는 우리들은 모두 9시까지 집합하기로 하고 음식 코너를 담당하는 63기와 67기는 8시까지 김마리아 회관 로비에 모이기로 한다.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5월, 종합운동장역 3번 출구로 나오니 정신여자중학교, 고등학교 글자는 있으나 하필 그 바로 앞에 자전거 정류장이 있어 폼 나게 사진 나오기가 영 힘들다. 한마디로 스타일 구겼다. 빨간 벽돌에 노란 글자만 있다면 초록 담쟁이덩굴과 함께 참 예쁠 텐데. 


10시 30분 딱 정각에 동문회 방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선배님들이 와 계시다. 정기운영위원회는 항상 예배로 시작한다. 61기 유한희 선배님께서 사회를 보신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찬송가를 부르고 61기 이희숙 선배님의 기도가 이어진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는 에베소서 4장 22절 ~ 24절 말씀 봉독과 함께 주기도문으로 간단히 예배를 마친다.


이제 본격 운영 위원회가 시작된다. 61기 이 덕순 선배님의 전 회의록 낭독. 우아 얼마나 길고 자세한지. 정신 총동문회 총회 때 사사사삭 재빨리 돌아가던 볼펜 소리 하며 종이를 순식간에 가득가득 메워가는 속기 실력에 곁에서 입을 헤 벌리고 감탄했는데 '그 실력으로 기록하셨겠구나.' 상세한 발표에 와우 모두들 크게 박수로 화답한다. 61기 차영희 선배님의 회계 보고 등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드디어 바자회 준비회의 돌입.


맨 처음에 본 정신 총동문회 바자회 멋진 포스터는 67기 김숙향 후배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딸이 수고해주었다. 그리고 기 별로 판매 품목 등이 정해지는데 지금 61기가 총동문회를 맡고 있으면서 또 61기 부스를 운영하기는 매우 힘드니 앞으로 총동문회를 맡은 기는 부스를 빼기로 한다. 즉 그 기수의 바자회 수익금 입금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대신 총동문회 이름으로 물건을 팔고 모든 수익을 총동문회에 넣기로 한다. 

그동안 번개처럼 몇 차례에 걸쳐 모였던 바자회 운영을 위한 소 모임들. 거기서 의논된 이런저런 사항들을 오늘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날 판매자는 흰색 상의와 검정 하의를 입기로 한다.

"그런데 왜 멋진 옷 입으면 안 돼요? 꼭 하양 검정이어야 하나요? "

하는 67기 후배 말에 모두 깔깔 푸하하하 그럼... 숙향이 빼고 모두 하양 검정 옷 입기 하면서 회의장은 갑자기 웃음바다가 된다. 하하 푸하하하 모야 드레스라도 입고 오게? 선배님들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하하 숙향 후배는 우리의 개성대로 예쁘게 입고 싶다고요 하는 통에 반드시 흰색 상의 검정 하의에서 웬만하면 흰색 상의 검정 하의로 그날의 규칙을 즉시 바꾼다. 하하 





44기: 소금, 미역, 다시마, EM 비누 및 EM 물품들

글을 쓰는 내가 63회인데 44회 선배 님이시면 도대체 연세가 어떻게 될까? 우리보다 19년 선배시니 82세! 우리 63기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4년에 정신여고를 다니신. 우아...  그 많은 세월을 함께 하는 동문회. 정말 멋진 인연 아닐까.

그때 그 오랜 시절 함께 학교 다녔던 선배님들께서도 이번 바자회에 참여하셔서 소금, 미역, 다시마, EM 비누 및 EM 물품들을 판매한다. EM? EM이 무얼까? 뒤적뒤적

Effective Microorganisms의 약어로 유용한 미생물들 이란 뜻이다.  효모, 유산균, 누룩균 등 인류가 오래전부터 식품 발효 등에 이용해왔던 미생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항산화 작용이 있어 악취를 없애고 물을 깨끗이 하고 식품의 산화를 방지한다.  아하... 


