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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3. 2022

똥꼬 수술 4

어때요.
아무렇지 않아요.


정말 아무렇지 않다. 두시다. 이제 난 한 시간만 참으면 자유다. 그런데 문득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다. 반고를 떼어내고 환부를 보신다. 반창고 뗄 때 살짝 아팠다.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아플 거라 생각했던 치질 수술이기에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모 이렇게 안 아프지?  


수술 잘 됐습니다.


 환부를 보고 난 의사 선생님 말씀이시다. 수술 잘 됐습니다. 하~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는 말이다. 이제 세시가 되면 거즈를 떼어 휴지통에 버리고 팬티를 입고 가져온 생리대를 하란다. 입는 팬티형 기저귀와 생리대 다 가져왔는데 어느 걸 할까? 수술 직후라 피가 펑펑 날 테니 팬티형을 입을까? 아니 갑갑할 테니 그냥 오버나잇 생리대를 할까? 마치 비냉 물 짜장 짬뽕 결정하듯 별게 다 고민이다. 푸하하하.


떼 구루르 구르세요~ 네 시간 침대에 머리 붙었다 생각하세요. 오늘 절대 대변 안됩니다. 머리 들지 마세요.


두 번째 환자가 수술 후 도착했다. 하하 내게 행해졌던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엣 헴. 난 선임자. 하하 여유 있게 그들의 진행과정을 커튼 속에서 귀 기울인다. 룰루랄라 난 이미 했지롱 푸하하하.

 

세시! 드디어 해방이다. 간호사가 와서 항생제를 놓아주며 이제 움직여도 되고 물을 마셔도 된 다한다. 얏호! 살살 일어나 일단 정수기 물을 뜨러 간다. 가져온 거 있으면 드세요 하는 걸 봐서 과일을 좀 챙겨 올 필요가 있었나 보다. 그러나 입원 준비에 그런 말은 없었다. 그래서 난 먹거리를 아무것도 가져온 게 없다. 진작  알려주지. 에고. 먹는 걸 잘 먹어야 변이 잘 나올 텐데 오로지 병원 식사에만 의존하게 생겼다.


이 수술을 계기로 먹는 걸 조심해야겠다. 아무거나 먹지 말아야. 항상 건강한 식단으로 세끼 식사를 챙기도록 하자. 우리는 늦잠 자는 남편 때문에 아침을 너무 늦게 먹는다는 게 문제다. 여기 식사 시간은 아침 8시에 시작해 점심은 12시 반 저녁은 5시 반이다. 집에서도 매번 그렇게 시간을 정해 식사시간을 지킨다면 아주 규칙적인 건강한 식사가 될 텐데. 8시 아침식사라니. 평생직장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 그걸 제일 싫어했던 남편이라 은퇴 후 늦잠을 실컷 즐기고 있는데 그 좋아하는 걸 깰 수는 없지 아니한가. 그래서 식사시간이 들쑥날쑥이며 여차하면 아침이 늦어져 하루 두 끼가 되기도 하고 아주 밤늦은 저녁식사가 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우리 식사시간 어떻게 규칙적으로 만들 것인가 열심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여하튼 네 시간 만에 밖으로 나와 비록 복도일 뿐이지만 그래도 좀 걸으니 살 것 같다. 이제 두 시간만 있으면 저녁식사다. 얏호! 그런데 이거 너무 안 아픈 거 아닌 가!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프다니?


소변보셨어요?


걷고 있는 내게 간호사가 묻는다.


소변은 봐도 돼요?
네. 보셔야 돼요!


얏호. 난 대변 소변 다 참아야만 하는 줄 알고 꾹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소변은 봐도 된단다!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쏴아- 시원하게는 아니지만 쫄쫄쫄쫄 소변을 본다. 대변은 보지 말라는 간호사님 말에 힘을 교묘하게 소변 쪽에만 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쏴아~가 아니라 쫄쫄쫄쫄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끝나고 휴지로 닦아 변기에 넣고 보니 으악 흥건한 피!  흐익 내가 수술을 했구나! 나도 아프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피를 보니 내가 수술했음이 실감 난다. 이제 할 일이라곤 밥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아, 배고파.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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