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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4. 2022

똥꼬 수술 5

밥이 이제 삼십 분 후면 온다. 카운트다운!!!  지루함의 연속이다. 내게 항문 진료를 권유한 나의 친구 말에 의하면 생산적 일을 절대 할  없는 상황이라더니 그렇다. 그저 멍하니 밥만 기다릴 뿐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 아 배고파. 


드디어~  저녁이 왔다. 오홋. 드디어 밥!!! 아 좋아라 푸하하하 재빨리 식사 기도를 마치고 뜨끈뜨끈한 그 모든 것 하나하나 뚜껑을 벗긴다. 아~  맛있겠다. 와우. 먼저 뜨끈뜨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한 스푼~ 꿀꺽. 아, 맛있어. 꿀맛. 


반찬 하나하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두 명은 밥 먹을 수 있는 상태. 두 명은 침대에 머리를 붙이고 있는 중. 아까 내가 침대에 머리를 붙인 채 고픈 배를 주려 잡고 옆 침대 아가씨의 밥 먹는 소리 맛있는 냄새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는데 이제 커튼 속 저 두 분이 그렇겠구나. 아무리 배고프고 맛있어도 쉿! 조심조심! 되도록 소리 내지 말고 살살 씹어야지. 입술 꼭 붙이고 조심조심 천천히 소리 안 나게 음식물을 씹는다. 그래도 퍼져나가는 냄새는 어쩔 수 없으리라.


맛있게도 냠냠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는다. 하하 아 맛있어. 5인실에 화장실 하나. 양치질과 세수를 위해 침대에 머리 꽁 붙이고 있는 분들 시끄러울까 봐 밖에 있는 공용화장실에 간다. 수건과 칫솔을 들고. 조금만 가면 나오는 공용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다. 양치질을 맘껏 소리 내서 북북 닦고 온다. 그런데 계속 누워만 있으라 하니 밥 먹고 나서도 곧 누웠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속이 더부룩하다. 일어나야겠다.


아! 있어요!


일어나서 슬슬 복도를 걷는데 간호사가 오늘은 다니지 말고 웬만하면 누워만 있으란다. 그래야 척추마취 후유증이 없다고. 에고 복도 산책을 서둘러 끝내고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눕기 전 하릴없이 화장실에 앉아 소변이나 볼까 하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누가 화장실 문을 확 연다. 아! 있어요! 내가 놀라서 소리친다. 죄송하단 말도 없이 그냥 문만 쾅 닫고 달려가는 그녀. 나보다 늦게 수술한 앞 침대의 젊은 여자 같다. 그런 작은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왔다 갔다 할 때 문득 내 침대 위 커튼이 제대로 닫아지지 않은 것 같아 확 당겨 쳤다. 난 무심코 한 행동이지만 그녀가 막 앞에 있을 때였으므로 혹시 내가 그녀가 싫다는 표현이었을까 오해도 있을 수 있는 아주 부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게 화장 실 건 과 어우러져 무언가 그녀 심기를 영 불편하게 한 걸까? 이번엔 자기 쪽에서 휙 아주 단단히 커튼을 친다. 아, 이런 곳에서도 사람 사는 데는 다 사소한 갈등, 부딪힘이 있게 마련이구나.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어간다.


에이 그런 거 예민하게 신경 쓸건 아니다. 여하튼 오늘은 누워있으라 하니 모든 것 접고 눕는다. 태국어 유튜브 항상 10시와 5시에 방송하고 있는데 며칠의 결방이 예상된다. 할 수 없다. 아파서 입원해 있는 걸. 핸드폰에 계속 두들겨대려니 팔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고. 쓰려고만 말고 가지고 온 책을 읽자.


이곳은 이상하다. 엄마가 입원하셨을 때의 5인실 분위기와 영 다르다. 그땐 커튼을 확 걷은 채 모두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자기가 왜 수술을 받게 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온갖 이야기로 깔깔 푸하하하 매우 재밌었던 기억이다. 보호자까지 곁들여 얼마나 다정하게 서로 위로하고 말이 많았던가. 그런데 이곳은 그게 아니다. 모두 자기 침대에 커튼을 있는 대로 깊게 드리우고 각자 침대 속에서 무얼 하는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다.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다. 이럴 수도 있구나. 커다란 티브이가 병실 한가운데 있지만 아무도 켜지 않는다. 각자 자기 세계에 빠져있다. 


젊은이 들이라서일까? 아니면 코로나 때문일까? 간호사는 강조한다. 마스크를 언제나 철저히 끼고 있어야 한다고. 잠자면서도 반드시 써야 한단다. 하이고 잠자면서 마스크를 어찌 쓰고 있노. 그 때문일까? 일단 환자 말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기에 보호자도 아무도 없다. 그저 환자와 간호사가 있을 뿐이다. 그것부터가 다른 것이며 쓸데없는 말하는 것도 모두 금지일 수 있겠다. 커튼을 단단히 치고 5인실이지만 모두 각자다. 그래. 코로나 때문이야. 나도 조용히 가져온 책을 읽어야겠다. 사악 사악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릴 뿐이다.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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