45기: 팬티, 브라, 양말, 홈드레스 등의 란제리와 코코넛 오일


45기 선배님들께서는 팬티, 브라, 양말, 홈드레스 등의 란제리와 코코넛 오일을 판매하실 예정이다. 


50기: OLD NAVY 티셔츠와 원피스, 셔츠,  Vera Bradley 천가방과 스카프





50기 선배님들께서는  OLD NAVY 티셔츠와 원피스, 셔츠 등을 팔 예정이다. 특히 가방과 스카프는 오륙십 대가 선호하는 천가방으로 Vera Bradley 다. 가방 3만 원 스카프 2만 원으로 옆으로 메고 핸드폰, 열쇠, 통장 넣기 딱이다. 아주 가볍다. 20개 한정 판매.

53기: 가제 손수건과 턱받이 앞치마



5매 가제수건 1세트 1만 원





실크 고급  턱받이 앞치마 1장에 1만 원




53기 선배님들께서 판매할 가제 손수건과 턱받이 앞치마다. 턱받이 앞치마? 화려한 레이스의 아주 고급 커다란 손수건인데 끈이 달려 있어 마치 어린 아가들 턱받이처럼 생겼다. 화려한 실크 레이스로 우아하게 목에 걸고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뿐인가? 앞치마, 무릎 덮개, 목 스카프로도 사용 가능한 요즘 인기 급상승 품목이다.   


54기: 작년에 아이스크림


54기 선배님들께서는 이번에 참석을 못하 신다 하니 웅성웅성 난리가 난다. "아, 작년 바자회 때 수위실 앞에서 파시던 아이스크림 정말 맛있었는데." 하며 너무들 아쉬워한다. 누구라도 그걸 할 수 없을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사무국장이 54기 선배님들께 물어 아이스크림 판매대를 가져다 놓기로 한다. 


판매는 음식 코너를 맡은 63기나 67기 중 한 명이 파견 근무하기로 한다. 그러자 "한 명은 심심해서 안돼". "맞아 화장실도 가야 하고 우선 재미가 있어야지." 해서 2명을 파견시키기로 한다. 하하


57기: 누비 가제손수건 2매 세트, 가제손수건 5매 세트, 가죽지갑


아마 각 소모임이 가장  활발한 동기는  바로바로 57기 선배님들이 아닐까 싶다. 매주 모여 산에도 가고, 라인 댄스도 하고, 골프도 하는 등 이런저런 모임이 많아 단합이 정말 잘되는 선배님들이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정신 예술제 때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착착 호흡을 맞추며 단합의 저력을 보여주신 선배님들이시다. 



가제 손수건 5매 1세트 만원~   



인기 폭발로 무려 오백 개가 사전 판매로 거의 다 소진된 소가죽 손지갑도  2만 원에 나온다. 서둘러야 한다. 얼마 안 남았다니까. 

59기: 쑥떡, 롱 스카프, 녹용 스틱, 녹용 양갱 


예술 제때 세련된 춤을 보여주신 멋쟁이 59회 선배님들은 쑥떡, 롱 스카프, 녹용 스틱, 녹용 양갱을 팔 예정이시다.  

60기: 수세미, 가방, 에이드 음료, 화장품 쿠션 팩트, 넥워머 여름용, 구충제


작년에 정신 총동문회를 맡아 이끌었던 60회 선배님들. 수세미, 가방, 에이드 음료, 화장품 쿠션 팩트, 넥워머 여름용, 회충약을  판다. 많은 분들이 회장님을 도와 총동문회를 잘 이끌었던 60기 선배님들. 회충약은 개당 1,000 원, 머플러는 3,000원, 4,000원. 가방은 15,000원 의류 4,000원 균일 주스 에이드 2,000원에 팔 예정이다. 




방탄소년단 화장품 쿠션 팩트다. 



3,000원씩 판매될 수세미다.

61기 (총동문회):  알뜰 물품, 크라운 제과 과자, 홍삼젤리, 베베숲 물티슈, 아보카도 오일, 가죽 지갑, 아동복, 가방


난타 공연으로 정신 총 동문 예술제를 뜨겁게 달구었던 61기 선배님들. 지금 총동문회를 이끌고 있다. 금년엔 따로 61기 부스 없이 총동문회 부스에서 판매한다.  와이? 총동문회를 맡은 기는 따로 부스 없이 총동문회 부스만 운영하기로 했으니까. 


