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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9. 2019

방탄 커피 3일째

헉!  62.3kg


이게 웬일?  드디어 방탄 커피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벌써! 아침 나의 의식 체중계 세리모니 모든 걸 비우고 모든 걸 벗고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살포시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그 행사.  그 전동 체중계 표지판이 세상에 62.3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62.3이라니. 어제 62.8이었는데. 와우. 정말 빠지네! 살이 빠져! 오호호홋 신난다. 그리고 보니 정말 날씬해진 것 같다. 일단 몸이 더부룩하지 않아서 좋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뱃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어 헉헉 거리던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이게 사람다운 삶 아닐까. 먹는 것에 급급하지 말자. 간식거리 입에 달고 살지 말자. 툭하면 그 맛있는 오레오 쿠키에 커피를 곁들여 한 개만 한 개만 하다 그 봉투 안의 5개 홀라당 먹어치우던 그리고 후회하던 그리고 내친김에 다시 먹거리를 찾아 나서던. 그런 것에서의 탈피가 무엇보다도 나에겐 큰 효과다.




어제 요가 가기 전 6시 반쯤에 식사를 마쳤으니 거기에 16시간을 더하면 오늘 아침 10시 반. 그때 아침을 먹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새벽에 일어나던 나의 기상시간이 오늘은 세상에 9시였던 것이다. 와이? 어젯밤 작은 아들과의 통화 때문이다. 파리에서 일하고 있는 그 애는 항상 그 애의 출근시간인 9시에 전화를 하는데 우리나라 시간은 오후 4시다. 요즘 우리는 공을 치고 있거나 보이스톡이 터지지 않는 수변공원을 걷는 중이거나 그 시간에 마침 밖에 있어 그 애의 전화를 거의 못 받았다. 영어 첨삭되어 온 것 포스팅한답시고 나도 늦었고 본래 늦게 자는 남편과 함께 마침 우리가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2시 반. 아, 퇴근시간이겠다. 작은 애 퇴근시간. 그래서 부랴부랴 보이스톡을 날렸고 그리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3자 통화를 신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늦게 아니 아주 이른 새벽에 잠이 든 것이다. 그러니 폭 자고 일어난 시간이 9시. 문제는 이제부터다.


방탄 커피를 마셔? 말아?


16시간을 수시로 굶다 보니 이제 한두 시간 굶은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일어나고 어쩌고 하다 보니 어느새 9시 반. 꼴랑 한 시간만 있으면 내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TV에서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가 시작하고 있다. 저거 끝나면 10시 반이다. 와우 타이티. 고갱이 그림을 그리던 그 타이티섬으로의 여행이 멋지게 펼쳐진다.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와우~ 그러니 난 참을 수 있다. 그냥 이 프로만 보고 있으면 나의 식사시간이 되는 것이다. 여보, 이제 곧 나의 먹어도 되는 시간인데 방탄 커피를 마실까 말까? 난 나의 해결사 남편에게 묻는다. 마시지 마. 간략히 대답하는 그. 그런데 그게 꼭 입맛을 없애기 위한 걸까? 양질의 지방이라잖아. 그래서 내가 오늘 살 빠진 것 아닐까? 그렇다면 식사시간 상관없이 먹어야 되는 것 아닐까? 갈등하는 내게 또 명쾌한 답 그럼 마셔! 하하 난 또 갈등. 그런데 참을 수 있는데 곧 밥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셔야 할까? 그냥 안 마셔볼까? 저거 마시고 어떻게 금방 또 밥을 먹어? 그렇지? 그래. 마시지 마.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새 시간은 흘러 흘러 조금만 아주 쪼끔만 기다리면 10시 반이 될 판이고 그래서 방탄 커피 아끼는 차원에서라도 안 마시기로 한다. 하하



아름다운 타이티섬에 푹 빠졌다 나와 지금 신나게 아침식사 중이다. 창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비 오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밥 먹을 시간이 다 되어도 매일 방탄 커피를 마셔주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긴 공복시간을 메꾸려 할 때만 마시는 걸까? 어쨌든 오늘은 방탄 커피 없이 16시간을 버텨다. 다음에 일찍 일어나면 그때 마시기로 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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