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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3. 2019

이제는 은퇴한 남편 회사 동료들

울산 컨트리클럽 7월 골프


남편은 이제 더 이상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즉 은퇴한 것이다. 함께 직장에 다니던 분들도 이제는 더 이상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모두 모두 은퇴했다. 그런데 공장이 울산에 있어서 회사 발령 때문에 울산에 온 타지 분들이 꽤 많다. 나처럼 서울 토박이도 계시다. 그분들의 연고는 아직 모두 서울에 있다. 그러나 서울로 가지 않으신다. 아니  갔다가도 다시 돌아오신다. 아니 서울에도 있고 울산에도 있기도 하다. 와이? 공치기가 좋아서 공치는 멤버가 좋아서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서울로 가니 공치는 멤버 구하기도 힘들고 골프장 가기도 힘들고. 그에 비하면 울산은 참 공치기 그 여건이 좋다. 울산 C.C. 의 경우 그 접근성이 참 좋다. 한 30분 정도면 집에서 떠나 도착하니 그것도 큰 길가에 있으니 별로 운전을 즐기지 않는 나도 얼마든지 운전해 갈 수 있다. 그뿐인가. 대부분이 이 곳 회원이니 서로 부담 없이 함께 수시로 공을 칠 수가 있다. 서울에선 각자 자기가 회원인 골프장이 다를 수 있지만 이 곳에서 같은 회사를 다닌 남편의 직장동료들은 거의 모두가 이 곳 회원이다. 그러므로 동반자를 구하기도 아주 쉽다. 그것도 꽤 큰 골프 치기 좋은 여건 중의 하나다. 





'아와나'라는 우리 서클은 이렇게 모여 주로 함께 공을 치는 같은 회사 동료들이 말레이시아 아와나 골프 클럽에 여행 가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부부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났는데 우리 이대로 오래오래 함께 공 치면 좋겠다 해서 그 자리에서 그곳 골프장 이름을 본떠 아와나 골프 서클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이면 모여서 함께 공을 친다. 남자 2조 여자 2조. 처음엔 12명 즉 3조였다. 그때는 매번 라운딩이 끝나면 두구두구 당당 신나는 뽑기 행사가 있었으니 누군가는 부부 조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여자끼리 칠 때가 재미있지 남편들이 끼면 잔소리 듣는 게 싫어 우리 여자들은 여자 조를 원했다. 그래도 부부 조는 있어야만 했으므로 그 부부 조를 뽑아내는 뽑기 시간. 커다란 봉투에 바둑알을 흰색 4개 깜장 2개 그렇게 모두 6알을 넣고 돌리며 뽑기를 하는 것이다. 깜장을 뽑은 사람은 부부팀이 되는 것이다. 하하 부부팀 되는 게 싫어 조심조심 두근두근 뽑기를 하는 그 자체도 스릴이 있고 재밌었다. 이제는 두 부부가 더 오게 되어 더 이상 부부조 뽑는 뽑기는 안 해도 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때 그 부부조 되기 싫어 두근두근 뽑기 하던 그때를 그리워한다. 하하





2019년 7월 12일 셋째 금요일. 우리 아와나 서클이 있는 날이다. 초록빛 잔디는 그 절정에 이른 듯하다. 그런데 날씨까지 비가 올 듯 말 듯 선선하기 그지없다. 사실 여름 골프는 비록 땡볕에 시달릴 지라도 짙고 푸른 잔디가 일품이기에 모든 것 참고 공을 치는데 그런데 이렇게 날씨까지 선선하니 하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내가 공을 치기 위해 손을 두 번이나 수술하고..." 이제 80을 바라보는 사모님은 휙휙 정말 쉽게도 공을 쳐 나가며 이 나이에 이렇게 운동하는 게 어디야. 하면서 함께 하는 우리들을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들 덕에 당신께서 이렇게 즐겁게 공을 친다며 좋아하셔서 우리도 덩달아 기쁘다. "이제 100세까지 공치는 시대인데요....." 캐디는 한 술 더 떠 지금 절대 늦은 게 아니라며 100세까지 공 칠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열을 낸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캐디. 그동안 쌓은 경력 때문일까, 채를 골라주는 것이며 운영 솜씨가 아주 베테랑급이다. 그런데 그 능력의 캐디가 앗, 다리를 절고 있다. 살짝 아주 살짝. 그런데 난 그녀의 다리 저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저쪽 끝에서 사모님이 7번 아이언을 달라고 한다. 마침 내가 캐디 옆에 있었다. 난 그녀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내가 마침 가는 길이라며 그녀에게 7번을 달라 해 사모님께 가져다 드린다. 아니 왜 직접? 네 그냥 오는 길이라 가져왔어요. 그렇게 무언가 도와주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 다리를 약간 절지만 마음이 예쁜 걸까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우리를 보좌하는데 여념이 없다. 커피도 몇 잔씩 타 주고 하하. 나는 웬만하면 나의 채를 직접 가지러 그녀 곁으로 걸어가고 그녀가 많이 걷지 않도록 해주려 애쓴다. 그린에서도 행여 굽히고 펴는 게 힘들까 재빨리 나의 공으로 가서 마크를 놓고 공을 집어서 그녀에게 닦아달라고 준다. 그런 마음이 통했을까 그녀는 우리 팀과 정말 일심동체가 되어 아주 즐겁게 라운딩을 한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처지~ 하하 그런 마음이랄까. 젊은 애들 가득일 캐디 세상에서 나이도 다리도 많이 불편할 텐데 저렇게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즐겁게 일하다니. 그것만으로도 그 캐디가 대단해 보였다. 




