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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18. 2019

원피스 단추가 달랑달랑

예쁘게 차려입고 긴 여행길에 나섰는데


! 큰일 났다. 예쁘게 차려입고 긴 여행길에 나섰는데 새로 입은 원피스의 단추가 달랑달랑 그야말로 오늘내일하는 것이다. 그것도 위치가 어디냐. 쓸데없이 이 원피스는 다리 양 옆이 쭉 터져있으며 단추로 메꾸어져 있다. 가슴  단추와 같은 모습으로 일종의 패션인가 본데  기차역 가는 리무진 버스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려는 순간 나의 눈에 띈 것이다.


엄지손톱 만한 은빛 단추는 꽁꽁 돌려감은 실에 단단히 맺혀 있는데 그 한쪽 끝이 솔솔 풀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떡하지? 실 바늘을 챙겨 올 . 아 어떡하나 조만간 걷다 보면 실은 어느새 풀어져 단추가 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텐데. 아 어하지?


제발 역까지만 견뎌라. 역에 가면 후다닥 편의점에 가서 실 바늘을 사리라.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꽁꽁 단단히 꿰매야지. 그럴 시간이 될까? 안되면 실 바늘 사서 열차 안에서 꿰매는 거다. 열차 안 화장실에서? 아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누군가 화장실  기다리는 분께 피해가 되기도 할 테고  그 좁은 화장실에서 어떻게?  그래 그냥 자리에 앉아 치마 옆으로 살포시 고개를 돌려 사부작사부작 눈치 안 채게 꿰매자꾸나. 그런데 편의점에 과연 실 바늘이 있을까? 무엇이고 있다는 편의점이니 있지 않을까?  아니야 다이소엔 다 있어도 편의점엔 그런 것까지는 없을지도 몰라. 하 어떡하나.


단추를 들여다보니 조만간 떨어질 듯. 이 단추를 최소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뜯어버릴까, 그렇게 일단 단추를 확실히 챙겨놓을까? 그럼 살짝 안이 보일 텐데? 그래 그건 아니야.


그럼 역까지는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내게 무어가 있을까. 그렇지! 반찬고! 혹시나  하여 챙겨 넣은 살색 테이핑 하는 반찬고. 난 이걸 손톱만 하게 잘라 항상 넣고 다닌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뾰록지가 살짝 자리 잡으려 할 때 요걸 그 위에 붙여놓으면 그야말로 감쪽같이 사라진다. 왜 그럴까? 어쨌든 그 신비의 효능을 알기에 언제부턴가 여행길엔 나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 반찬고가 있다. 그래!  나의 일차 목표는 단추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


반찬고를 꺼내  단추와 옷감 사이에 척 붙여놓는다. 더 이상 풀어지지 말라고 실 위에 딱 붙였다. 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벽돌색 원피스 허벅지 부분에 붙어있는 살색 테이프. 괜찮아 일부러 신경 써서 보지 않는 한  그리 게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제발 제발  떨어지지만 말아라.




무사히 역에 도착 편의점으로 직행.


 "... 실 바늘 있나요?"


두근두근! 아, 없으면 어떡하나.

어째 아저씨 표정이 뜨듯 미지근. 없나?

하 어떡하지?


"실 바늘은 없고..."


헉 어떡해

망설 망설이다 말해주는 편의점 주인


"저 끝에 가면 세트는 있는데 가보세요."


그거예요 그거

바느질 세트!!!


난 속으로 쾌를 부르며 당장 달려간다. 가리킨 곳으로. 하 아저씨도 참. 실 바늘이면 급히 어딘가 뜯어져  바느질하겠다는 거지 왜 거기서 그처럼 없는 듯 나의 가슴을 졸이게 했을까? 척하면 척 아닌가? 내참.


혹시,.. 하는 주인의 망설임 때문일까 나의 조급함 때문일까  아무리 찾아도 바느질 세트가 안 보다. 옷핀도 있고 무슨 매듭도ᆢ 있고 작은 빗도 있고 별게 다 있는데 바느질 세트는 안 보인다. 급해진 나는 멀리 카운터의 아저씨를 본다. 몰려드는 손님에게 계산해주면서도  내가 제대로 찾는지 궁금했는가 마침 아저씨도 나를 보고 있다.


"없는데요."


하는 내게 이제는 자신 있게 응답한다.


"거기 바로 앞에 있잖아요."


! 그리고 보니 바로 코앞에. 도대체 왜 안 보였을꼬.


와우 작은 가위에 바늘에 실에 단추에 바늘 꿰는 도구까지 세상에 바느질에 한 모든 게 들어있다. 그리고 2,500원. 캬~ 얼마라도 당장 사겠다. 누구든 급해서 올 텐데 가격 불문 사지 않을까?


다행히 아직 열차 출발까지 삼십 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화장실로 들어가 아예 옷을 훌러덩 벗고 변기에 앉아 차분히 바느질을 해나간다. 캬~  세상은 얼마나 감사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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