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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으로 매달 백! 수채화

주식투자 매매일지

by 꽃뜰

호기심천국 나는 결국 묻고 말았다. 저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일단 첫 운을 떼자 귀에서 후다닥 이어폰을 뽑고 옆자리 아가씨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거 모 하는 붓인지 말해줄 수 있어요? 아 이거요? 넓은 붓을 가리키며 그녀는 정성껏 설명해준다. 바탕색을 칠하는 붓이어요. 아, 미술? 미대생? 네. 아하. 미술 하는 아가씨였구나. 난 메이컵일까? 했다. 왜냐하면 행신역에서 가는 내 옆자리에 서울역에서 올라탄 그녀는 새카만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 차림도 독특했지만 의자 테이블을 내리고 올려놓는 커다란 가방에서 삐져나온 붓들이 꽤 특이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분장사일까? 저 넓은 붓으로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바를까? 그런데 분장사이기엔 아가씨 피부가 화장끼 하나 없이 너무 맑다. 분장사라면 화려하게 화장했을 터이니 분장사 일리는 없겠다. 그럼 뭘까? 그림? 저렇게 깨끗한 붓으로? 호기심 모락모락 매우 궁금하던 차였다. 물을까 말까 물을까 말까 우선 다른 곳 찍는 척하며 슬쩍 그 붓들을 겨냥해 소리 안 나게 셔터를 눌렀다. 몇 장은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 하나 건지겠지만 그건 실례일 것 같아 그냥 딱 한 장으로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레 운을 뗀 건데 기꺼이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답해주는 아가씨. 하는 김에 궁금한 걸 또 묻는다. 그림을 그리는데 붓이 이렇게 깨끗해요? 네. 제가 좀 세척을 잘해요. 연한 색을 쓰거든요. 아 수채화? 네.


그렇구나. 수채화. 문득 나의 마음은 1970년 중학교 1학년 때로 달려간다. 아가씨는 듣던 음악을 다시 들으려 귀에서 뽑았던 이어폰을 꼽았고, 나는 감사 인사를 웃음으로 대신하며 그녀에게 향했던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때 미술 선생님은 대단했다. 72명 우리 반 학생들은 꼼짝없이 선생님께 집중 또 집중했다. 눈이 부리부리하신 선생님이 무섭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가차 없이 호명되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번호표 만드는 걸로 시작되었던 수업. 난 72명 중 72번. 커피 잔 받침 크기의 동그란 원에 커다랗고도 멋지게 72를 검은색으로 그려 넣어 왼쪽 가슴에 붙였고 딴짓하다간 졸지에 이 번호가 크게 불렸다. 호명되지 않기 위해 똑바로 앉아 선생님께 집중했다. 우리는 수채화의 기본부터 배웠다. 카리스마 대단했던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수채화의 세계에 폭 빠져들게 만드셨다. 나중에 보니 매우 유명한 서양화가셨다. 수채화 수업이 끝날 무렵 우리는 경복궁 향원정으로 야외 수업을 나갔다. 향원정이 잘 보이는 곳에 각자 자리 잡고 이젤을 펴고 스케치북을 올려놓고 그렸다. 향원정의 난간 하나하나 창문 하나하나 확실히 그려내겠다고 눈이 빠지도록 보고 또 봤다. 몇 번을 그렇게 다니고 나니 향원정 창문이며 난간들이 통째로 외워졌던 기억이다. 미술 하는 아가씨 덕에 추억하는 기차여행이 되었다.




추정자산. 1416만 원. 584만 원 손실 중. 오홋. 손실이 500만 원대로 내려왔다. 얏호. 하하

카카오 뱅크. 9만 원 수익중.

LG생활건강. 57만 원 손실 중.



하이고. 어째 내려가려는 모양새다. 에고.



오홋. 전 고점을 뚫고 팍팍 올라가는 경쾌한 모습. 하하. 주봉도 서서히 5 주선이 위로 방향을 틀고 있다. 월봉은 드디어 양봉이 나올 것 같다. 그래. 기대해보잣.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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