땡볕은 아니어도 습한 때문일까 후덥지근 더운 날씨에 수박이 그리웠는데 동코스 5번 홀에 오니 수박을 판다. 사모님이 대뜸 수박을 시킨다. 우리 뒷조까지. 이 곳 동코스에는 우리 여자 조만 두 조가 뛰고 있다. 앞팀 뒷팀 시원한 수박을 통 크게 쏘신다. 함께 이렇게 공쳐서 너무 좋아. 하시면서 우리 덕분에 당신이 공친다며 이렇게 종종 많은 먹거리 턱을 내신다. 아이 웬걸요. 우리도 좋아서 치는 걸요. 항상 우리 곁에 든든하게 지키고 계셔서 너무 좋아요. 하며 시원한 수박을 맛있게 먹는다. 




수박 때문일까. 그다음부터 우리는 파 행진도 하고 빵빵 정말 잘 쳐 나간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버디를 못했다. 버디를 해야 버디값~ 하면서 그 친절한 캐디에게 팁이 갈 텐데 말이다. 곁에 있던 경옥 씨가 그걸 간파했는지 "버디 예약~" 하면서 미리 캐디에게 팁 만원을 건넨다. 하하 그래서 모두에게 웃음보가 터진다. 캐디 힘내라고 행한 것이지만 앗, 그 홀에서 경옥 씨 세상에 내가 도리어 파 4에서 2 온그린을 하는 바람에 버디 찬스! 했건만 나는 퍼팅이 살짝 비껴 나 파에 그치고 경옥 씨가 투 온그린은 못한 채로 어프로치를 했는데 그게 쫄쫄쫄쫄 굴러 그대로 홀로 땡그랑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와우 칩인 버디!!! 모두들 기뻐 난리가 난다. 버디 예약할 만하네!!! 예약할 만 해! 팁을 미리 받은 캐디도 우리도 그냥 마냥 즐겁다. 



하늘은 계속 비가 올 듯 말 듯 서늘한 바람을 불어주고 땡볕이 사라진 기막힌 잔디 위에서 우리는 계속 공을 쳐 간다. 아쉽게 벌써 18홀이 다 되어 간다. 몇십 년 함께 남편들은 회사에서 일한 동료들 아내들은 아내들대로 함께 한 길고도 긴 세월. 이런 건 새로 만들 수도 없지요? 우리의 이 세월이 함께 한 편안함 말입니다. 그렇게 우정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이제는 모든 것 정으로 사랑으로 토닥토닥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며 살아가고 있다. 따뜻한 분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분들.



마침 복날이다. 뽀글뽀글 삼계탕 메뉴다. 라운딩 후의 첫 맥주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삼계탕. 그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웃음 또 웃음. 드라이버를 새로 사서 오늘 파 행진을 했다는 사장님께서 기분이닷. 점심 값을 내신다. 우린 사모님께 수박을 사장님께 삼계탕을 얻어먹은 꼴이다. 하하 앞으로 채 사려면 조용히 슬그머니 사야겠어. 들키지 않게. 하하 사장님 턱이 채를 새로 산 턱이 되어 이젠 누구든지 채를 사면 신고하기로 묵시적으로 계약이 된다. 다음 라운딩을 기대하며 아쉽지만 모두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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