집에서 가져온 안 입는 옷들과 지갑, 육명희 선배님께서 제공하는 크라운 제과 과자, 홍삼젤리, 베베숲 물티슈, 아보카도 오일, 가죽 지갑, 아동복과 가방 등을 판다. 




왼쪽부터 홍삼젤리, 베베숲 물티슈, 아보카도 오일, 가죽지갑이다. 



특히 매일유업에서 하는 제로투세븐 아동복은 사이즈 100에서 150까지로 2세부터 7세까지의 너무도 귀엽고 예쁜 옷이다. 시중에서 3만 원 정도 하던 티셔츠와 바지들을 가격 불문 무조건 5,000원  원피스 쟈켓은 10,000 원에 팔 예정이다. 손주들 선물로 딱이다. 하하


62기: 곱창 돌김, 안경걸이 목걸이, 볶음용 지리멸, 국물용 멸치, 직접 짜오는 참기름, 들기름, 건조 과일 야채칩, 버섯 칩, 구기자 분말, 구기자 발효액, 곱창김, 디포리, 깨 생강, 이태리제 목캔디.


내년에 총동문회를 이끌어갈 62기 선배님들.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팔 예정이다. 내년 총동문회를 맡을 기 답게 정말 많은 동기들이 진작부터 북적북적 모이고 있는 잘 단합된 선배님들이다.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너무너무 맛있다는 곱창 돌김과 너무 예뻐 지나칠 수 없었다는 안경걸이 목걸이 



볶음용 지리멸, 국물용 멸치, 직접 짜오는 참기름, 들기름, 건조 과일 야채칩, 버섯 칩, 디포리, 깨 생강, 이태리제 목캔디 구기자 분말, 구기자 발효액 등등 많은 물품을 판매한다. 특히 구기자는 62기 최영순 선배님 동생이 직접 재배한 것이다.  



63기: 커다란 골프 우산 20개와 청정지역에서 동기가 직접 만든 된장





바로바로 내가 속한 63기. 수석 부회장 손혜경이 기증한 커다란 골프 우산 20개를 각각 만원씩에,  조정래가 청정지역에서 직접 제작한 된장 1 Kg을 15,000원씩에 팔 예정이다. 그리고 싹싹한 동기들 11명이 동원되어 67기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이날의 먹거리를 책임진다.

64기: 유기농 천연효모 발효빵과 쿠키, 구운 청계 알, 통밀 호밀 든 견과류 식빵, 맛간장, 맛소금, 누룩 소금, 쌀 누룽지


"진작 우리는 모이고 있었어요~" 새롭게 등장한 64기. 와우 우리 63기의 바로 직속 후배들이다. 바자회를 계기로 모여라 모여~ 중이란다. 하하 이번 바자회에서는 양평에서 민경원 후배가 직접 만드는 건강 유기농 식품을 선보인다.  




"단팥빵은 민경원의 특화 빵입니다. 묵직해요." 64기 유은숙 후배가 자랑하는 민경원 빵 ㅎㅎ




 "통밀 호밀 든 견과류 식빵 사진이 없네요." 민경원 말에  "식빵은 제가 맛 보장합니다. 견과류가 가득~~~ " 유은숙 후배의 친구 빵에 대한 자부심 그야말로 자신 만만이다. 하하



맛간장



맛소금, 누룩 소금




"엄청 건강한 맛이랍니다." 민경원 특제 쿠키~ 를 향한 유은숙의 감탄. 하하

65기: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보석 액세서리









65기 후배들은 동기가 직접 만드는 보석 액세서리 등을 팔 예정이다. 

67기: 김치, 김밥, 순대, 부침개, 생수, 냉커피, 짜파게티, 소떡소떡


67기 쟁쟁한 후배들은 진작부터 모이고들 있어 똘똘 뭉쳐있다. 바자회 임박해서는 김숙향 집에 모여 김치도 만들고 온갖 먹거리 준비를 하며 깔깔 푸하하하 우의를 다진단다. 



