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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16. 2019

생활의 달인 식당 방문




나에게는 시애틀에 사는 친구가 있다. 몇 년 전 생활의 달인을 보다 너무 맛있어 보인다고 나보고 가서 먹어보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 결국 그 집을 못 갔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다시 그 애가 묻는다. 그 후 가서 먹어봤니? 

아니다. 난 그 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먹어보지 못했다. 살짝 미안하다. 미국에서까지 그 프로를 보고 연락해왔는데 말이다. TV에서 프로를 보고 너무 맛있어 보여 정말 궁금했나 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미안한 감도 있고 하여 당장 그곳을 찾아 직행. 남편도 기꺼이 동행해준다. 그런데 시애틀의 이 친구는 꽤 까다롭다. 그 국숫집 정말 맛있을까?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지금까지도 하도 궁금해하여 꼭 가보겠다는 내게 그래 가서 먹어보고 식 평을 글로 올려라 하면서도 절대 가게 상호 위치는 밝히지 말라 한다. 그의 명령을 받자와 나는 모든 상호와 위치를 빼고 그냥 먹은 느낌만을 말해보려 한다. 





우선 소바의 달인이라 하여 푸짐한 소바를 먹을 것을 기대하고 왔건만 메뉴 선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날도 우중충하여 뜨끈뜨끈한 것을 먹으려 했는데 골라낸 온소바는 계절상품이라 지금은 팔지 않는단다. 그렇다고 사골국물의 국수는 먹고 싶지 않고 온갖 튀김 등이 들어간 것도 내키지 않고... 하여 물어본다. 


"미국에 있는 친구가 생활의 달인에서 봤다며 꼭 가서 먹어보라 해서 왔는데 그렇다면 어떤 걸 먹어봐야 할까요? 추천해주시겠어요?"


그랬더니 자신 있게 하루 소바를 추천한다. 그래서 그걸 시키고 또 추천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 곳의 별미라는 것

바로 요거. 



맨 위의 메뉴 규카츠를 추천한다. 돈가스나 고기류를 먹으러 온 게 아닌데 그래도 이 곳에서 강력 추천하는 음식이니 먹기로 한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맛을 전달하자가 나의 더 큰 지금 목적이니까. 그래도 국수가 당겨 국수만 푸짐한 건 없냐 물으니 국수류를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나는 오늘 뜨끈뜨끈한 게 생각이 나지만 그렇다고 삼계탕은 아니고 그렇다면 비빔? 그러나 그녀는 그것보다는 규카츠를 먹어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콩국수는 이미 떨어졌다한다. 지금 보니 국수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냉소바를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꼭 밥을 드셔야겠다면 이걸 드시라며 추천하는데 우린 소바의 장인 집에 소바를 먹으러 온 것이므로 순두부는 패스한다. 주인아주머니가 상냥하게 메뉴를 보여주며 우리의 음식 선택을 아주 자상하게 도와준다.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사람이 꽤 많은 가보다. 얼마 전에도 누가 미국에서 이걸 먹으러 왔다고 했다며 자랑하신다.  



드디어 등장한 하루 소바. 우리가 말하는 메밀국수인 것 같은데 국수가 까맣지 않고 하얗다. 와이 색이 하얄까? 물어보니 본래 메밀 껍데기를 제거하면 하얗게 나온단다. 메밀 껍데기 제거 능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밀가루에 색소를 사용하여 보통은 색이 검은 것일 수 있다 한다. 여기는 80프로 메밀을 쓰기에 하얀색 그대로 나온단다. 면은 정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달인의 작품 같다. 



아주 쫄깃쫄깃 면발이 살아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시켜먹던 메밀국수는 무 간 것도 듬뿍 주고 파도 듬뿍 주고 하여 듬뿍듬뿍 풍성하게 넣어 먹는데 여기는 무 간 것도 아주 부드럽게 간 것 조금, 파도 아주 조금 담겨왔을 뿐이다. 



조금씩 나온 파랑 무즙이랑 와사비를 넣고 휘휘 저어 특히 와사비가 잘 풀리도록 한다. 그리고 거기에 면발이 살아있는 국수를 풍덩. 



아, 국물은 작고 국수는 크고 많고. 난 냉소바를 시켰어야 하는 걸까. 어쨌든 그렇게 풍덩 담가 건져먹는 소바는

아주 맛있다. 국수가 쫄깃쫄깃 면발이 살아있다 해야 할까? 보통 시중에서 먹는 메밀국수와는 완전히 다르다. 메밀국수인데 찰지고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져 아주 맛있다. 



그리고 함께 나온 수제 돈가스. 맛있다. 빠삭하며 간도 잘 되어있고 두툼한 고기하며 맛있다. 그러나 국수를 먹으러 온 우리이기에 돈가스에 그리 빨려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냥 국수만 푸짐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수만을 먹으려면 냉소바를 먹었어야 하나 보다. 굳이 돈가스를 먹고 싶었던 건 아닌데. ㅎㅎ



짜잔~ 그리고 등장하는 규카츠. 완전 일본식인가 보다. 지글지글 불판 위에 고기를 한 점씩 놓아 더 익혀 먹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익혀먹은 걸까. 고기는 맛있다. 



불판 위에서 아주 노릿노릿하게 익혀 와사비 장에 찍어 먹는다. 그냥 맛있는 고기지만 우리는 국수를 먹으러 왔는데 하하. 자꾸 아쉬움. 이런저런 다른 것보다 국수 장인 집에 국수를 먹으러 왔는데 요기도 한 덩이 국수가 곁들여 나오기는 한다. 



카레 순두부가 곁들여 나왔는데 여기 밥이나 국수를 넣어 비벼먹으라고 한다. 아주 별미라고. 카레맛이 나는 순두부로 맛이 괜찮았다. 그렇게 모든 걸 다 먹으니 와우 너무너무 배가 부르다. 이 곳이 국수 장인일까, 순두부 장인일까, 돈가스 장인일까. 나는 그 프로를 보지 않아 모른다. 아쉬운 것은 어느 곳의 장인인지 모르고 가도 확실히 알 수 있게끔 한 가지에 집중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것저것 무언가 많이 먹었는데 국수에 감동도 돈가스에 감동도 순두부에 감동도 아니지 아니한가. 배만 더부룩하게 부르다. 정말 국수의 장인이네. 할 정도로 국수의 맛을 진득이 느끼고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주 조금이지만 국수와 메밀 장국은 아주 맛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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