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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0. 2022

똥꼬 수술 10

지금 시각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십칠 분. 저녁식사 시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배가 고프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때가 되니 배가 고프다. 친구가 전화를 해서 자기와는 전혀 다르게 내가 너무 쌩쌩하다 한다. 내일 아침 무통주사기를 빼면 무척 아플 거라 한다. 그럼 지금 내가 안 아픈 게 무통주사 때문?


저녁밥을 먹었다. 밥을 많이 먹어야 똥을 잘 눈다 하여 모든 걸 꼼꼼히 다 먹었다. 꽃게탕과 돈가스, 도토리묵, 겨울동 유자청 무침, 김치까지. 김치만 조금 남기고 다 먹었다. 아주 꼭꼭 씹어서. 그런데 여러 번 꼭꼭 씹어먹으면 좀 맛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냥 뜨거울 때 후딱 먹어야 밥의 맛은 있는 건데. 오래 씹다 보니 다 식어빠져서 마지막엔 배도 부르고 잘 안 먹게 된다. 그래도 건강한 똥을 위하여 씹고 또 씹고 열심히 씹어서 먹었다. 잘했다. 하하.


자 오늘은 토요일. 내일 퇴원하는 앞팀 여자들 때문에 나도 퇴원교육을 함께 받는다. 피 덩어리가 뚝뚝 떨어지는 지연성 출혈이라는 것이 100명에 한 명은 꼭 나오니 나에겐 안 온다 생각 말고 조심하라 한다. 비상 연락망도 해두고 남편도 가족도 위급상황 시 어찌해야 하는 가를 꼭 알아두라 한다. 그런 일은 없겠지. 설마.


집에 가서 좌욕을 하루 네 번은 꼭 해주란다. 한 달은 지나야 상처가 다 아문단다. 지금 느낌으론 그냥 당장이라도 다 나을 것만 같은데 내일 무통주사를 빼면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난 정말 아무렇지 않다. 이제 오늘 밤 몫의 좌욕을 하고 잠을 자면 되는데 잠자기 전 난 꼭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다.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다. 


제가 꼭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는데 봐도 될까요?


슬쩍 운을 떼볼까? 저들 중에도 오늘 새로 시작하는 시즌 3 그 드라마를 꼭 보고 싶은 사람 있지 않을까? 그래 볼까? 그러자꾸나. 일단 세수를 하고 오자. 잘 준비를 다 마치고 느긋하게 보는 거야. 


매일 곁에서 보기에 잘 아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가보다. 남편이 전화 와서 고구마 굽는 법을 묻기에 장장 삼십 분에 걸쳐 에어프라이 사용법을 가르쳤다. 맛있게 잘 구워졌다고 좋아한다. 그렇게 맨날 보고도 모르다니. 내참. 


젊은이들이라 전체 TV를 안 보는가 보다. 나도 나름으로 해결하기로 하자. 아무도 말 안 하는데 혼자 TV 보자고 할 필요 전혀 없다. 유튜브로 검색했다. 그렇지. 스마트폰으로 TV보기. 오케이. 바로 방법이 뜬다. 필요한 앱도 설치했다. 이제 내가 보고픈 프로를 맘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공영 TV를 시끄럽게 이용할 필요가 없다. 오케이. 하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커튼 속에서 핸드폰으로 TV를 틀어놓고 이어폰으로 듣는다. 오홋. 좋아요 좋아. 모두가 이미 TV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하고 있나 보다. 아하. 그래서였구나 공영 TV를 틀지 않는 게. 좋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다. 그래 요즘은 대세가 각자 핸드폰으로 TV도 보는 건가 보다. 세상 흐름이 그렇게 가는구나. 옛날 입원실 분위기랑 영 다르다.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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