특히 숙향이 만들어 향 김치라는 이름의 이 김치는 인기 절정으로 바자회 시작도 하기 전에 예약만으로 거의 다 팔리곤 한다. 



63기랑 67기는 이날 김마리아 회관 로비에서 푸드코트를 운영한다. 우리 63기 11명과 67기 후배들이 대거 참여하여 김숙향 지휘 하에 이날 바자회에 오는 많은 사람들의 먹거리를 책임진다. 냉커피와 짜파게티, 컵라면을 비롯해 김밥에 순대에 부침개에 소떡소떡까지 온갖 먹거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기대하시랏.  


77기 이후~ : 스포츠 양말, 수제 잼, 커피 원두




총동문회의 관건은 어떻게 후배들을 동문회에 많이 참석하게 하느냐다. 어떻게든 모아서 77회 이후는 스포츠 양말, 수제 잼, 커피 원두 등을 판매하기로 한다. 



모든 부스는 바자회 당일 위치가 정해지며, 판매자는 웬만하면 흰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기로 한다. 바자회 참가자는 이름표를 부착한다. 기 별 수익금은 바자회 당일 사무국장에게 전달한다. 업체 수익금 수금은 총무부 61기 한성원 부회장이 맡는다. 과일은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한다. 거스름돈과 쇼핑백은 각 기별로 준비한다. 60기 이상 선배님들께는 도시락과 생수가 제공된다. 일하는 바자 회원들에게는 푸드코트에서 김밥이 제공된다. 


와우 이 많은 안건들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래도 토의할 것이 남았는데 한쪽에선 "배고파요~ 밥 먹고 해요~ " 빨리빨리. 일단 바자회만 성공시키고 그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합시다~ 해서 서둘러 마치는데 그래도 뱃속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하나님의 뜻이 펴신 너른 터전에~ ' 언제나 마칠 때는 교가 제창이다. 동문회에 나오니 이젠 흘러가는 세월에 다 잊고 있던 교가도 술술이다. 서로 손에 손을 꼭 잡고 열창을 한다. 마지막 '마음의 등불을 높이 들어라~'에서는 꽉 잡고 있던 손들을 모두 위로 높이 쳐든다.


아,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김진선 회장님은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 아니 음식 솜씨가 좋다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밥을 차려낸다는 게 보통 일인가. 첫 운영회의 때도 온갖 나물과 찰밥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시더니 이번엔 열무김치와  현미밥으로 우리를 감동시키신다. 각자 커다란 종이 밥그릇에 밥을 담고 열무김치를 담고 오이를 담고 소고기 볶음을 담으며 줄 끝까지 가면 시원한 동치미를 따로 담아 주신다. 


"많이 들 드세요~" 밥을 먹다 보니 너무 맛있는 열무김치, 그 요리법이 즉석에서 공개된다. "열무 보리밥이라고 하잖아요 " 맛있게 담는 비법은 바로바로 보리죽을 쑤어서 넣는 것. 그렇게 오가는 살림 백 단 선배님들의 온갖 요리비법을 귀동냥하며 꿀꺽꿀꺽 맛있게도 냠냠. 

"여기서 두 그릇 이상 안 먹으면 바보~" 똥배 걱정 1도 없을 날씬한 강호연 선배님이  룰루랄라 맛있는 밥을 퍼가며 이야기한다. 그렇죠 그렇죠 딱 한 번만 먹을 순 없죠. 똥배 걱정해야 할 나도 한 번 더 음식 진열된 곳으로 가 열무를 푹 퍼온다. 아, 맛있어~


우리의 막내 67기 예쁜 후배들 우리 63기와 함께 푸드코트를 운영할 빠릿빠릿 젊은 친구들. 여기를 보세요 찰칵. 5월 28일 정신여고 교정에서 펼쳐질 신명 나는 한판 바자회 놀이를 기약하며 모든 회의가 마무리된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멋지다 SR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