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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2. 2022

똥꼬 수술 11

그나저나 내일은 일요일이니 수술 환자가 들어올 리 없고 저분들 모두 떠나면 나 혼자 어쩌나. 에고. 열심히 태국어 녹음이나 하자꾸나.


좌욕 방은 세 개. 난 가운데 있는 방에 들어갔다. 맨날 그 방에만 들어가다가 오늘 처음으로 첫 번째 방에 가보았다. 앗. 거긴 완전 새 좌욕기가 들어있다. 오호. 무어든지 가는 곳만 가지 말고 여기저기 둘러볼 필요가 있어. 새 좌욕기에서 멋지게 좌욕한다. 하하


그리고 5인실에 나 단독 혼자 있으면 마치 특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 그걸 슬퍼하지 말고 도리어 좋아하도록 하자. 특실에 있듯이. 혼자. 녹음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전화도 할 수 있고. 그러나 혼자 있으면 자꾸 그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봤던 좀비가 튀어나오는 것 같고 무섭다. 흐이구 바보야. 네가 지금 그런 걸 무서워할 군번이냐? 아니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갔을 때 듣던 몽달귀신, 달걀귀신 그런 모든 귀신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하하 난 어른이다.


무섭긴! 나와 보라고 해. 그래 5인실을 특실처럼 사용하는 거야. 내일은 커튼을 모두 걷고 방문을 열어놓으면 간호사들이 있으니까. 두려울 거 하나 없다고. 파이팅. 나의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왜 가슴이 콩당콩당 하고 그럴까? 하. 까짓 거 다 장난이야. 그런 마음 자세. 그래. 자꾸 두려워하지 말자고. 두렵다 말하니까 두려워지는 거야. 흥체 피!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 혼자도 잘 지낸다고!!! 아무렴! 그런 마음 자세가 필요해.

저녁 주사 소염제 챙겨드리겠습니다.


예쁜 간호사가 말도 예쁘게 하면서 주사를 놓고 간다. 밤 주사까지 맞았으니 이제 난 잘 일만 남았다. 다른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밥만 세 끼 먹으니 홀라당 다 먹게 된다. 과일이 먹고 싶고 남편의 커피가 마시고 싶다. 아, 커피 마셔도 되나? 물어볼까? 유제품은 안된다던데. 믹스커피엔 유제품이 들어간 걸까? 남편은 믹스커피를 브랜드도 자기가 정해 아주 기막히게 타 준다. 하하 그래서 일명 스 커피 바리스타다. 푸하하하. 난 이대로 팔팔 날게 될 것 같다. 어쩜 수술하고 이렇게 안 아플 수가?


게다가 삼시 세끼 밥 안 해도 돼. 청소할 필요도 없어. 빨래 안 해도 돼. 푸하하하 그냥 침대에만 누워 뒹굴대다 밥이 오면 먹고 또 뒹굴뒹굴 하하 게을러빠진 삼 박사일 여행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프지? 나와 같은 날 수술한 앞 침대 분들 아직 아무도 시원스레 대변을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난 대변도 충분한 양을 아주 잘 보았다. 뱃속이 그야말로 편안하다.


나의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제일 수술을 잘하신 걸까? 괜히 내가 의사 선생님을 가장 잘 선택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수술을 아주 잘해주셔서 하나도 안 아픈 것만 같아서. 하하 왜 꼭 그곳이라고 해서 여자 선생님이어야 할까? 어떻게 남자 선생님에게 그런 곳을 보일 수 있느냐 하는데 의사에게 환자는 여자 남자를 떠나서 환자일 뿐이라던데 여자 선생님이라는 것이 선택의 결정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쨌든 난 제일 쌩쌩한 것 같은데 제일 늦게 퇴원한다. 그래. 일박의 느긋한 여행을 더 즐긴다 생각하자. 하핫. 이젠 재밌는 드라마만 보면 된다. 얏호.


<계   속>


(사진: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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