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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11. 2024

남편이 보는 책 제목이 불타는 여인이다.


제목만 그런 게 아니라 책 표지도 시뻘겋게 마치 불타듯이 불타는 여인이라 적혀있다. 그리고 날씬한 아가씨가 청바지차림으로 고궁 같은 곳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 낡은 석고 기둥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다. 기둥과 돌바닥과 책 읽는 모습만 살짝 보일 뿐 온통 어두컴컴하고 제목만 시뻘겋게 불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작게 쓰여있는 김성종 추리소설. 오홋? 김성종이라면 나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남편과 나는 둘이 다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취향이 다르다. 난 주로 문학서적을 읽고 남편은 추리소설 무협소설 역사소설 음악이야기 등을 읽는다. 그래서 각자 좋아하는 걸 읽을 뿐 별 관심이 없는데 오늘 문득 남편이 읽는 책의 제목과 표지가 나를 잡아끈다. 불타는 여인이라니 하하. 재밌어? 응. 근데 좀 잔인해.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건 제2권. 나도 보고 싶다. 1권 있어? 아니 다 읽어서 반납했지. 그래? 그냥 2권부터라도 읽을래. 1권 이야기해 줘. 마침 우리의 산책시간이다. 해가 지기 전 오후 4시가 되면 우린 집 앞 수변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 길에 그는 1권 내용을 요약해 들려주었다. 오호호홋 너무 재밌다. 이어서 내가 2권을 읽기 시작하는데 주인공들이 다 여자는 너무 예쁘고 날씬하고 섹스에 귀신들이다. 남자들도 하나같이 섹스를 잘한다. 남편이 2권 끝에 조금 남은 상태인데 내가 뺏어서 읽기 시작했다. 둘이 다 읽은 곳이 비슷해질 무렵 우린 범인이 누구인지 맞추기를 했다. 대단한 반전으로 그도 나도 맞추지 못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반전이. 추리소설가는 머리가 좋아야겠다. 얽히고설키고 그런데 마지막에 하나같이 다 맞춰진다. 단 한 개의 지문도 필요 없는 게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여동생인데 오빠 아들의 죽음에 유난히 슬퍼하네. 여동생이 뭐 저렇게까지~ 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하하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추리소설을 신나게 보았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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