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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3. 2019

방탄 커피팩 딱 두 개

방탄 커피팩 딱 두 개 

나도 모르는 무슨 방탄 커피 팩을 샀어?


똥배 살을 좀 빼야겠다는 나에게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와 방탄 커피를 추천한 나의 초등학교 동창 세 명, 시애틀의 사진 잘 찍는 아이, 아르헨티나의 고기 잘 굽는 아이, 서울에 있는 산 잘 타는 아이, 중 한 명인 서울에 있는 산 잘 타는 아이가 투덜거린다. 이상한 것을 사서 이상하게 하고 있다고. 그러나 난, 절대 버터를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았기에 그나마 팩으로 된 편한 것이 있다는 말에 덜컥 사버린 나를 뭐라 하지는 마라고 한다. 그나마 시작을 하게 되었으니까 그 편한 팩 제품 때문에. 그렇게 사놓은 10팩짜리 방탄 커피가 이제 딱 2개 남았다. 그리고 해외직구로 구입한 진짜 기 버터와 MCT 오일은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 인스턴트 같은 팩보다는 진짜 기 버터와 MCT 오일 그리고 커피로 조제해 먹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래도 팩으로 그 감은 많이 느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난 절대 저녁때 그 긴긴 시간을 아무것도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친구 조언 따라 이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서 16시간의 공복시간 유지. 즉 저녁때 7시 이후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다음날 아침 11시부터 무언가 먹기 시작하는 거. 거기에 따르는 식단도 있는 것 같지만 난 그렇게까지 엄격하게는 아니고 내 멋대로 내게 맞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즉 저녁때 안 먹고 아침에 일어나 11시까지 못 참을 것 같으면 방탄 커피를 마셔주고, 그냥 이렇게 저렇게 견딜 만하면 안 마시며 어쨌든 아침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먹고 싶은 거 신나게 먹어주기,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 곁에서 남편이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래도 난 일단 공복의 시간이 주어지니 그때의 상쾌함을 매우 좋아하게 되어 그런대로 성공을 하고 있다. 밤마다 신나게 먹어제끼던 것을 끊었고 그리고 글 쓰면서도 무언가 정신없이 입에다 주 욱 주 욱 집어넣던 것을 딱 끊게 되었다. 요것도 습관이라고 이젠 글 쓸 때 먹거리를 찾지 않는다. 글을 쓸 때는 사실 집중하면 먹을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휙휙 잘도 지나간다. 그런데 이걸 무언가 먹으면서 하게 되면 그 또한 알게 모르게 끝도 없이 먹거리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게 글쓰기다. 




어제가 참 애매했다. 아침 일찍부터 공을 치고 마침 클럽하우스에서는 초복이라고 삼계탕 메뉴가 있어 우리 서클 16명은 정말 맛있게 아주 실컷 먹었다. 한참을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요가 갈 시간 7시가 어느새되어버린 것이다. 요가 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가려했으나 딱 마침 그 시간에 전화가 오는 바람에 한참 통화하다 보니 어느새 7시가 다 되어 요가하러 가야만 했다. 요가 끝나고는 모든 게 늘어져 있는 상황이라 무얼 먹으면 정신없이 흡수된다며 요가 선생님은 요가 후 1시간 동안은 무엇 먹지 않을 것을 권한다. 그러니 요가 끝나고 아까 못 먹은 저녁을 헐레벌떡 먹을 수도 없고 한 시간 후면 9시가 되는 데 그 밤에 밥을 먹는다는 게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는 아주 이상한 것이고. 어느새 그렇게 몸이 적응하고 있다. 대단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서방님의 식사만 차려주고 또! 레몬차를 타서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으며 밥을 안 먹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했다. 가능하다. 얼마나 습관이란 대단한 것인가. 내게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와우. 


하하 그리고 정 못 참겠으면 자면 된다. 그렇게 밤이 지나갔고 늦게 자는 남편은 아직 쿨쿨이고 난 식사시간 11시가 되기까지는 꽤 남았기에 그리고 어젯밤의 공복 도 길었기에 방탄 커피를 마셨다. 아직 해외직구는 도착 안 했지만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몰테일 배대지에 수송료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22,000 원의 수송료가 책정되었다. 무게가 무거워서인가보다. 그렇다면 총 십만 원 정도가 드는 건데 해외직구로 싸게 구입한 건지 나중에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겠다. 아니, 따지긴 무얼 따져. 얼마가 되었든 내가 그 어려운 해외직구를 해봤다는 데 의미가 크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크면 다 용서될 수 있다. 하하




세월은 휙휙 흘러 어느새 한 주가 다 지나가고 이제 토요일. 조금 있으면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가 방송될 테고 오늘은 어느 나라일까 난 또 세계여행을 하고 그걸 보러 남편도 일어날 것이고 그것이 끝나는 10시 반쯤에 우리는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토요일은 밝았고 나는 월요일 나의 몸무게 세리모니 그걸 기다리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한밤의 16시간 공복 유지는 습관적으로 해낸 거 같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나의 몸은 많이 가벼워진 것 같으니까. 먹거리에 허우적대며 끊임없이 뱃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던 때와는 정말 삶의 질 자체가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나는 분위기 운운하며 커피를 타 왔을 것이고 그에 맞게 오레오 과자도 곁을였으리라. 그렇게 나의 똥배는 볼록볼록 해져가고 입안도 뱃속도 지저분해지며 상쾌한 나의 아침을 망가뜨려갔을 게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하는 지금 어떠한가. 아까 마셔준 방탄 커피로 내 뱃속에서는 지방분해가 휙휙 일어나고 있을 터이고 난 이 상태로 상쾌하게 글을 쓸 수 있고 집안 일도 할 수 있다. 무언가 도전한 다는 것은 이래서 참 멋진 것이다. 난 오늘도 10시 반 또는 11시에야 식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불편함 없이 난 아주 잘 견뎌낼 것이다. 그렇다면 10시 반에 할까 11시에 할까? 계산이 어려우니, 아니 어제 꽤 일찍부터 안 먹은 것이니 16시간이면 그보다 더욱 일찍 이어도 좋겠지만 계산 복잡하고 그리고 방탄 커피를 먹어주었으므로 11시를 오늘의 아침 식시시간으로 하자. 오케이. 오늘도 씩씩하게 새 하루를 시작하자. 파이팅. 오늘은 또 어떤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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