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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30. 2023

태극기

앗, 무얼까? 우리 동네 커다란 나무에 태극기가 있다. 누군가 끝을 나무 가지에 꽁꽁 묶어둔 것도 같다. 어떡하지? 왜 태극기가 저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무 위에 매달려 있을까? 누가 저렇게 한 걸까? 나의 생각은 휘잉 멀고도 먼 옛날 1971년 내가 중학교 2학년 생이었던 때로 간다. 내겐 빨강머리 앤으로 친해진 단짝 친구가 있었으니 매일 붙어 다녔다. 배화여중을 다녔던 나는 교문에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틀어 시장을 통해 한참을 내려가야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 시장 안에는 파출소인가 동사무소인가 여하튼 그런 국가 기관이 있었는데 항상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날 국기 게양시간이 지나있었다. 아님 비가 왔었나? 여하튼 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절대 국기가 게양되어서는 안 될 때에 버젓이 게양되어 있는 걸 보고 의협심에 불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둘이 멈춰 서서 흥분했던 기억이다. 달려들어가 말할 용기는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 그래도 이건 안돼! 말해야 해! 둘이 손을 꼭 잡고 씩씩하게 안으로 들어가 왜 국기가 이런 시간에 게양되어 있느냐 따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 어느새 50년도 더 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하하 그런데 궁금해죽겠다. 왜 태극기가 저렇게 볼품없이 볼품없는 나무속에 파묻혀있는 걸까. 어떡하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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