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UCI

미국 여행 11 (221120 - 221207)

by 꽃뜰

UC얼바인 이라기에 A나 U 그런 걸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I로 시작하네?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아하 얼바인이 Irvine이구나. 얼바인이 I r v i n e 였어. 하하 그렇지. 얼바인. 그렇지 하면서도 꼭 다시 틀릴 것만 자꾸 아들에게 말한다. 얼바인이 Irvine였어. 외워야지.


대학을 보고 싶다는 우리말에 아들은 집에서 가까운 UCI로 우릴 안내한다. 동네가 참 깨끗하고 죠용 하고 아름답다. 아, 대학! 크기도 정말 크다. 갑자기 공부하고픈 생각이 확 들게끔 학교라는 건 묘한 기운이 있다. 1980년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그때만해도 아무나 쉽게 유학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도전!하면 길이밌었을텐데 쉬운 길을 택했던 것 같다. 대기업에 취업하자마자 모든 걸 내려놓고 회사에만 충실했으니까. 선배언니는 목표를 갖고 일년 회사 일하며 번 돈으로 미련없이 훌쩍 유학 길에 올랐다. 젊을 때 이런데 와서 공부했다면 얼마나 신났을까. 난 왜 그런 도전 정신이 없었을까.


교정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 아래 소풍 온 듯 아기와 즐거운 여자가 있다. 주부 학생일까? 아님 유학생 아내? 자전거로 쌩 달려가는 저 학생은 수업에 늦은 걸까? 우울한 모습의 저 동양인은 혹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건 아닐까? 학교 안의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궁금하다.


으쌰 으쌰 어디고 구호 외치는 소리가 무성했던 대학. 여기도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학생이 주동이다. 한가운데 여학생이 크게 구호를 외치면 그에 맞춰 모든 학생들이 열창을 한다. 호홋. 신기해라. 우리 때 저런 거 담당은 의례 남학생이었는데.


학창 시절을 이야기하며 교정 여기저기를 걷는 우리는 바쁜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여유롭다. 햇빛은 따스하다. 출장 갈 때마다 그 지역 대학의 머그컵 사기를 즐기는 남편이 여기서도 사볼까 해서 학교 안 마트에 들어간다. 빨간 티셔츠의 점원 할머니가 웃으며 부모님이냐며 얼마나 자랑스러우시냐고 한다. 나를 아직 학생으로 보네. 학창 시절을 훌쩍 넘긴 아들이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한다. 하하.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급할 게 없다. 발 닿는 대로 눈 가는 대로 학교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요란하다. 미국에선 IN-N-OUT 햄버거가 최고라며 학교 안의 인 앤 아웃으로 안내한다. 줄이 뺑글뺑글 길다. 나랑 남편은 자리 잡고 앉아서 구경한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젊은 학생도 있고 어른과 아이도 있다. 미국인도 아시아인도 아랍인도 있다. 하얀 턱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창가에 앉아 홀로 드시고 있다. 교수님? 아니, 우리 땐 교수 식당은 따로 있었는데? 미국은 교수식당 그런 거 없나? 하하 살살 남들 모르게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재밌다. 아들이 푸짐하게 햄버거를 가져온다. 오홋 맛있겠어. 우선 감자튀김부터 쏘스에 콕. 맛있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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